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은 어느 시기에 이민을 왔는지에 따라 고국인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다소 다르다. 70~8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이민을 온 경우 상대적으로 가난한 한국에서 살기가 어려워 이민을 온 때문인지, 당시의 한국만을 기억하기 때문인지 무엇이든 한국보다는 미국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유학을 왔거나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IT 쪽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국에 직접 취업한 교민들은 일부(자녀들의 교육이나 업무 후 개인 시간)는 미국이 좋지만 나머지는 한국이 훨씬 편리하고 잘 발달되어 있다고 믿는다.

물론 개인에 따라 생각의 차이도 크고 일반화도 어렵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동의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의 공중화장실이 미국에 비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공중화장실 비교는 대도시에 국한된 것이므로 뉴욕에 비해 서울의 공중 화장실이 훨씬 잘 되어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연간 5000만명(2013년 기준)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도시인 뉴욕에서 관광객들은 종종 화장실을 찾지 못해 낭패를 겪기도 한다.

뉴욕을 찾는 관광객이 대부분 가는 타임스퀘어 같은 장소에서는 급하다고 울상을 짓는 아이와 아이의 손목을 잡고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지하철에 아주 깨끗하고 넓은 화장실이 있고 친절하게 화장실을 가리키는 표지판도 여러 곳에 붙어 있지만 뉴욕의 지하철에는 화장실이 없다. 타임스퀘어 등 아주 소수의 지하철역에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뉴욕 사람들은 절대 이용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기차역에서는 화장실을 찾을 수 있지만 한국의 기차 화장실이나 지하철의 화장실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죽하면 예민한 사람들은 아예 기차역에 있는 화장실은 이용하지 않는다.

다급한 사람들은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의 레스토랑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지만 많은 레스토랑은 화장실에 비밀번호를 설정해서 고객이 아닌 경우에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한다.

의류점이나 소매점들은 상점 문 앞에 크게 ‘화장실이 없다’고 표시를 해놓아 용무가 급한 관광객들이 뛰어 들어오거나 자꾸 질문하는 것을 미리 피한다.

뉴욕시에는 무려 1700개의 공원이 있는데 이 중 700개에만 공중 화장실이 있는 등 뉴욕시 인구와 관광객 숫자를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하다. 뉴욕에 공중화장실이 부족한 것은 관광객들만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경찰들도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뉴욕에서 노상방뇨로 인해 뉴욕 경찰이 발부한 법원소환장이 무려 1만7740건이나 된다. 이는 경찰에 걸린 경우만 해당되니 실제로 노상방뇨가 일어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워낙 노상방뇨가 많다 보니 아예 노상방뇨를 경범죄에서 이보다 처벌이 약한 ‘위반’ 정도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뉴욕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과거 뉴욕시장이던 줄리아니 시장도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블룸버그 시장은 25센트를 내면 15분간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모양의 철제로 만든 유료 화장실을 뉴욕 전역에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2008년에 1대를 설치하고 2011년에 3번째 화장실을 설치한 이후 중단됐다.

엘리베이터 박스처럼 생긴 화장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인도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하고 차도나 소화전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또한 하수관 접근이 쉬워야 하며 전기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조건들이 어려워서 적절한 공간을 찾기 어려운 탓이다.

한국처럼 건물의 화장실을 외부에 개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반 사무실 빌딩의 경우 직원들도 신분증을 대야만 출입할 수 있을 정도로 폐쇄적인 곳이 많아서 쉽지는 않다.

마약거래를 하는 사람이나 노숙자 등이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뉴욕에서 공중화장실을 찾는 것은 당분간도 쉽지 않을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