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에 거의 100m 접근하는 일이 지난 23일 벌어졌다. 중국 전투기는 미군 정찰기 아래 쪽에서 비행하다 갑자기 상승해 정찰기 앞을 가로막아 정찰기가 회피 기동을 하기도 했다. 미국 정찰기는 비 무장에다 호위기가 없은 반면, 중국 전투기는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 전투기는 미국의 F-16, 프랑스 미라지, 러시아의 수호이 27 전투기에 종종 비견되는 중국의 주력 전투기인 J-10이다.

중국 전투기가 미군 항공기를 차단하거나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또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미국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중국 전투기의 기술력이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中 J-10, 동중국해 상공에서 美 정찰기 비행 차단

중국의 J-10 2대가 23일 칭다오 남쪽 80해리(148km) 지점의 동중국해 상공 공역을 비행 중인 EP-3 전자 정찰기에 접근했다고 미국 국방부 대변인인 제프 데이비스 해군 대령이 24일(미국 현지시각) 전했다.

▲ 미군 신호정보수집 정찰기 EP-3. 출처=미 해군

 

이 중 한 대는 정찰기 아래 쪽을 비행하다 갑자기 위로 솟구쳤고 이에 EP-3은 회피기동을 해야 했다.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사이의 거리를 불과 90m 정도였다. 자칫 잘 못했다면 두 항공기가 충돌했을 수도 있었다. 오판에 따른 교전 가능성도 충분했다.

물론 교전이 벌어졌다면 무장한 J-10이 비무장에다 호위기도 없는 EP-3에 압승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투기는 무선 교신에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P-3은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신호정보(시진트) 수집 정찰기로 P-3 오라이언 해상 초계기를 개조한 것이다. EP-3는 함정과 전투기 등의 전파 신호를 수집해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과 일본이 운용한다. 미 해군 팩트파일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길이 35.57m, 높이 10.27m, 동체 포함 날개 너비 30.36m다. 자체 중량 35t,연료와 장비 등을 모두 싣고 이륙하는 최대 이륙중량은 64.4t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745km,순항속도는 644km이며 최대 항속거리는 5556km, 최고 상승한도는 8.6km다. 조종사 포함 22명이 탑승한다.

EP-3의 정찰과 관련, 미군은 "정찰기는 통상 임무(routine mission)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군사 매체 신랑(新浪)군사망은 25일 "칭다오에 있는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엿보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랴오닝함과 052D형 최신형 이지스함 등 신형 함정 정보, 서해안 인근 지역에서 발사하는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중 항공기 충돌로 중국 조종사 숨지기도

이번 사건은 올 들어서 세 번째다. 5월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공군 소속 Su-30 전투기가 한반도 주변에서 핵폭발 징후를 탐지하기 위해 공기 샘플을 수집하고 있던 미국 공군의 보잉 WC-135 컨스턴트 피닉스 항공기를 동중국해 상공에서 차단했다.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하기 며칠 전에 미국의 P-3C 오라이언 해상 초계기와  중국 정찰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불과 1000피트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유사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지난해 6월 J-10이 동중국해 상공에서 미군의 보잉 RC-135에 100피트 이내까지 바싹 다가섰다. 그보다 한 달 전인 5월에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선양 J-11 전투기가 EP-3 정찰기의 50피트 이내 거리까지 다가오기도 했다.

2001년 미군의 EP-3와 중국 J-8IIM 전투기가 충돌해 추락하면서 조종사가 숨지고 EP-3는 하이난섬에 비상착륙하는 최악의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24명의 미국 승무원들은 11일 동안 중국에 억류됐고 미국이 중국에 사과한 후 풀려났다.

미군 정찰기 밀어내는 주역 J-10은 어떤 전투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09년 9월 양국 항공기들의 공중 충돌을 막기 위한 협정에 서명하기도 했지만 두 나라 항공기들은 여전히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계속하고 있다.그 주역이 중국 공군 주력기인 J-10이다.

▲ 중국의 4세대 전천후 다목적 전투기 J-10. 출처=월드에어포스닷컴

 

J-10은 중국 최초의 현대식 전투기로 전천후 다목적 전투기다. 중국이 보유한 4세대 전투기로 260여대가 실전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항공기 제작업체인 청두항공기공업그룹 개발한 전투기다. J는 섬격(殲擊)을 뜻하는 중국어 젠지의 머리 글자에서 따왔다. 서방에는 ‘맹룡(猛龍)’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J-10C형은 4세대 항전장비와 전자주사위상배열(AESA) 다기능 레이더, 최신 엔진을 탑재하고 반 스텔스 기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15.49m, 동체 포함 너비 9.75m, 높이 5.43m에 조종사 1명이 탑승하는 단좌형 전투기다. 자체 중량 9.75t이다. 연료와 무기를 탑재한 최대 이륙중량은 19.277t이다. 최고속도는 고공비행시 마하 2.2, 저고도 비행시 마하 1.2다.

날개와 동체 하부 11곳의 무기 장착대에 사거리 70~100km의 PL-12 공대공 미사일과 레이더유도폭탄, 공대함유도탄 등 각종 무기를 장착한다. 가까이서 적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23㎜ 기관포 1문도 있다.

작전반경은 550km, 항속거리는 공중급유 시 1850km다.

미국은 이처럼 날쌘 중국 전투기의 비행을 ‘안전하지 못한’ 기동이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국은 자국 영공 부근의 공역에서 미군의 감시 비행이나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 내 미해군의 작전이 중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국익 추구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