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카페만큼이나 많은 게 빵집이다. 그중에서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게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통계청 자료를 봐도 프랜차이즈의 활약을 한눈에 알 수 있다. 2016년 통계청 기준으로 전국에는 1만7000여개의 빵집이 있고 그중 70%가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그러나 이런 압도적인 숫자의 위엄 앞에서 꿋꿋하게 국민에게 사랑받는 동네 빵집이 있어 눈길이 간다. 시간이 되면 놀라운 활약을 하는 전국의 동네 빵집을 돌아다니는 걸 빵지순례라고 하는데 한번 시간 내서 맛있는 빵을 맛보러 돌아다니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강남역에 가면 약속장소로 유명한 뉴욕제과가 있다. 60,70년대에 뉴욕제과는 독일빵집과 함께 전국 4대 빵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이들의 명성을 누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수입한 제과제빵 기술로 다양하고 맛있고 저렴한 제품을 내놓으니 동네 빵집이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독일빵집만의 그 달달함은 추억 속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위력 앞에 동네 빵돌이, 빵순이들는 문을 닫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슬프고 씁쓸한 동네 빵집의 추락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맛은 영원하지 않은 가 보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화려한 맛도 국민들을 싫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독특한 재료와 제빵 기술을 가진 동네 빵집들이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우리나라 5대 빵집이다.

우리나라 5대 빵집은 어디일까?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얘기하지만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곳은 서울의 ‘나폴레옹 과자점’, 군산의 ‘이성당 빵집’, 대전의 ‘성심당’, 안동의 ‘맘모스제과’, 광주의 ‘궁전제과’ 등이다. 이들 빵집은 자기들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빵을 만들어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게 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나폴레옹 과자점’은 광주의 ‘궁전제과’처럼 사라다빵으로 유명하다. ‘나폴레옹 과자점’의 사라다빵은 마요네즈를 많이 넣어 촉촉한 맛이 일품이다. 빵을 제대로 먹는 사람들은 하루 동안 마요네즈가 빵을 적시게 한 후에 먹기도 한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 위치한 ‘궁전제과’는 공룡알빵으로 유명하다. 이 빵은 딱딱한 바게트 속을 파서 그 속에 감자샐러드를 채워 넣었다. 빵을 먹으면 보통 목이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빵은 의외로 부드럽다.

대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튀김소보로빵으로 유명한 ‘성심당’이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찐빵을 팔기 시작했고 전쟁 후에 버려진 고아나 집을 잃은 노숙인들에게 빵을 무료로 나누어 주기도 해 착한 빵집이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성심당’은 단팥이 들어간 달콤하고 고소한 튀김 소보로빵이 가장 유명하며 ‘성심당’을 방문한 사람들은 택배로 주문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부추빵, 초코빵, 피자빵도 맛있어서 대전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 ‘성심당’이다.

군산에 가면 국내 1호 빵집으로 유명한 이성당이 있다. 군산시 중앙로에 있는데 해방되던 1945년에 개업해서 70년 넘게 영업 중이다. ‘이성당’은 단팥빵, 야채빵이 유명하다. 군산은 개항지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 ‘이성당’은 당시 일본인이 운영하던 가게를 인수해 문을 열었다. 당시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에게 제빵 기술을 전수하지 않아 일본인이 남겨두고 간 제빵기구로 맛을 재현했다.

안동을 대표하는 빵집인 ‘맘모스 제과’는 경상북도 안동시 남부동에 있다. 이곳은 크림치즈빵이 대표메뉴다. 2011년 <미슐랭가이드> 한국 편에 이 빵집을 소개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크림치즈빵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맘모스 제과’의 크림치즈 빵은 적당히 도톰한 빵에 크림치즈가 가득한 말 그대로 하얀 빵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맘모스 제과’에는 유자 파운드라는 메뉴가 있는데 케이크에 마른 과일을 많이 넣는 유럽과 달리 한국식으로 유자를 넣고 설탕과 레몬을 얹은 유자파운드를 개발했다.

이들 5대 빵집 외에도 서울 장충체육관 앞의 태극당 빵집과 전주 풍년제과, 부산 비앤씨 등도 우리나라 5대 빵집의 순위 안에 들어도 무방한 유명하고 오래된 빵집이다. 서울 수도권에서 건강한 동네 빵집으로 유명한 곳은 웰빙통밀빵집으로 알아주는 고양시의 ‘황금똥빵집’이 있고, 서초구 우암초등학교 앞에 가면 빵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무반죽법으로 빵을 만드는 ‘소울브레드’, 그리고 한남동 리움미술관에 그림을 보다가 잠시 맛을 보게 된 ‘오월의종’ 빵집이다. 이들 빵집은 자기들만의 건강레시피를 개발해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동네 빵집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건강빵에 대한 집념이다. 재료 자체를 엄선해 국산밀, 유기농 밀, 무방부제, 무첨가제, 자연효모, 자연치즈, 유기농 설탕, 천연버터 등을 사용한다. 우유와 계란도 매일 공급받아 사용한다. 좋은 재료가 인기를 끄는 첫 번째 비법이고 남들과 다른 독특한 맛을 개발하는 것이 두 번째 비법이다. 빵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동네 빵집의 부활은 참 반갑다. 이 글을 정리하며 시간이 허락된다면 반드시 빵지순례를 해보기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