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이 이제 불과 200일도 남지 않았다. 한국은 동계 올림픽을 포함해 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 육상 대회 등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를 거의 다 개최한 세계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스포츠를 이벤트로 보았지 산업으로 보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세계적인 행사를 개최하고도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한때 부산이 신발 산업의 메카로 부흥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생산만하는 하청산업으로 전락하다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제라도 스포츠를 국가적인 이벤트로만 보지 말고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의 하나로서 보아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을 기반으로 스포츠를 사랑하고 스포츠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 사례를 살펴보겠다.

이미 10년 전에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라는 이름으로 최첨단 IT 기술을 제조업에 활용한 독일은 경쟁력 강화 전략의 하나로 국가와 기업들이 주도해 4차 산업혁명을 시작했다. 혁신을 이루어낸 혁신적인 대표적인 회사로는 지멘스, 보쉬, SAP 등이 있었다. 독일이 시작한 스마트팩토리는 이후 소비재 제조에 필요한 모듈을 수출하는 회사들에게도 전파되어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스포츠 회사에서 적용하고 있는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이다.

2015년 아디다스 전체 매출 169억2000만유로(약 22조원) 중에 신발 매출은 83억6000만유로(약 11조원) 정도였다. 신발 매출이 50%를 차지하고 전체 영업이익률은 6.5%에 불과했다. 신발은 전통적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이므로 생산을 위해서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과 아시아에서 100만명 이상을 고용해야 했다.

본사인 독일에서 새로운 신발을 디자인하면, 그 디자인을 중국이나 동남아 생산 기지에서 생산하고, 국내외 물류 센터로 전달된 후 판매처에서 고객에게 판매되는 경로를 거쳐야 했다. 이럴 경우에 디자이너에게서 판매처까지 전달되는 데 통상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이런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한 아디다스의 전통적인 생산 방식으로는 고객의 트렌드와 취향을 즉각 반영하기가 힘들게 되었고, 점점 빨라지는 경쟁사의 선도 전략을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디다스는 2016년 5월 스피드 팩토리 모델을 발표했다. 생산지에서 늘어나는 인건비 상승 압력과 신속한 생산으로 디자인에서 생산하고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단지 10일밖에 안 되는 스피드팩토리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아디다스는 24년 만에 생산기지를 독일로 유턴하기로 결정했다.

스피드팩토리란 디자이너가 고객의 요청에 맞추어 고객과 함께 디자인을 진행하고 바로 생산해 6시간 만에 고객의 손에 제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취향을 즉각 반영할 수 있고 24시간 생산 가능한 로봇 공장에서 바로 생산하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의 주요 소비자 시장과 가까워져서 아시아에서 생산해 운송하는 데 따른 비용, 시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중국 공장에서 신발 한 켤레를 생산하는 데 3~4주 걸렸으나 스피드팩토리에서는 한 켤레당 5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아디다스는 2025년까지 로봇을 도입한 제조 현장에서 30% 생산성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실시간 서비스에 근접한 신속성, 개인의 취항을 고려한 개인화 및 맞춤화, 그리고 지역의 가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아시아의 생산에서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이 이루어지므로 인건비와 물류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얻었다.

세계적인 축제를 개최하느라 바쁜 한국과는 달리 독일은 스마트팩토리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스포츠를 국가 성장산업으로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