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맞출 때, 어떻게 해야 자신과 딱 어울리는 한복을 지을 수 있을까?

여성 한복을 기준으로 보면, 크게 저고리와 치마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여성 한복은 속옷이 발달해 속옷을 여러 겹 겹쳐 입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속옷을 간략화하는 추세이므로 상당히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부분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 속치마, 속바지, 버선과 꽃신이라면 어느 정도 한복의 형태가 나오기 마련이다.

(전통)한복은 1인의 체형에 맞게 맞추어 입는 옷이므로 취향에 따라 형태나 사이즈를 변경할 수 있다. 몸에 딱 붙게 입는 것이 좋은지, 조금 넉넉하게 입는 것이 좋은지 정해진 바는 없다. 특히 저고리의 경우 집안 어른들의 것을 물려받아 리폼하는 경우도 있으나, 치마에 비해 신체 치수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다른 사람이 입던 것이 맞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어머니나 친척이 물려주는 한복을 입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폼을 한다고 해도 사이즈 변경 자체가 어렵고, 시대에 따라 사용한 옷감 종류와 형태가 다르다. 가장 손쉬운 리폼인 고름 변경, 거들지나 끝동 교체, 소매 모양 수선을 제외하고 깃 모양을 바꾸거나 품을 줄이는 등의 변신은 거의 불가능하거나 저고리를 망칠 수도 있다. 손 안 대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저고리를 만드는 공임비용을 따져 보았을 때, 리폼보다는 새로 제작을 추천하는 경우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55, 66 등의 정사이즈로 저렴하게 대량생산을 하는 한복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렇다.

요즘은 저고리를 지을 때 맞깃보다는 목판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몇 년 전까지는 돌림깃(고증에는 없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았다. 배래의 경우 직배래(소매가 직선)가 보다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한국의 60~70년대에 과장된 드레스 한복을 경험한 어른들과 한복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붕어배래만이 전통적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직배래든 붕어배래든, 사실 스타일과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한국의 근대화시기에 이르러 드레스 한복이 유행함과 동시에 지나치게 과장된 형태로 나타났던 붕어배래는 당시를 살았던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상징이기도 하다.

치마의 경우는 어떨까? 길게 맞출지, 복사뼈 근처나 종아리까지 오게 짧게 맞출지 구매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지만 얼마나 입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한다. 어떤 스타일로 맞춰야 더 많이, 자주 입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상체를 한 번 더 감싸주어 보다 슬림해 보이는 말기치마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부모님 연령의 어른들은 그것을 보고 기생한복이라 부르며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짧은 길이의 치마를 깡동치마라며 예쁘지 않다는 사견을 덧붙이는 한복집들도 많다. 하지만 말기치마는 양반가에서도 입었던 형태이며, 너무 긴 치마 길이가 부담스럽다면 조금 짧게 재단해 입는 것도 현명하다.

한복집마다 사장이 추천해주는 스타일이 있다. 어떤 한복집은 실제보다 더 넉넉하게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곳은 형태나 배색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보통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는 말만 믿고 그대로 진행한다. 올해의 새색시 한복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커뮤니티에 질문을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건데 ‘자신의 마음에 드는’ 한복을 지으면 된다. 자신이 예뻐 보일 수 있는 형태로, 마음과 손이 더 갈 만한 색깔과 형태로 맞추면 된다는 소리다. 무슨 의미일까. 한복 소비는 아직까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가족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전에야 새색시 한복이라고 하면 노란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 혹은 녹색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녹의홍상)가 법칙과도 같았지만 십여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예비신부들은 기본 흰색 혹은 미색 저고리에 레이스를 넣거나 분홍빛, 코랄색, 주황색 치마를 매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고 보면 양가 어머니는 신부 한복에 비해 저고리에 푸른색이나 붉은색을 넣는 등 더 과감한 배색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혼인 준비 카페를 둘러보다 보면 천편일률적인 배색이 대다수여서 좋아하는 색으로 지었다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간혹 그런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 배색을 바꾸라는 식의 댓글이 간간히 눈에 띈다.

전통배색이 크게 의미가 없어진 요즈음, 필자는 남들이 다 하는 배색을 굳이 따라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입는 사람의 얼굴색에 따라서, 좋아하는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 바꾸어 맞춰도 된다. 어차피 한복은 맞춤옷이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첫 한복 맞춤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결혼식 때인 것을 생각하면, 드레스의 경우 갖가지 스타일과 브랜드를 오랜 기간 고민하면서 한복을 고를 때는 색깔이나 원단만 가지고 고민하는 것도 못내 아쉬운 일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세상에서 단 한 벌뿐인 옷을 소유하는 순간이라면 남의 이목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