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VIP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오현석 지음, 미래의창 펴냄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해리 역)가 건달들을 손보기 전 던지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매너가 성공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20여년간 국내 최고 호텔의 호텔리어로 수많은 VIP들을 만나 보니, 그들에겐 공통적인 ‘조금은 특별한’ 생활습관, 매너들이 있더라는 얘기다. 호텔 VIP들이 모두 타고난 부자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금수저보다 흙수저 출신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남 탓을 하며 좌절하지 않고 성공을 일궈냈고, 동시에 자존감을 잃지 않는 품격 있는 태도와 굳건한 신념, 타인에 대한 배려심, 그리고 이런 것들이 몸에 밴 생활방식을 통해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책에는 저자가 목격한 호텔 VIP들의 생활습관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일견 사소한 듯하지만 배울 점이 많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매너들이다.

호텔 VIP들은 무엇보다 시간과 시간약속을 중요시한다. ‘8월 1일 월요일 12시 05분 K회장님 5명’ 호텔 예약 대장에 이렇게 적혀 있으면 신입 호텔직원은 선배에게 “혹시 12시 50분이 잘못 적힌 게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일반인들은 시간을 1시간이나 30분 단위, 아무리 쪼개 써도 최소 10분 단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VIP들은 시간을 5분 단위로 쓴다. 그런 만큼 약속도 정확하게 지킨다. 자연히 예약을 중시한다. 그들은(그들 비서는) 호텔 레스토랑에 예약한 뒤 예약 전날 확인전화를 호텔직원보다 먼저 건다. 만에 하나 호텔 측 실수로 예약에 착오가 생길까 미리 확인하기 위함이다. VIP와 함께 만나는 고객들도 대부분 레스토랑에 사전 확인전화를 걸어온다. VIP가 약속을 중히 여기므로 함께 만나는 고객들도 미리 일정체크를 하는 것이다.

호텔 VIP들은 반드시 명함으로 인사를 나눈다. VIP라고 해서 구두로 자신을 소개하는 법이 없다. 명함이 떨어졌을 경우 동행한 비서에게 여분의 명함이 있는지 확인하거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명함을 가져오도록 한다. 명함은 명함지갑에 넣어 사용한다. 양복 호주머니나 현금 지갑 속에서 구겨진 명함을 꺼내는 일이 없다. 받은 명함은 상대의 이름과 직책을 다 외울 때까지 테이블 오른쪽에 올려둔다. 미팅 후에는 받은 명함을 별도로 정리한다. 이 때문에 VIP의 명합지갑은 늘 홀쭉하다. 일반인들의 명함지갑이 정리 안 된 타인의 명함들로 언제나 불룩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일반인들의 현금지갑은 주민등록증, 회사 신분증, 운전면허증, 학원수강증, 헬스클럽 등록증, 각종 멤버십카드, 현금, 수표, 동전 포켓, 신용카드, 카드 영수증, 명함, 할인쿠폰, 메모지 등으로 ‘터질 듯’ 두툼하다. 하지만 VIP들의 지갑은 항상 깔끔하다. 신분증과 약간의 현금, 주로 사용하는 카드 몇 장만 지갑에 넣어 다닌다.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와 나머지 내용물들은 별도의 카드 지갑에 담아 손가방 등에 넣는다. 현금지갑은 바지 뒷주머니가 아니라 상의 안주머니에 단정하게 넣어야 한다. 현금은 가급적 새 지폐를 골라 지폐의 인물이 그려진 부분을 앞면으로 해서 나란히 맞춰 지갑 속에 넣어둔다. 저자 경험에 VIP가 호텔 레스토랑 계산대 앞에서 각종 내용물이 뒤죽박죽 뒤섞인 두툼한 현금지갑을 꺼내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VIP는 일반 고객과는 걸음걸이에서 차이가 난다. 호텔리어는 레스토랑 입구 쪽을 보지 않고도 고객이 들어오고 있음을 알아챈다. 카펫에 신발이 쓱쓱 끌리는 소리로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VIP들의 경우 발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발을 끌며 걷지 않기 때문이다. 바닥이 대리석일 때 VIP들의 발소리는 ‘또각또각’ 소리가 나고, 일반고객은 ‘딱, 찌이익, 끽’ 소리가 난다. 발소리의 차이는 걷는 자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VIP 대부분은 어깨를 항상 당당하게 펴고, 허리를 반듯이 세우고, 고개를 들어 시선을 전방에 두며 걷는다. 걸음걸이에서도 의욕과 자신감, 품위가 드러난다. 그들은 지위 고하나 갑을 관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보는 쪽이 인사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다. 먼저 인사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남들을 좀 더 기분 좋게 해주는 VIP들의 인사 매너다.

심리학 용어에 ‘런천 테크닉(Luncheon Technic)’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게 되면 뇌의 쾌락중추가 반응하여 함께 먹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들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좋다고 느끼게 된다. 맛있는 음식으로 인한 쾌락 때문에 무의식 중에 상대와의 대립을 피하려는 태도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상견례처럼 어려운 자리일수록 좋은 레스토랑에서 가지려고 경향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하필 저녁식사인 디너가 아니라 점심인 런천일까. 점심은 저녁식사에 비해 격식과 비용에서 부담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VIP들은 점심식사 런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침식사 조찬은 시간적 부담이 커서 대부분 공적 미팅이나 세미나로 활용된다.

책에는 이 외에도 △옷을 잘 입어야 격이 올라간다 △미소가 성공을 부른다 △타인의 취향을 섬세하게 배려한다 △불만을 표시하는 남다른 방법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직원의 이름을 부른다 △칭찬 한 마디도 구체적으로 한다 △선물에도 매너가 필요하다 △모르는 것은 그 자리에서 배워 간다 △듣는 자세가 다르다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다 △수첩을 늘 가지고 다닌다 △메뉴의 가격이 아니라 메뉴의 내용을 본다 △레스토랑, 입구에서 기다리자 등 다양한 어드바이스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