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34

색이 바랬다기엔 너무 하얗다. 생긴 건 누가 봐도 DSLR 카메라다. 하얀색 DSLR이라니. 몸집도 아담한 듯하다. 무엇보다도 예쁘다. DSLR은 검고 딱딱하고 못생긴 전문가용 카메라 아니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플레이G – 하얀 카메라라니, 꽤 예쁘네. 이름이 뭐야?

EOS 200D – 안녕! EOS 200D. 그냥 200D라고 불러줘. 나름 새로 나온 카메라라고.

플레이G – 캐논에서 왔지? 이마에 그렇게 써있네.

200D – 응. 혹시 100D라고 들어봤어? 난 그거 후속이거든. 100D? 한국 판매 1위 DSLR! 2013년 4월에 나왔는데 20만대가 팔렸다나봐. 100D도 화이트 컬러가 있다는.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그렇구나. 난 DSLR 별로야. 무겁잖아. 그런데 넌 가벼워 보이네. 몸무게가?

200D – 다른 DSLR한텐 그런 질문 하지 마. 실례니까. 난 당당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DSLR이 나거든. 약 406g이야. 500ml 생수 한병보다 가볍지.

플레이G – 음, 사진은 잘 안 찍히는 거 아냐?

200D – 검증해봐, 얼마든지. 셀카부터 찍어볼래? LCD 화면을 얼굴 방향으로 회전시켜 일단. 화면에 보이는 얼굴을 터치하면 초점이 맞을 거야. 여기에 촬영까지도 화면 터치로 가능하다는 사실! 셔터 누르려고 무리하게 손목 관절 꺾을 필요가 없지. 너의 관절은 소중하니까.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소중하지. 그런데 요즘엔 폰이나 카메라나 사진 비슷하게 찍히지 않아? 내 폰카메라도 1000만화소 넘는걸.

200D – 시니컬하네. 난 2420만화소야. 이미지 센서가 APS-C 사이즈라고. 스마트폰보다 훨씬 큰 센서지. 센서가 커야 품질 좋은 이미지 뽑아낼 수 있어! ‘디직7’이라든지 ‘듀얼 픽셀 CMOS AF’ 같은 캐논 최신 기술이 나한테 들어가 있어. 화질은 선명하고, 초점은 정밀하게 잡아주지. 연사도 잘해. 초당 5매 정도 찍어내거든. 폰이 나 따라오긴 무리야.

플레이G – 카메라가 좋으면 뭐해. 내가 카알못(카메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고, 사알못(사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200D – 너 진짜 시니컬하구나. 나랑 함께라면 사진 찍기 어렵지 않을 거야. 스마트폰은 잘 만지지? 난 복잡한 버튼 누를 필요 없이 폰처럼 화면을 터치해 조작할 수 있어. 인터페이스가 그래픽 중심이고 기능 설명도 볼 수 있어서 초보자들도 조금만 만져보면 쉽게 다룰 수 있을 거야. 다른 DSLR은 물론 미러리스나 컴팩트 카메라도 나만큼 쉽진 않을걸!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너 쉬운 카메라구나.

200D – 어감이 좀 이상한데? 그래, 쉬운 카메라 맞아. 9가지 장면 모드를 지원하는데, 원하는 대로 다이얼을 돌려봐. 고민 없이 내가 설정해준 대로 찍으면 그만이지. 뷰파인더 보고 찍는 게 불편하면 LCD 라이브뷰로 폰처럼 찍어봐. 라이브뷰 촬영할 때 3가지 특별한 자동초점 기능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플레이G – 난 사진만 찍으면 잔뜩 흔들린 이미지가 나오더라고. 이런 것도 해결 가능해?

200D – 왜 흔들릴까? 수전증? 내 생각엔 빛이 부족해서 그럴 거야. 조리개가 활짝 열리는 렌즈가 빛을 받아들이는 데 유리하니 참고해. ISO 감도도 중요해. 이걸 얼마까지 높일 수 있는지 관건이지. 난 2만5600까지 ISO를 올릴 수 있어. 이 정도면 야간 촬영도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거야.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난 그래도 폰카가 좋더라. 필터로 사진 예쁘게 꾸미기 쉽잖아. 카메라로 찍으면 뭔가 심심해. 보정하긴 귀찮고.

200D – 나도 필터 있어! 크리에이티브 필터 모드를 지원한다고. 미니어처 효과라든지 토이카메라나 어안렌즈로 찍은 듯한 효과를 줄 수 있지. 라이브뷰 모드에서 필터 효과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해. 찍은 다음에 효과를 넣는 것도 가능하고.

플레이G – 됐고, SNS에 사진 공유하려면 귀찮은데.

200D – 아니야. 나로도 쉽게 공유할 수 있어. 와이파이, NFC,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니까. 스마트폰에 무선으로 사진을 공유할 수 있지. 와이파이 버튼이 새로 생겨서 더 쉬워졌고. 무선 연결을 통해 폰으로 원격 촬영도 가능하지.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영상도 찍을 수 있나?

200D – 응. 풀 HD 60p. 풀 HD 화질로 초당 60프레임짜리 부드러운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얘기지. 길게 찍어서 빨리 재생하는 타임랩스 동영상 찍는 기능도 있고.

플레이G – DSLR은 부담스럽긴 한데.

200D – 그렇게 못미더우면 같이 출사 나가볼래? 주말에 시간 괜찮아?

▲ 200D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200D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200D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 200D로 찍었다. 사진=조재성 기자

#POINT 작고 예쁜 DSLR. 200D 첫인상이다. 손이 큰 편인데 쥐어보면 너무 작게 느껴지진 않더라. 200D는 ‘보급기’라는 정체성을 제대로 살린 물건이다. 사용하긴 쉬우면서도 DSLR다운 전문적인 면모를 갖췄다는 얘기다. 캐논 카메라답게 색감이 화사한 사진을 찍어낸다. 광학식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바라보며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제법 묵직한 셔터음을 낸다. 찍는 맛이 좋다. 가장 큰 메리트는 가격이다. 70만원대에 번들 렌즈 포함 패키지를 살 수 있다. 미러리스나 하이엔드 똑딱이로 떠났던 마음을 다시 DSLR로 불러들이는 자석 같은 물건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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