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자산관리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배분에 따른 자산관리는 물론 재무·은퇴설계, 절세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초기단계임을 감안하면 ‘시작’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말 그대로 인공지능(AI)시스템을 활용해 사람이 재무설계나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AI시스템의 투자 추천에 따른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투자 성공확률일 것이다. 역사가 짧다 보니 누적된 데이터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제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소개하는 것은 개인 성향에 맞춘 로보어드바이저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와 이성적 판단을 뛰어넘어 투자자 감성까지 고려한 로보어드바이저 세계를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금융소비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금융사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하거나 특정 사이트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이용한 자가 진단 등을 통해 추천 상품을 직접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쉽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로보어드바이저별로 알고리즘이 다르다는 점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은 사실상 자산관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각각의 알고리즘을 구별하기 쉽지 않고 설령 구분한다 해도 해당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이 어떤 요인(Factor)에 기반한 것인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이제 투자자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모든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배분을 기본전략으로 성향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로보어드바이저가 다 똑같은 알고리즘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기본 투자철학은 물론 추구하는 목표,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수 선정부터 자산군 선택 범위까지 전부 다르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업체마다 전부 다르다고 보면 된다”며 “자기와 맞는 투자철학, 목표를 가진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을 강조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이 많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적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운용업체 선정에도 세밀한 특장점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마치 ‘금융의 알파고’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그만큼 기대치보다 실제 로보어드바이저의 실력은 예상을 하회할 수 있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지난해 9월 5일부터 지난 4월 16일까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베드’ 1회 차를 치렀으며 지난 3월 27일부터 오는 11월 21일까지 2회 차를 진행한다.

1회 차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의 상품 중 현재 운용이 중단된 상품을 제외하면 실제 운용상품은 30개이나 이 중 2개는 테스트베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나머지 28개 상품을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주체별로 보면 파운트가 5개로 가장 많고 이어 쿼터백자산운용과 디셈버앤컴퍼니가 각각 4개로 뒤를 잇는다. 한편,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주체별로 나누면 17개 업체로 구분된다.

<이코노믹리뷰>는 이들 알고리즘을 ‘위험추구형’, ‘안정·수익추구형’, ‘특이형’의 3가지로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성향파악, 자산배분, AI·ML 등 공통적이거나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부분은 제외한 여타 특징만을 고려했다.

[위험추구형] 로보어드바이저로 주식투자를 하고 싶다면?

일반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는 ETF 상품이 주력이다. 또 상장지수채권(ETN) 등 여타 파생결합상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ETF, ETN과 같은 상품을 통틀어 ETP라 부른다. ETP의 특징은 체계적 위험(시장 위험)에만 노출되기 때문에 주식 등 개별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배분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개별 주식들을 편입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도 있어 눈에 띈다.

이에 해당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은 비에스엠아이티의 ‘FABOT(파봇)’, 에스비씨엔의 ‘SRS-S1’, 예스스탁의 ‘웰스멘토밸류’,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의 ‘아이로보알파’, 빅트리의 ‘BIGBOT클래식’, 인텔리퀀트의 ‘아이콘-알파’, 한화투자증권의 ‘스마트 로보Q’ 등이다.

이들 알고리즘의 일부는 심지어 주식 100% 혹은 주식형 ETF 등 초고위험 자산만을 편입하는 포트폴리오가 존재할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공격스타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초저위험 포트폴리오의 경우 RP, 채권형 ETF·ETN 등을 활용해 손실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는 만큼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안정·수익추구형] 예·적금 수준 수익이 싫다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배분 전략을 추구하는 만큼 안정·수익추구형에 속하는 알고리즘이 가장 많다. 이 중 파운트는 우리은행,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이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했으며 주목적은 최적의 자산배분이다.

과거의 기록으로 미래 수익을 기대하지만 과거와 미래의 데이터는 독립적이라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만큼 위험을 회피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쿼터백자산운용은 KB국민은행, SK증권과 함께 수익률 하락 방지에 집중하면서도 변동성 대비 수익률 극대화에 집중하는 등 위험회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디셈버앤컴퍼니는 신한은행, NH투자증권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하고 국내외 ETF 등을 활용해 다소 공격적이면서도 분산을 통해 자산배분이라는 기본 안전성을 유지한다. 아울러 포트폴리오별 감내 가능한 위험 수준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점이 돋보인다.

한편,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양한 투자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두 증권사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은 전통 증권사답게 ‘블랙-리터만 모형’을 기반으로 그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특이형] 나만의 ‘뭔가’를 원한다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라 하면 ‘나만의 자산관리’를 원한다. 하지만 이를 100%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아무리 기술을 통해 투자자 성향을 파악하고 자산배분을 하더라도 결국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제시하는 포트폴리오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볼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인텔리퀀트의 ‘아이콘-알파’, 한화투자증권의 ‘스마트 로보Q’이다. 이들 상품의 알고리즘은 인공지능 자산관리 업체인 인텔리퀀트가 제공하며 가장 큰 특징은 포트폴리오 유형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투자자의 목표수익률, 손실감내수준 및 투자금액의 규모 등을 모두 고려한 다양한 포트폴리오 유형을 산출해 운용한다.

NH농협은행의 ‘NH로보-PRO’는 퇴직연금전용 로보어드바이저로 퇴직연금 상품과 적립금의 안정적인 장기 자산운용에 적합하게 설계한다. 은퇴설계와 연계해 자산운용 목표에 따른 은퇴 후 현금흐름 분석도 가능하다.

두물머리의 ‘불리오’ 하면 ‘펀드슈퍼마켓’이 떠오른다.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한 로보어드바이저로 행태재무학에 근거해 리스크와 수익의 관계를 보다 명료하게 드러내는 사용자 성향을 분석한다. 이어 단순 자산군 기반 모델 대비 리스크 분산 효과가 우수한 멀티 팩터(Multi-Factor) 모델을 사용해 보다 투명한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포트폴리오 안전성을 향상 시킨다. 이를 통해 뚜렷한 운용스타일, 지속적인 초과성과, 장기 운용실적과 안정적인 운용규모로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들을 선별해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 기여도를 극대화한다.

이처럼 로보어드바이저 상품들은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분명 다르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특징을 살펴보고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거나 사라졌던 당신의 투자 철학을 바로 잡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