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위해 내 놓은 6·19 대책이후 한 달이 지난 현재, 서울 아파트 값은 오히려 더 많이 올랐다.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 뛴 이면에는 고질적인 공급부족 문제가 있다. 이처럼 도심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근 공실이 넘치고 있는 중소형 상업빌딩을 주거 시설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오피스의 높은 공실률을 도심 내 주거수요와 맞바꾸자는 아이디어다.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업무지구의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도심 오피스 공실은 넘치는데...수도권, 여전히 '주택난' 

부동산114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7~21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41% 상승하며 전주(0.29%) 대비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6·19대책 발표 직전 상승률(6월 둘째 주 0.32%)을 넘어섰다. 6·19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누적 상승률은 1.26%로 영향력이 사실상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6.19대책을 발표한지 한 달 만에 서울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일반 아파트 가격이 모두 오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으로 서울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을 지목했다. 지난 6월 한국은행이 부동산 전문가 2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올 상반기 주택매매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금리변화·정책요인·지역경제상황·인구변화·기타 등이 아닌 ‘주택입주물량’ 부족과 ‘도심재정비사업’을 꼽았다.

이같은 주택 부족 문제로 서울 인구는 경기권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서울시 추산 2016년 시도별 순이동 인구현황 중 서울지역의 순유출이 약 1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서울 이탈자 중 70%에 해당하는 약 9만8000명이 이주 사유로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을 드렀다. 고용불안과 함께 임대료의 과중한 부담을 안은 서울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도심속 오피스를 주거공간으로 탈바꿈 시킬 수만 있다면...

이에 따라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도심속 오피스 공실을 주거용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주택 부족문제는 해결되고 있지 않는 가운데 오피스 공실률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이 추산한 2분기 서울시 소재 1142개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10.6%(대형 10.7%, 중소형 7.2%)였다. 특히 주택이 부족한 도심, 여의도·마포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더 높아, 각각 13.0%와 9.9%로 전분기 대비 0.9%포인트, 0.6%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디벨로퍼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산업이 양극화되면서 대형 프라임빌딩은 대규모 임차로 공실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반면, 꼬마빌딩이라고 하는 소형 빌딩들의 수요는 점차 줄고 공실률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민성 델코리얼티 회장은 "대도시가 일자리와 인구 증가만큼의 충분한 주택을 도심에 공급하지 못하는 문제는 세계 다른 도시들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라면서 그  원인으로 주택 임대·구매 수요 증가와 토지 부족 등을 꼽았다.

최 회장은 "오피스 빌딩을 주택으로 만들어 주면 청년들에게 공급해 서울 이탈을 막고 주택 가격 급상승을 막을 수 있다"면서 "용도 변경 등을 통해 도심의 주택 고밀도 개발을 허가하는 대신 주택 건립이나 기부채납을 의무화하는 방법 등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도 주거전환 사업... 해외에선 '대성공' 거둬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도심 내 낡은 오피스를 주거 용도로 전환하는 방식의 도시재생이 활발히 진행됐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뉴욕에서 오피스 건물을 임대 아파트나 분양형 아파트로 용도 전환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당시는 맨해튼 오피스의 공실률이 약 25%에 달하던 때였다. 지금은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가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낡은 오피스건물을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 타워’라는 주거 복합 건물로 개발해 성공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1996년 시카고 모터 클럽 앤 더 싱어 빌딩이 분양형 아파트로 전환된 사례가 있었고, 현재까지 약 30개 건물이 주거용으로 전환됐다. 필라델피아에서는 25년 동안 오피스 물량의 10% 이상(약 65만㎡)이 주거용 건물 또는 호텔로 바뀌었다. 다른 대도시인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어번랜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영국, 호주 등은 오피스 빌딩으로 주거로 전환하는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지난해 25만1000㎡의 시내 오피스를 2020년까지 주거용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고 영국 정부는 연간 4000개의 빌딩을 전환시킨 시범사업을 영구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도 2018년까지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의 중심지 오피스 면적 37만2000㎡를 전환할 계획을 공개, 이중 80%가 주거, 호텔용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오피스 리모델링 성공 사례는 있어...

지난해 강남지역 소형 오피스 '꼬마빌딩'을 리모델링한 쉐어하우스도 등장했다. 쉐어하우스 업체인 '쉐어원'이 올해 초 입주자를 받기 시작한 ‘쉐어원오렌지’는 원래 3년 넘게 비어 있던 강남의 소형 오피스 빌딩이었다. 

쉐어원을 운영하는 이상욱 어반하이브리드 대표는 “지상 7층, 지하 2개층, 연면적 250평 규모의 빌딩 중 사무실로 쓰던 2개층을 주택 용도로 바로 전환하기는 어려워서 준주거 형태인 층별 용도를 고시원으로 허가받아 영업한다"면서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대부분의 1인 가구의 경우 도심 거주의 편의성을 선호하지만, 주거의 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 강남 지역에 직장을 둔 젊은 직장인들의 호응이 높아 공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운영비용 등을 제외한 쉐어원오렌지의 임대 수익률은 연 6%(공실 반영 시) 이상이다. 주택을 개조한 형태보다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지만, 건물주와의 임대료 협의나 매각시 인센티브 지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실질 수익률이 높다"며 "실제 공실이 높았던 중소형 오피스 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밸류애드(value-added) 방식 개발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