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면 환자는 자기  몸 안에 암세포가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재빨리 암세포를 떼어내는 수술을 원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초기 전립선암 환자가 적극 절제 수술을 받는 게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모든 암은 '조기 치료'가 답이다? 전립선암은 예외일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적극적인 검사로 조기 진단 환자 늘어

전립선암은 한국인에게 발생하는 전체 암 중 7위, 남성이 걸리는 암 중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립선암에 걸리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 서구화된 식습관, 가족력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암은 1999년 이후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는 암이다. 이같이 전립선암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데는 사회의 고령화, 서구화된 식습관이 큰 요인이 되지만 전문가들은 전립선암 검사를 적극 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

전립선암의 진단은 직장수지(手指)검사,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 초음파 검사, 전립선 생검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한다. 이 중 혈액 검사로 간단하고 저렴하게 끝낼 수 있는 PSA가 등장하면서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이 크게 늘었다. 검사에 드는 비용은 환자 본인부담금 기준으로 약 6000원선으로 부담이 없다.

PSA는 전립선의 세포에서 만들어지고 정액을 액체화하는 데 관여하는 효소로 전립선암이 있으면 수치가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PSA 수치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같은 질환을 갖고 있을 때도 상승한다.

모든 암은 ‘조기 치료’가 답? 전립선암, ‘예외’

많은 사람들은 모든 암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PSA 검사 이후 적극적인 치료가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였을까?

영국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소 전립선암 환자를 수술하든 방사선치료를 하든 환자의 10년 후 생존율에 큰 차이가 없다.

이 연구에 참여해 암으로 진단받은 1643명의 남성 중 545명은 모니터링만 받고 553명은 절제 수술, 545명은 방사선 요법을 받았다. 10년 뒤 사망자는 총 17명이었는데 모니터링만 받은 집단에서 8명, 수술군에서 5명, 방사선요법군에서 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구팀이 NEJM에 최근 게재한 연구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이 모니터링만 받은 전립선암 환자 364명과 수술한 환자 367명을 2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자수는 그룹별로 각각 223명, 245명으로 거의 비슷했다.

초기 전립선암 수술 효과 의문 불구, 환자들은 수술 선호

의료계에선 전립선암을 초기에 적극 치료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퍼지고 있다. 암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도 중요하기 때문. 전립선암 수술의 부작용으로는 발기부전, 요실금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환자의 일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전립선암 환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이어서 수술이 몸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수술보다 모니터링이 더 좋을 수 있지만 환자들은 자기 몸에서 완벽하게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티스블로리 미국암협회 수석 의학책임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PSA검사와 전립선암 치료로 100만명이 넘는 미국 남성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종 환자들에게 모니터링만 받는 것을 제한하지만 이를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며 초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수술이나 방사선요법을 받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초기 전립선암의 불필요한 치료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설득에 더불어 환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PSA 검사 건수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해 10만회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