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단둘이 며칠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제목은 회갑 맞은 남편 위로하기였습니다.

초반에 현지 적응하기까지 몇 가지 해프닝을 겪으며

나이든 느낌에 탄식한 것을 빼고는 너무 좋았습니다.

 

우선 오랜 비행 끝에 현지에 내려, 몸과 마음이 정상이 되는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런 나에게 아내도 놀라고, 나 자신은 더욱 놀랐습니다.

내비가 장착된 차를 빌려 목적지로 가는데, 평소 기계치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와이파이가 안되어 구글맵도 소용없고, 거기 내비는 한국서 오륙년전에 썼던 시스템이고..

아내 앞에서는 영원한 남자이고 싶었는데, 어설픔 그 자체였습니다.

그건 이제까지 여행에서 직장 후배나 아이들이 해주는 것에 익숙했던 후유증이었겠지요.

게다가 대형 사고(?)까지 내고 말았습니다.

선셋과 별을 보러 현지서 가장 높은 산에 올랐으나,

운무 가득한 날씨로 아쉬움 끝에 돌아선 길 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멋진 일몰의 풍광이 나타난 겁니다.

길가 바로 옆의 갓길은 위험하다 싶어,

갓길 옆에 위치한 자갈길로 급히 차를 틀었는데 아뿔싸!

거기는 내리막길에 브레이크가 파열된 차를 위해 조성해놓은

완충용 자갈길이었으니 푹 빠질 수밖에요.

어두워지는 시간이었고 차도 별로 없었습니다.

한참을 길가에서 히치하이크를 시도했으나,

거기도 그 시간엔 차를 세워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황홀한 일몰의 한편으로 걱정하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바로 그때 우리를 지나친 차가 후진해서 다가오더군요.

10살 아들과 함께 내린 중년 사내가 우리 사정을 듣더니,

고맙게도 우리와 함께 바퀴 앞에 자갈을 치우고, 내게 조심스레 운전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갸륵한 정성에도 불구하고, 차는 더 박히고 말았습니다.

아무 장비가 없는 우리로서는 911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지요.

막 전화를 하려는데, 지나가는 견인차를 만난 겁니다. 기적같은 일였지요.

그레이트 땡큐를 도와준 부자에게, 우리를 끌어 내준 견인차 청년에게 날렸습니다.

 

어두워진 시간 돌아오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여행 중 많은 친절을 받았는데,

‘과연 나는 살면서 베풀며 살았는가?’라고 자문이 되었습니다.

나를 도와준 그 아이에게 ‘너희 아빠가 최고’라고 말해준 것은 정말 잘한 일였습니다.

그 아이처럼 내 아들도 내 좋은 얘기를 듣도록 살 것과

스마트폰, 내비같은 기계에도 열린 마음으로 젊게 살리라 다짐했습니다.

그게 아내에게 영원히 남자가 되는 최소 자세라 생각하면서 말이죠.

에구구! 아직 열심을 내야 할 나이입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