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한 나라의 문화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떠한 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여러 나라의 고유문화를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 외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떠나기도 한다. 일부는 유학을 통해 짧거나 긴 시간 동안 한 나라에 동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어떠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한다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다소 이득이 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만약 언어와 문화의 두 마리 토끼를 국내에서 잡고 싶다면 나는 단연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를 통해 한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동시에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 것이 언어를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실제 원어민들이 말하는 속도와 여러 가지 축약 및 연음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영화를 통해 언어를 익히는 것 보다는 그들의 문화를 엿보는 좋은 도구로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필자는 미국인들의 문화를 알 수 있었던 몇 가지 영화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3D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은 아바타.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 문화를 떠올렸다. 외부세력에 의해 토착민의 문화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아바타의 세계와 그것을 지키고자 마을 주민들이 원을 그리며 앉아서 기도하는 모습이 영화 중간에 등장한다. 이는 흡사 콜럼버스가 처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시점의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미국 유학 시절 한동안 인디언 문화에 대해 심취했던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섹스앤더시티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뉴요커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잘 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24시간 동안 불이 꺼지지 않는 유일한 주는 뉴욕이라는 것을 미국에서 살아본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0개로 이루어진 수많은 주 중에서 밤 9시가 넘어가면 정적인 흐르는 대부분 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밤 문화를 이 드라마가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을 말이다.

볼링포콜럼바인 이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에서는 실제 미국인들의 총기 소지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 미국인들의 총기 소지와 미국의 이익단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국의 문화는 그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배경지식이 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역차별제도 중 하나인 'Affirmative action(소수집단우대정책)'이라는 영어 단어는 일반인이 접하기 쉽지 않을 뿐만아니라, 단어 자체가 포함하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 단어들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쉽게 이해하고 머리에 각인시킬 수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라는 유명한 미국 의학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 'Affirmative action(소수집단우대정책)'의 사회적 문제를 각인시키는 장면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시카고에 위치한 대형종합병원의 한 흑인 의사 이야기를 배경으로 소수집단우대정책 문제를 풀어낸다. '흑인'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 의사는 시카고 병원 입사 시험에서 미흡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미국의 인종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받기 쉬운 이들에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주자는 사회적 배려로 의사는 병원에 고용된다. 흑인 의사는 자신이 병원에 고용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진 사회적 배경과 미국의 정책에 대해 애환을 토로한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등장하는 이 흑인 의사 이야기는 미국에서 차별받기 쉬운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소수집단우대정책이 잘 반영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때 필자도 미국 유학시절 영어를 배워야 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헛되이 보내지는 않는지 불안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그때 필자에게 미국인 친구가 한 말이 있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를 떼놓고는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미국인들과의 파티에서 참석해 보고 그들이 자주 가는 레스토랑에 그 나라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자주 접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그 나라의 문화를 많이 접해보려고 했던 나의 노력이 지금의 영어 구사 능력과 이해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영화를 잘 활용한다면 언어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교육 환경을 갖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오프라인 학원에서부터 온라인 강좌까지, 서점에는 언제나 영어 관련 서적이 즐비하다. 안타까운 것은 영미권 문화의 자연스러운 체득을 위한 영어공부법은 일반 영어공부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을 받는다. 교재를 만들거나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도 문화가 언어를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권 영화는 자연스러운 영어 습득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언어는 한 나라의 문화다. 동시에 영화도 한 나라의 문화를 대변한다. 영화를 보고 문화를 배우며 언어를 익히는 것이야말로, 언어를 언어로써 받아들이기 위한 최적의 수단 아닐까. 동시에 영화는 가장 저렴한 영어 교재다. 많은 사람이 영화가 국내 영어교육법의 엇나간 시선을 바로잡을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알고, 동시에 영화를 교육 수단으로써도 잘 활용하길 이 글을 통해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