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동북아 오일 가스 허브로 만들기· 위한 정부의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을 10월부터 종합보세구역 안에서 석유제품의 혼합제조를 허용한 데 이어 울산신항 남항지구 방파제 축조공사도 시작한 것이다.

동북아 오일 허브는 울산을 원유 및 석유 정제품 등 수출입과 보관·가공 등 기능을 겸비한 석유 물류 중심 항만으로 개발하기 위해 1단계는 2021년, 2단계는 2026년 운영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오일허브는 대규모 석유정제· 가공·저장시설과 물류, 석유거래 관련 금융서비스가 융합해  석유거래의 국제 중심지가 되는 곳을 말한다.

▲ 동북아 오일허브 개념도.출처=울산항만공사

 24일 해양수산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4년 국회에 제출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개정안이 3월30일 국회를 통과해 4월18일 공포됐다. 이 법안은 경과기간 6개월을 거쳐 10월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안은 정유사들만 독점으로 대규모 정제시설에 원유를 투입해 휘발유·등유·경유·나프타 등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고쳐서 종합보세구역안에서는 간단한 블렌딩 장비를 이용해 저장시설 석유제품을 혼합, 수요에 맞춰 다양한 유종과 성상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보세구역 밖에서 석유제품 혼합제조시'영업장 폐쇄'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지난 20일 로이터 통신의 이메일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 정부가 동북아 오일 허브가 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블렌딩 규제를 완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새로운 규제의 구상은 국제 원유 트레이더가 탱크 터미널과 같은 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을 혼합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트레이더들은 한국의 종합보세구역 내에 대규모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장과 수출만 할 수 있었을 뿐 고객 수요에 맞게 연료를 혼합해 새로운 블렌드를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강 사장은 트레이더들의 반응은 현재까지 긍정적이라고 소개했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틀롤리엄(BP)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원유수요는 2015년 15억t에서 2035년 21억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동북아의 원유 수요는 급신장하고 있어동북아 오일 허브 계획은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강 사장은 “당분간은 우리는 중국과 일본,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시장에 초점을 둘 것”이라면서 “역내에는 강력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울산의 탱크 터미널은 2300만배럴의 저유 능력을 갖추고 있고 여수는 820만배러의 저유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는 2026년까지 2800만배럴의 저유능력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강 사장은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저유능력은 약 7900만배럴이지만 이웃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3000만배럴을 즉시 이용할 수 있는 등 약 1억배럴에 이른다.

▲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 일정.출처=울산항만공사

 

해양수산부는 이날 동북아 오일 허브 2단계 사업을 위한 울산신항 남항지구 방파제(2단계 2공구) 축조 공사에 착수했다. 동북아 오일 허브 2단계 사업은 지난달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울산항만공사가 내년부터 부두 시설 설계에 착수하고 한국석유공사가 석유 저장탱크 등 부두 시설 공사 일정에 맞춰 투자자 모집을 위한 사업설명회 등을 진행한다.

울산신항 남항지구 방파제 축조 공사는 동북아 오일 허브 사업의 선도 사업으로 추진된다. 이파제는 총길이 3.1km로 3개 공구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되며, 1공구는 2013년 12월 착공해 올해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2공구 공사는 2023년 말 완공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사업비는 8303억원이 투입된다.

이번에 축조하는 2공구 방파제는 1만4200t 규모 국내 최대 중량 케이슨으로 설계됐으며, 케이슨 하단에는 인공어초 블록 등이 설치된다.

또 원활한 해수 순환을 위한 해수 소통구와 미역 등 해조류 식생을 위한 에코 로프 등을 활용한 친환경 방파제로 건설된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두고 있는 벌크 유체 저장 전문 자문회사인 레이쇼그룹의 엘런 루호타스 전무는“한국은 싱가포르에서 오일 거래를 신속히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런 능력이 갖춰진다면 트레이더들은 싱가포르에서나 구할 수 있었던 다양한 연료를 일본 주변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