▲ 사진=박재성 기자

그 남자는 주말에 뭐하고 놀까? 그 남자의 주말

“주말엔 회사 근처 얼씬도 말아야죠.” 그러던 그 남자가 종로에 나타났다. 회사 근처 말이다. 대충 차려 입은 걸 보니 소개팅이라도 나가는 건 아닌 듯하다. 종각역 인근 젊음의 거리로 진입한다. 어디 가세요 님아.

그 남자가 코아빌딩으로 들어갔다. 스크린야구장이라도 가려는 걸까. 엘리베이터 문이 4층에서 열리자 그가 내렸다. 여긴 누가 봐도 PC방이다. 동네 PC방 두고 왜 여기까지 온 건지. 아니면 누구 기다리며 시간 떼우려고 왔는지도.

브리즈(VRIZ)란 PC방이다. 컴퓨터회사 주연테크가 운영한다. 이 PC방은 특별한 비밀이 있다. 다름 아닌 VR(가상현실) PC방이다. PC방과 VR방이 섞인 형태다. PC게임도 하고 VR게임도 하는 일석이조 핫플레이스!

▲ 사진=박재성 기자

 

VR 공포게임이 그 남자 잡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일까. 남다르게 쾌적하다. 그 남잔 평일 점심시간에 주변에서 밥 먹다가 브리즈를 알게 됐다. 그때 대충 둘러보고는 주말에 시간 내서 다시 와봐야지 다짐했다. 그날이 이날이다. 혼자 뭐하려고?

그 남자, VR게임부터 도전했다. 꼭 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다더라. ‘리치플랭크’란 게임이다. 개그맨 장동민이 유튜브에서 이 게임에 기겁하는 꼴을 보고는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브리즈에서도 인기 있는 게임이다.

HTC 바이브 VR 헤드셋을 착용했더니 그 남자 눈앞에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발걸음을 옮겨 거기에 올라탔다. 꼭대기층 버튼을 눌렀더니 엘리베이터가 하염없이 위로 올라간다. 문 틈으로 바깥 풍경이 보이는데 아찔해 죽겠다.

▲ 사진=박재성 기자

문이 열린다. 하늘이 반이고, 도시 풍경이 반이다.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살펴본다. 진짜 어디 고층 건물에 올라온 느낌. ‘고소공포증 없어서 다행이네.’ 그 남자 생각이다. 이게 끝이라면 시시하다.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밟으면 부러질 것 같은 나무 막대기가 보인다. 그 끝엔 케이크가 담긴 접시가 있다. 저길 걸어가서 접시를 들고 오는 게 미션이다. 그 남자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나무를 밟고 케이크에 다가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아래를 보니 더욱 아찔하다. ‘오줌 지리는 사람도 있겠네.’

나무 폭이 너무 좁아 중심 잡기 어렵다. 그 남자 다리가 갑자기 풀린다. 헛디디고 만다. 가차없다. 그 높은 곳에서 그 남자가 순식간에 추락한다.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헤드셋을 벗더니 악몽이라도 꾼 표정이다. 친구들 같이 왔다면 딱 비웃음거리다. “다른 게임 해볼래요.”

“공포 게임 어때요?” 직원 물음에 그 남자는 일단 오케이. ‘어펙티드: 더 매너’란 게임이다. 큰일이다 이 남자. 엄청 무서운 게임인데. 홀로 귀신의 집에 방문하는 게임이다. 역시나. 외마디 비명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와, 미쳤다. 저 그만 할래요.” 공포영화 좋아하는 그 남자도 VR 공포는 당해낼 수 없었다.

그 남잔 PC게임이나 더 하기로 마음먹었다. 참고로 브리즈에선 20여가지 VR게임을 해볼 수 있다. 요금은 30분에 1만2000원이다. 1시간에 2만원이고. 인원수에 상관없이 이 가격이다. 방 하나에 들어가 친구들과 같이 돌아가며 즐기면 딱이다.

▲ 사진=박재성 기자

 

음식점? PC방? VR방?

그때서야 그 남자 눈에 PC방 모습이 더 정확히 보였다. ‘이렇게 넓은 PC방이 다 있나.’ 과장이 아니다. 자리가 300석이나 된다. 100석 될까말까 하는 동네 PC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커플석도 제법 많았는데 그 남잔 애써 그 공간을 외면했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주연테크 리오나인 게이밍 모니터와 기계식 키보드가 보였다. 마우스는 프로게이머랑 같이 설계했다는 로지텍 G302다. 컴퓨터는 카비레이크 i7 프로세서에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1080이더라. 브리즈 종로점은 70대 이상에 최고 사양인 1080이 달려 엔비디아 공식 인증 PC방이다. 이 정도면 ‘오버워치’든 ‘배틀그라운드’든 오버 스펙이다. 주연테크가 컴퓨터회사 아니었던가. PC 사양에 있어선 타협 없다.

▲ 사진=박재성 기자
▲ 사진=박재성 기자

오버워치 몇판 하는데 갑자기 라면 냄새가 났다. 마침 배고픈 그 남자에겐 극악한 고문이다. 그 남잔, 서둘러 컵라면이라도 먹을 생각으로 메뉴판을 봤다. 순간 여기가 음식점인지 PC방인지 헷갈렸다. 치킨마요덮밥, 매운갈비찜볶음밥, 타르타르핫도그 같은 군침이 도는 메뉴가 가득했다.

PC방에서 담배 냄새도 안 난다. 흡연실도 3개나 있어 담배 피는 사람도 불편하지 않다. 그 남자, 사천짜장라볶이를 먹고 아메리카노 한잔도 마셨다. 다시 오버워치를 했다. 지고, 또 지고, 다시 지고. 역시 좋은 PC방이라고 게임 이기는 건 아니다. 계속 지다보니 재미없어서 컴퓨터로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혼자 깔깔대면서.

▲ 사진=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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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에서 나오니 밖은 어둠이 찾아왔더라. 그 남잔 생각했다. 평일에 일 끝나고 회사 동료들이랑 와야겠다고. 이제 곧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이 나오지 않나. ‘왕년에 스타 좀 했는데.’ VR게임도 같이 하면서 웃고 떠들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간단히 회식하고 오면 딱이겠다고.

참고로 브리즈는 홍대와 잠실에도 있다. 홍대점은 올해 2월, 잠실새내점은 6월에 오픈했다. 잠실새내점은 100% VR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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