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중심이 되어 출범한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가 핵심인 카카오뱅크가 27일 공식 출범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단순한 핀테크 이상의 가치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고무적인 평가가 중론이지만, 은산분리와 같은 중요한 논의들이 결론나지 않아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카카오뱅크 전용 체크카드. 출처=카카오뱅크

명실상부 투톱체제

카카오뱅크가 출범한다. 27일 서울 서초구 올림픽대로 세빛섬에서 출범식을 가지고 대고객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11월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은 후 지난 4월 본인가를 마친 상태에서 최근인 5월부터는 실거래 운영 점검을 거쳐 기초체력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는 출범 70일만에 여수신 목표금액 1조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지난달 15일 기준 케이뱅크는 여신 5200억원, 수신은 48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연결하고(connect), 확장하고(broaden), 나누는(share) 금융 실현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카카오의 본능이 그대로 재연된 분위기다.

케이뱅크도 마찬가지지만 카카오뱅크의 강점은 비대면 모바일 거래와 영업비용 절감에 따른 이용자 수익 극대화에 있다. 여기에 ICT 경쟁력이 가미되어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겠다는 복안이다.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은 한 자릿수 금리로 제공할 계획이며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인프라를 도입해 정교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고객의 재정관리,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등 고객 서비스 고도화도 함께 진행한다. 추후 인공지능 및 '봇' 경쟁력도 보여줄 전망이며 스마트폰의 모바일앱(One Mobile App)만으로 완결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전용 체크카드까지 공개한 상태에서 유통기업 롯데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생활과 핀테크 사업의 간격을 좁힌다’는 각오도 보여줬다. 이베이(G마켓, 옥션), 넷마블, YES24 등 카카오뱅크의 주주사들을 역량을 활용하는 것도 당연히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카카오뱅크 초기 서비스의 핵심은 해외송금 서비스다. 수수료를 크게 낮춘 해외송금 서비스를 통해 기존 금융권이 보여주지 못한 신선한 충격을 주겠다는 뜻이다. 5000달러 이하는 5000원, 5000달러 이상은 1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시중 은행과 비교해 10%에 불과한 수수료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홍콩 등 22개국에서 당장 해외송금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며 국내 금융권 전반에 일종의 메기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핀테크의 발전이 IT의 영역을 넘어 시장재편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혁신적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출처=카카오뱅크

리스크는 있다

케이뱅크의 성공적인 행보에 카카오뱅크의 출범이 이어지며 인터넷전문은행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 호불호가 갈린다. 고무적인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도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고무적인 변화로는 IT 플랫폼 사업자의 방식이 금융권으로 파고들어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장면이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거래와 더불어 점포없는 은행이라는 특수성에 찾을 수 있는 저렴한 비용효과, 나아가 ICT 기술의 정교함으로 무장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이미 존재하는 은행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금리는 물론 자체 빅데이터를 이용산 신용등급 산정이 가능하고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지원하는 한편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통한 가입자 유치 등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케이뱅크 출범식.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케이뱅크도 마찬가지다. 통신사의 플랫폼 전략이 ICT와 금융과 만나며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영역까지 거침없이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궁극적으로 ‘카우치 뱅킹(쇼파은행/쇼파에 앉아 인공지능 등의 도움으로 스스럼없이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개념)’을 추구하며 스마트홈과 연계된 인터넷전문은행을 표방할 수 있는 자신감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간편결제에서 간편송금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핀테크 기업의 약진과 나름의 시너지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금융권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KEB하나은행은 26일부터 휴대전화 번호만 알고 있으면 바로 해외송금이 가능한 1Q 트랜스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NH농협은행도 모바일 직불결제 플랫폼인 NH앱 캐시를 시작했다. 특히 KEB하나은행의 경우 카카오뱅크 해외송금 서비스 지역이 아닌 중국과 인도네시아까지 송금 가능지역 대상에 넣어 눈길을 끈다. 강력한 기존 인프라를 가진 상태에서 이제 태동하기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의 허점을 찌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치를 더욱 확실하게 정립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 ‘상식’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바 있다. 24시간 365일 은행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부각시키면서 이를 ‘당연한 상식’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또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핀테크 서비스를 스며들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생활밀착형 서비스, 낮은 수수료, ICT 기술의 발전만 내세우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특히 ‘금전적 이득’만 내세울 경우 초기에는 준수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지속가능한 사용자 경험을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존 금융권에 탄탄한 인프라를 가진 은행들이 빠르게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취약점을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송료 무료와 로켓배송을 내세우며 초반 업계를 주도했으나 최근 위기에 직면한 쿠팡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뜻이며, 스마트폰과의 연동 이상을 보여주기 어려워 아직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스마트워치 시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가장 큰 리스크는 역시 은산분리 규제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사실상 가로막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모범규준을 내놓는 가운데 은산분리 규제 자체는 완화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말 부족한 재원을 이유로 인기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이 자체적으로 가능하다”며 문제없다는 주장이지만 업계에는 벌써부터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규준이 나오기 전 인터넷전문은행이 버티기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하반기 3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 난관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통과에 따른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 여야간 이견으로 법안은 표류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출범해 인터넷전문은행 투톱체제가 완성되어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가 여전한 상태에서 낮은 지분으로 케이뱅크의 KT, 카카오뱅크의 카카오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자본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