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은 본격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경쟁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에 일괄 리밸런싱 기능을 추가했으며 IBM의 인공지능(AI) ‘왓슨’ 도입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쿼터백자산운용 등 로보어드바이저 기업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 중이며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하이 로보(HAI Robo)’를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위비톡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진단이 가능한 ‘우리알파-로보’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파운트 등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과 제휴한 상품을 출시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등으로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이 예고되면서 은행은 물론 증권사 등 금융사 간 경쟁도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기업은행은 ISA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금융상품 매매까지 자동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여타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고객이 이를 따라 상품을 직접 사고 파는 방식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 중이다.

ISA에서 일임형 비중이 낮아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다른 분야에선 투자일임이 불가능해 매매는 고객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로보어드바이저의 실효성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은 상품을 조정하려면 기존 상품을 일괄 매도하고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에 집중하는 이유는 향후 은행에도 투자일임업이 허용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은행·증권업의 경계 중 하나가 무너진다는 뜻이며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커진다는 의미다.

 

극단적 판단 ‘NO’…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는 전통 자산배분 전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특히 정성적보다는 정량적이고 체계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에 집중한다. 쉽게 말해, 감정적인 부분은 배제하고 정확한 계산 하에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는 과거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계산력이 우수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특이한 상황(블랙스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인간도 ‘블랙스완’(Black Swan)과 같은 특수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투자자의 정성적 판단을 통해 리스크 회피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특수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 즉, 인간의 정성적인 판단이 반드시 우수한 결과를 보일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평균-분산보형’에 기반한 알고리즘을 갖추고 짧은 기간의 투자를 지양한다. 이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극단적인 대응을 하지 않음을 스스럼없이 내보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전략은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성과 수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 로보어드바이저도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치지만 패시브 인덱싱(Passive Indexing)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초과수익보다는 시장평균 수익을 추종하며 자산 리밸런싱을 통해 전체 수익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또 로보어드바이저는 과거 데이터를 가공해 미래 수익을 예측하는 한편, 과거 데이터는 미래의 데이터와 독립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렇다 보니 기본적으로 매수 후 보유전략(Buy and Hold)을 취하는 것이 운용성과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보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횟수를 줄임으로써 비용절감을 추구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기존 자산관리방식 대비 일반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비용절감’이다. 투자에 따른 수익이라는 것은 ‘예상’, ‘기대’ 등에 따른 불확실성 차원이지만 수수료 비용은 즉각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자산관리를 원하는 금융소비자라면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 마이크로화도 동시에

현재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표적 패시브 투자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런베스트(Learn Vest)는 수입·지출관리, 목돈 마련 등 재무설계서비스는 물론 은행, 신용, 대출, 투자, 모기지 등 계좌통합관리와 함께 고객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면 달성 가능한 금융솔루션을 제시한다.

또 퍼스널캐피탈(Personal Capital)은 수입지출 분석, 은퇴설계, 투자분석, 자산가치 분석 등 재무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문 어드바이저의 화상 컨퍼런스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퓨처어드바이저(Future Advisor)는 개인연금(IRA), 비과세 개인연금, 과세계좌 등에 특화된 알고리즘 자산배분 서비스, 절세 및 리스크 관리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고객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요청하기 전까지는 무료 서비스로 제공한다.

이렇듯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투자 포트폴리오 제공을 넘어 재무설계, 대출관리, 은퇴설계, 절세 관리 등 보다 종합자산관리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종합자산관리 형태의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함과 동시에 투자에 좀 더 집중하는 마이크로(Micro) 측면도 눈에 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포트폴리오 관리(박재연, 유재필, 신현준)’ 논문은 미국 대표 로봇어드바이저를 비교하고 이들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들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투자자의 투자 성향과 투자에 대한 목표에 따라 세팅(Setting)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슈왑인텔리전트(Schwab Inteligent)와 베터먼트(Betterment)는 투자자 개개인의 투자 목적에 따라 자산을 최적화하는 반면, 웰스프론트(Wealthfront)는 고객 맞춤보다 가장 기본적이고 대중적인 니즈(Needs)에 맞춰 포트폴리오 자산을 최적화한다.

또 슈왑인텔리전트, 베터먼트, 웰스프론트는 투자자의 투자위험과 투자목표에 대해 측정하는 방법이 각각 다르다. 슈왑인텔리전트는 질문지를 이용해 투자자가 얼마나 목적에 집중하는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투자기간은 얼마나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확인한다. 이 질문지를 토대로 개별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반면, 웰스프론트는 대중적인 방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만 고객마다 위험을 감당하는 정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고객에게 이득의 극대화를 원하는지 혹은 손실의 최소화를 원하는지 그리고 나이와 살아온 배경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투자자들의 성향을 분석한다.

한편, 베터먼트의 경우 대체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이나 성향을 포트폴리오 관리에 접근시키는 것을 지양한다. 투자자가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자주 확인하고 시장이 좋지 않을 때 처음으로 구성한 시점 대비 포트폴리오의 자산에 대한 위험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투자자의 의사결정도를 경계하는 것이다.

베터먼트는 은퇴설계를 제외한 여타 포트폴리오 관리에 있어서 자산배분곡선(Glide Path)을 이용한 자산배분방법을 이용한다. 은퇴시점에 가까워질수록 포트폴리오 전체 위험을 줄여 나가는 고정자산배분곡선(Static Glide Path)을 이용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미국 내 총자산 3위의 은행인 웰스파고(Wells Fargo & Company)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다른 경쟁사들보다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최소투자금액도 다소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은 웰스파고가 베터먼트나 웰스프런트 등 저렴한 수수료를 강점으로 하는 벤처기업들을 경쟁상대로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자사가 확보하고 있는 광범위한 고객층 및 다양한 서비스 채널을 기반으로 최적의 가격포인트를 설정하는 사업모델을 지향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로봇+휴먼… ‘하이브리드서비스’도 등장

이뿐만 아니라 시장충격 발생 시 로보어드바이저가 오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순수 로보어드바이저형보다는 휴먼어드바이저가 뒷받침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 중심으로 시장이 당분간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생애주기, 은퇴 혹은 절세 설계보다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로보어드바이저’라는 같은 이름하에 있지만 각각의 알고리즘은 독특하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보다 다양화된 서비스는 물론 웰스파고로부터 시작되는 가격 파괴 시도를 보면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도 이러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것은 편의성 측면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어떤 알고리즘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지 투자자들은 반드시 알고 이용해야 한다. 어쩌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우리와 평생을 함께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