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LG화학

LG화학이 미국 피스커가 올 가을 출시 예정인 고급형 전기차 이모션(EMotion)에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공급한다고 23일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테슬라 대항마로 꼽히는 전기차 생산업체 패러데이퓨처와 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한데 이은 두 번째 의미있는 쾌거다.

LG화학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테슬라의 교환형 배터리 공급업체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초도 배터리(신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를 독점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교환형 배터리에 한해 세컨드 업체로 선정한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이 이처럼 세계 전기차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은 고밀도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시키는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LG화학 배터리가 이모션에 장착된다는 첫 보도를 한 미국의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 EVs도 “피스커가 자체적으로 이모션용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었으나 1회 충전에 644Km를 달릴 수 있고 9분내 200Km주행 (배터리)용량을 충전할 수 있는 LG화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이 이처럼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그동안 수조원에 달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투자와 이에 따른 기술력이라는 평가가 선행되고 있지만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 있다.

시장 상황에 따른 융통성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제품 다각화가 성공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3종류 

전기차용 배터리는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으로 구분된다. 배터리 모양 형태별로 특장점이 있는데 가장 전통적인 모델이 원통형이고, 각형은 대용량 확대에 용이하다. 파우치형은 모양 변경이 가능해 공급선을 다양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예로 세계 5위권을 수성하고 있는 삼성SDI의 주력은 유럽시장을 겨냥한 '각형' 배터리이고 미국의 포드와 GM이 고객인 LG화학은 파우치형을 주력으로 했었다.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모터스는 일본의 파나소닉으로부터 원통형을 공급받고 있다.

각형은 납작한 알루미늄 캔 형태로 대량생산시 공정단계가 간소해 용이하다. 다만 표면이 알루미늄으로 열방출이 어려워 고가의 냉각장치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장착 차종은 독일의 BMW i3이고, 한 대당 각형 배터리 100개가 삽입된다.

파우치형은 현재 가장 진화한 전기차 배터리로 보면된다. 장점은 모양 변형이 가능해 가공이 쉽고 무게가 가벼워 에너지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출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가장 진화한 기술이다보니 가장 고가라는 점이다.

원통형은 생산단가가 가장 낮다. 우리가 흔히 가정용으로 쓰는 배터리와 같다고 보면된다. 하지만 충전과 방전이 음극과 양극이 뒤틀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교체시기가 빠르다는 단점이 있다.

테슬라가 쓴다는데....
국내업체들이 진작 '원통형'을 주력으로 삼지 않은 까닭은

삼성SDI와 LG화학이 배터리 주력모델을 현재 전기차 세계 시장 판매 선두인 테슬라의 원통형으로 하지 않은 것은 ▲테슬라가 파나소닉 독점 관계이고 ▲다른 수요처인 유럽과 미국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원통형보다 더 진보된 다른 모델을 선호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 때문이었다.

현재 삼성SDI가 공들이고 있는 수요처는 각형 배터리 모델을 사용하는 유럽의 BMW와 아우디이다. , LG화학의 경우 미국의 GM과 포드인데 이들 업체는 파우치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독주체제에 있어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당분간 확대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LG화학, 원통형도 생산전략 통해 

지난해까지만해도 전기차 연구개발비용으로 인해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씩 적자를 보였던 LG화학은 수년전부터 원통형 개발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미래는 각형이나 파우치형이 이끌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전기차 선두업체인 테슬라가 원형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테슬라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대항마로 등장한 패러데이퓨처와 피스커도 원통형을 장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부터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원통형 배터리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이제 LG화학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두 모델을 주력으로 품게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배터리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큰 기술력을 필요로하지 않아 생산라인 구축 비용만 투자한다면 언제든지 갖출 수 있다”며 “LG화학이 빠르게 시장상황을 파악해 원통형 배터리 세계 1위인 파나소닉의 대항마로 뛰어오를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말기준 6분기 만에 전지부문이 적자에서 탈출했다. 지난 2분기(올 4~6월)전지 부문이 흑자로 전환돼 영업이익은 7269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