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어떤 물건을 사랑할까? 그 남자의 물건
지난 학기에 복학한 그 남자. 아직도 자기가 군인인지 대학생인지 헷갈려 한다. 신입생들이랑 억지로 어울리느라 1학기엔 영 학업에 집중 못했다. 방학인데 집에 내려가지도 않고 기숙사에 처박힌 그 남자. 2학기엔 학점 잘 받을 거라며 전의를 불태운다. 알바비 모아 새로 들인 용병 브라더와 함께.
복학생의 복사비
그 남자, 괜히 1학기를 복기해본다. 왜 학점이 3점대 턱걸이인지에 대해. 문제를 객관화하겠단 자세로 자아비판을 하더니 이내 정신승리에 다다른다. ‘2학기엔 더 낫겠지!’ 그러다가도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맥주나 한캔 사올 생각으로 기숙사를 나선다. 겸사겸사 산책도 하고.
더운 밤에 걷다 보니 뭐 하나가 떠올랐다. 인쇄비. 이제 고학년이라서 그런가? 이런저런 레포트 제출할 일이 많더라. 시대가 바뀌었는데 여전히 출력을 해서 제출해야 하다니. ‘돈 아까워. 그 문방구 돈 많이 벌어 좋겠네.’
원래 찔끔찔끔 계속 나가는 돈이 더 아까운 거 아니겠나. 특히 컬러 인쇄는 알바비 벌어 생활하는 대학생에겐 악성 리스크다. ‘프린터나 하나 살까?’ 맥주 사러 가는 길에 그 남자 곁엔 지름신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프린터를 살까?’라는 자문이 ‘어떤 프린터를 살까?’란 질문으로 이어졌다.
'무한잉크 시스템'
기숙사로 돌아온 그 남자 눈에서 빛이 난다. 어둠 속에서 맥주 마시며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검색어는 ‘프린터’, ‘가성비 프린터’, ‘프린터 추천’ 같은 것들이다. 조금 모순이긴 하다. 복사비는 아깝고, 맥주 살 돈이나 프린터 값은 괜찮은 건지.
그 남자 눈에 들어온 프린터가 있다. 브라더의 DCP-T500W란 물건이다. 무한잉크 시스템이란 말에 왠지 끌렸다. 잉크가 떨어지면 탱크에 무한 리필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고기만 무한 리필인 줄 알았는데 프린터도 무한 리필이구나.’ 속으로 라임을 맞춰보고는 혼자 뿌뜻한 표정을 지었다.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이 프린터는 잉크 카트리지를 통째로 갈아끼우는 방식이 아닌, 마치 연료통에 기름 넣는 것처럼 잉크를 충전해 사용하는 제품이다. 잉크 리필이 정말 간단하다. 탱크 뚜껑을 열고, 잉크를 주입하고, 다시 뚜껑을 닫으면 끝이다.
잉크통을 45도만 기울여도 주입이 가능해 바깥에 흐를 염려도 덜 수 있다. 사용자를 위한 배려다. 탱크가 투명해 괜한 오해를 할 필요도 없다. 잉크가 얼마나 남았는지 컴퓨터 말 믿지 않고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그 남잔 유지비가 덜 들 거란 생각에 DCP-T500W에 눈독을 들였다. 잉크는 한번 충전으로 흑백 6000매, 컬러 5000매 출력이 가능하다. 잉크 가격이 각각 9900원이니 장당 값을 따지면 흑백 1.65원, 컬러 5.94원이다. 그 남자 학교 옆 문방구랑 비교하면 가격 혁명 수준이다. 프린터 가격은 20만원 안팎이다.
스마트폰과 친한 프린터
DCP-T500W는 결국 그 남자 물건이 됐다. 같이 지내며 서로를 알아갔다. 크기는 435×374×161mm로 기숙사 책상에 놓기에 그다지 크지 않다. 제품 상단에 여러 버튼이 있는데, 설명서를 참고하면 무리 없이 조작 가능한 정도다.
선 없는 물건이 요즘 대세 아닌가. 이 프린터는 무선 연결을 지원한다. 노트북에 지저분한 케이블로 직접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물론 USB 케이블 연결도 가능하다. 여러 명이 무선 연결로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그 남자는 기숙사 룸메이트들에게 인쇄비를 받을 구상을 하더라.
뽑을 것도 없으면서 그 남잔 괜히 테스트에 돌입했다. 인쇄 속도는 나쁘지 않았다. 흑백은 분당 11매, 컬러는 6매 스펙이다. 설정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최상 옵션으로 컬러 인쇄를 하면 제법 긴 시간이 걸리는 식이다. 그 남잔 용지 여백 없이 출력하는 기능을 마음에 들어 했다. 소음은?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
그 남자가 신기하게 여긴 기능이 또 하나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출력이 가능하다는 점! 앱마켓에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거나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를 이용하면 휴대폰에 있는 사진이나 문서를 간단히 인쇄 가능하다. 스캔 데이터를 휴대폰으로 받아볼 수도 있고. 그 남자가 복학생스러운 멘트를 했다. “세상 참 좋아졌군.”
DCP-T500W는 브라더 오리지널 라미네이션 기술이 적용된 물건이다. 덕분에 대량 출력에도 끄떡 없다. 원래 전자제품이란 게 꼭 필요할 때 고장나지 않던가. 그 남자가 혼잣말을 했다. “브라더는 다를 거야, 브라더는!”
'프로 고학점러'의 브라더
그 남잔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DCP-T500W는 사실 복합기다. 기본 인쇄는 물론 복사나 스캔까지 가능하단 얘기다. 팩스는 빼고. 왠지 그 남자 복합기 사놓고 복사나 스캔은 굳이 문방구 다시 찾아갈 듯하다.
그 남잔 다짐했다. 2학기엔 브라더와 함께 프로 고학점러가 되겠다고. 새로운 용병을 고용했으니 2학기가 두렵지 않았다. 솔직히 좋은 프린터 사용한다고 레포트 내용이 좋아질 리는 없겠지만. 뭐, 동기부여는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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