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김박사. 그는 ‘부동산 디벨로퍼’다. 개발사업을 다른 방식으로 추진한다. 그가 일을 하는 이유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착한사람들과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파트너들도 크고 자신도 성장한다. 그가 ‘휴먼 디벨로퍼’이기도 한 이유이다.

새로운 꿈이 있다. 2~3년 이내 청년들의 스타트 업을 지원하는 창업투자회사를 세우는 것이다. 이 책의 인세 전액도 젊은이들의 창업지원금으로 기부한다.

드물게 익명으로 책을 냈다. 신비전략이 아니다. 아내가 책 발간에 내건 조건이다.

나도 일천하지만 부동산 업계 경력이 있다. 겪을수록 그의 내공을 확신한다. ‘무림의 고수’에 아낌없는 한표를 투척한다. 유명일간지 경제과학부 기자,외국계 사모펀드,헤지펀드 각각 10년간 30년의 독보적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부동산 실물자산을 운용했다. ‘1만 시간의 법칙’과 ‘축적의 시간’이 그를 유일무이한 디벨로퍼로 만들었다.

금융전문가인 그가 부동산 개발분야의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디벨로퍼의 개념은? 그가 디자인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의 모습은 무엇일까?

인격의 크기와 깊이와 높이는 바른 이념과 실천의 일치에 정비례한다. 고상한 철학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 철학과 가치를 삶 속에서 녹여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감히 말하건대, 그는 철학이라는 가늠자와 삶이라는 가늠쇠가 일치되는 소수의 사람에 해당한다. 백발백중 스나이퍼다.

 

진정한 디벨로퍼는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사람

나라를 망하게 하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다.

‘철학없는 정치’ ‘노력없는 부’ ‘양심없는 쾌락’ ‘특성없는 지식’ ‘도덕없는 상거래’ ‘인간성없는 학문’ ‘희생없는 신앙’인데 이는 간디의 말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다. 이런 사회는 단팥없는 찐빵이다. 퍽퍽하다. 배가 고프니 퍽퍽친다. 서로 뜯어먹으려고 한다. 이런 사회는 물 없는 오아시스다. 갈증과 염증과 짜증이라는 삼증고를 겪는다. 목이 마르니 빨대를 들고다닌다. 타인의 피를 흡입하려고 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악순환의 증폭이다. 누군가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턴 어라운드 해야한다.

부동산분야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박만을 꿈꾼다. 갭(Gap)투자가 단적인 예이다. 과열양상이다. 폭염보다 뜨겁다. 정부가 개입하지만 식을 줄 모른다. 부동산 개발분야도 마찬가지. 자본없이 시행에 뛰어든다. 빠르고 편리한 기능만 고려한다. 이익의 극대화만 추구한다. 사회적 책임은 뒷전이다.

당연히 도시를 평가하는 이벤트 지수(접점)와 이벤트 밀도(방문) 그리고 워크 스코어(걷기 좋은 도시)가 낮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이런 지수가 높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서울은 학군이 좋고 비싼 아파트가 있는 곳이 좋은 동네이다. 그 결과 서울은 세계도시중 살고싶은 도시 72위이다. 한마디로 가격(price)은 있지만 가치(value)가 없는 것이다.

분양전문가중 한 사람은 가치에 비해 가격만 높이는 행위는 ‘사기’에 가깝다고 양심고백 한다. 저자는 창조적인 개발로 사회적인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디벨로퍼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수익은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그마저도 그는 적정이익만을 추구한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건축왕 기농 정세권이 한국 최초의 디벨로퍼라고 소개한다. 정세권은 북촌을 창조적으로 개발하여 일본인의 북촌지역 진출을 막아내고 조선인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하였다. 정세권은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 제중원의 건축에도 기여했다. 조선물산장려회등을 후원한 애국자이다. 북촌은 개발된지 백년이 지났지만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가 보존되어 외국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사회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이정표

이 책의 9할 이상은 부동산 이야기다. 부동산 정책과 금융,건축,분양등 전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그가 해외에서 경험한 특성있는 선진 실물금융 전문지식서이다. 그는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시장을 보고 미시적으로 접근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실행한다. 고품질의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사업을 투시한다. 그가 영업비밀인 지식재산, 그것도 고급정보를 공유하는 이유는 부동산 업계의 문화를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동산 시행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어도 디벨로퍼라는 타이틀을 가지려면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미관 그리고 건축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살기좋은 도시, 구성원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진정한 디벨로퍼가 많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뜬금없겠지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부동산 지식이 아니라 1할도 안되는 그의 철학이다. 이 책에 담긴 부동산 지식이 금반지라면 반지의 중심에 오롯이 박힌 보석은 ‘삶의 정도’이다.

그의 인생철학이 바뀐 것은 수년전 큰 교통사고로 장기입원해서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스티브 잡스의 유언을 듣게 되었다.

“어둠 속, 나는 생명 연장 장치의 녹색 빛과 윙윙거리는 기계음을 보고 들으며 죽음의 신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중략)…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추억들뿐이다.”

스티브 잡스의 유언은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저자의 회심(?)에는 주변의 많은 부자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한 몫했다. 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가까운 사람들을 자신의 부를 빼앗아가려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저자는 수억보다 추억을 위해 살기로 작정했다.

그는 우리사회의 가장 큰 모순은 철학과 인격 그리고 공공의식이 부재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주 최부자집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는다.

‘청년들에게 실패할 권리를 주자.’ ‘가난한 자의 주머니를 채우자.’

그의 핵심가치이다. 그는 지금 아내와 휴가중이다. 오랜 해외생활로 다녀보지 못한 국내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다. 맥아더처럼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리라. 휴가를 마치면 그을린 얼굴로 현장에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시거를 입에 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