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상반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에 표정관리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주택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었지만 미래가 걱정되는 탓이다. 해외로 가자니 과거의 쓰라린 경험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국내에서 주택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자니 다가올 찬바람이 무섭기 때문이다. 스마트 신사업 개척 등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이 건설사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건설사들 좋은 성적표 받기는 했으나

27일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건설사 3사의 실적은 좋았다.  총 영업이익은 4959억원으로 집계됐다. 각사의 매출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 등도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나타냈다. 바랄 게 더 없어 보이는 실적이다.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부문은 2분기에 매출 3조1630억원, 영업이익 15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 줄었지만 영업익은 29.6% 늘었다. 덕분에 삼성물산 전체의 지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조3192억원과 2550억원으로 불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8%가, 영업이익은 44.5%나 증가했다.

GS건설도 2분기에 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273.9%나 증가했다.  2012년 2분기(1200억원)이후 최대치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15억원으로 49.3% 늘었다. 상반기 전체로는 매출 5조6950억원, 영업이익 145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회계 이슈를 잊고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인 대우건설도 2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  2분기 매출액은 3조1252억원, 영업이익은 256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128.2% 증가한 좋은 실적이다.

실적 악화와 누적된 적자로 고전하던 건설사들에게 ‘깜짝 실적’을 안긴 1등 공신은 바로 국내 부동산시장의 호황이었다. 대형 상장 건설사뿐 아니라 중견건설사들도 분양 성적표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실적 원동력 ,아파트 분양시장의 함정

건설사들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낸 것은 주택 분양 시장이 활황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정부의 규제 정책을 번번이 배반한 부동산 시장은 2015년, 2016년, 올해도 어김없이 ‘활황’을 이어갔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16만7921가구가 분양됐다. 새 정부의 6·19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의 여파가 반영될 하반기에도 23만1514가구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사업 방향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악몽과도 같은 몇 년 전처럼 시장이 급랭하지나 않을까 하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도 계속  주택 건설에만 몰두해 밀어내기식 분양을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2012년의 악몽이다. 당시  건설사들은 무리하게 주택사업을 추진하다 미분양이 속출하자 구조조정의 희생물로 전락했다.  주택 투자자들도 졸지에 ‘하우스푸어’가 됐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정부의 시장 규제로 거래가 끊기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전국에 최대 300만가구라는 통계도 있었다. 한계가구의 급증으로 금융권에서도 가계부채 부실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리스크를 감수하기도 했다.

건설사들도 홍역을 치렀다.  대한건설협회의 당시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00대 시공능력 건설사 중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업체가11곳, 법정관리를 받는 업체가 10곳이었다.  극동건설과 벽산건설, 풍림산업, 삼환기업, 남광토건, 극동건설 등 업계 40위권내 건설사들이 모두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가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시공능력 36위의 동양건설산업은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 게 화근이 돼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부토건도 이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하다 부도를 맞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바로 전년까지 연속 17년 흑자를 낸 회사가 고급 주거지 개발사업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8000억원의 사업비 중 PF 대출 4270억원을 낸 것을 갚지 못해 도산했다.

시행사 대신 지급보증이나 채무 인수 등으로 조건으로 PF 대출을 받은 시공사들은 리스크를 알고도 주택 사업에 ‘올인’했다. 선분양이 일반적인 우리의 주택시장이 분양권 시장으로 변질되면서 비정상적으로 과열됐고 신규주택 분양 외에 다른 ‘먹을거리’가 전무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자 지금은 어떤가?  주택시장은 활황이지만 긴축 신호가 들린다. 우선 정부가 건설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가낙찰제대상 공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수익성은 더 낮아졌다.  둘째 정부는 돈줄을 죄고 있다. 지난달 19일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다음달엔 가계부채대책이 나온다. 이래저래 부동산 시장을 떠받친 풍부한 유동자금이 갈수록 졸아들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집값 하락은 불가피한가? 건설사들이 던지는 물음이다.

해외 진출도 녹록하지 않다.  예측이 불가능한 해외 시장에 뛰어들 엄두를 못 낸다.  결론은 앞날이 걱정되지만 역시 '고' 뿐이다. 즉 적어도 현재로선 주택산업 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언제나 ‘주택사업비중을 줄이고 신사업 개발하겠다’,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같은 단순 도급시공은 중견사에 맡기고 해외 사업수주 늘리겠다’는 말을 수년째 반복 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실상 해외사업은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다는 걸 경험한 건설사들이 안전하면서 수익성도 높은 국내 주택 사업에 매달리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택산업 올인할 수밖에 없는 여건

건설사들은 상반기 흑자를 냈지만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2012년 이후 5년 만에 전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수 것으로 보는 전문가나 기관들이 속출해 더욱 르렇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 가격이 0.8%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주택산업연구원은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0.5% 상승하겠지만 지방은 0.7%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속도를 내고 신규 주택 공급 과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금리도 오른다면 미입주 사태로  주택 시장이 급격히 반전을 맞을 수 있다는 불길한 예측이 고개를 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물량은 36만5764가구에 이른다. 2014년 26만4220가구, 2015년 26만7222가구, 지난해 29만824가구에 이어 더 늘어난 것이다. 내년에는 무려 41만6310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으로 있다.

그런데도 돌파구는 없다.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 매달리는 것 외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주택사업 비중을 높이고 해외사업을 축소했다. 대우건설에서 최대 매출이 나온 사업도 주택사업 부문이었다.  주택부문 매출은  상반기 2조79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6373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늘었다.  매출 비중도 27.1%에서 36.1%로 높아졌다.  주택사업 비중은 36%를 넘었지만 해외 사업은 30% 아래로 축소했다.

대우건설의 상반기 신규 수주는 4조841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6191억원)보다 4.8%(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주택사업 신규 수주액은 3조2390억원으로, 전체의 66.9%나 됐다.  주택사업의 매출 대비 이익률도 18%로 플랜트, 해외사업, 토목 등 6개 사업 중 가장 높다.

 ‘자이’ 브랜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수주 경쟁력을 지닌 GS건설의 주택부문 매출은 상반기 1조2250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매출액 5조5790억원의 22%에 해당한다. GS건설은 자체사업과 수도권 재정비사업 등 상반기 주택사업에서 이익이 증가하면서 좋은 실적을 냈다. 상반기에 1만6136호를 공급한 GS건설은 올해 연간 공급 목표를 2만3000호에서 2만7000호까지 높여잡았다. 지난 26일  서울 신길동 센트럴자이의 청약경쟁률이 56.9대1을 기록했다.  주택시장은 GS건설이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마력을 발휘한다.

더욱이 GS건설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PP12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와 라빅2 복합발전소 프로젝트 등 7개 현장에서 사업을 하다 수천억원대 손실을 본 쓰라린 기억이 있다. 해외 사업은 꿈꾸지 않는다. 

특히 해외 사업은 리스크가 커 회사 신용등급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반대로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좋은 등급을 받는다.   주택사업 비중이 79%에 이르는  현대산업개발이 국내 신용평가기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것은 단적인 예이다.   한기평은 기존 ‘A’였던 등급을 ‘A+’로 높이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A’에서 ‘A+’로 올리고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한국신용평가가 서희건설의 신용등급(BB+)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꾸고  나이스신용평가는 반도건설(BBB+)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린 것도 같은 이유다. 이 회사들 역시 분양 시장에서 계속되는 성공을 거두며 재무 구조가 개선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의 근거로 분양물량 증가를 꼽았다.

이러니 해외 수주는 자연 등한히 할 수밖에 없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17년 건설산업 위기와 기회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등 5대 건설사의 해외 신규수주 목표 달성률은 약 20%에 불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불황과 유가 하락으로 인한 플랜트 수주 축소, 양적 개발 사업의 한계로 건설업계가 해외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부러 해외 사업을 축소하고 국내 주택 사업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신사업 개척, 체질개선이 과제 

건설사들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부동산 시장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주택산업 이외의 새로운 수익원 발굴은 발등의 불이 됐다.  

당장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64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국내 건설수주액은 올해부터 조정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주택 분양이 각각 51만호, 45만호 이상 이뤄져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올해와 내년에 공급과잉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시장 호황이 끝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건설사 실적도 하락할 것으로 평가했다.

건설사들은  2012년과 같은 건설사 '줄도산' 위험은 적다고 입을 모으지만 이런저런 사정을 알고 있는터라 속은 대단히 불편하다.   한국주택협회의 관계자는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에 걸쳐 무리하게 주택 사업을 진행하면 안된다는 것을 업체들도 체득했다"면서 "2012년 이후 주택 건설사들은 면밀한 사업성 검토를 통해 사업성이 높은 지역들을 위주로 자체사업과 재정비 사업을 진행해왔다. 대선 이슈와 금융 규제 시행 등으로 공급 물량을 한시적으로 늘린 것이지 사업 자체에서 비중을 늘리거나 무리하게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주택 시장과  정권마다 바뀌는 부동산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무슨 수로 극복할 것인가?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서 밀어내기식 분양에 올인하는 것은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이다.  분양도 양적 확대에서 질적 공급으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통신업체와 손잡고 아파트에 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하고 태양광 발전을 적용하고 단열을 강화애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제로에너지 빌딩 사업을 확대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개발사업 대신 주거 복지와 지역 상생을 염두한 도시 재생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한 건설업계 임원은 “지금 수준의 매출은 유지하겠지만 건설사들이 과거처럼 성장할 수는 없다”면서 “스마트 도로, 스마트 아파트, 자율주행 주차장, 제로 에너지 빌딩 등 단순한 시공이 아닌  건설 이상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개발을 개발할 필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