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의 '스카이 그린스' 수직 농장(출처=스카이그린스 농장 홈페이지)

인구 424만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스마트 농업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국경지대 인근의 크란지 일대에 있는 국유지 농장 면적을 축소하고 해당 지역을 애그리테크 관련 설비 기반으로 전환, 본격 투자할 것을 발표했다. 크란지 지역에서 토경 재배 기반으로 농사를 짓던 60여 개 농장들이 ‘본격 구조조정’ 대상이다. 이 농장들은 싱가포르 농업 소비량의 10% 가량을 담당해 왔다. 나머지 90%는 대부분 해외 수입 농산물로 충당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보안 문제와 토지 이용 효율성 문제를 들어 국경 인접 지역의 농장 지대를 축소하고 ‘하이테크 농정’에 본격 투자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식량 안보 차원에서 기술 기반의 농업 영역을 넓혀 싱가포르 농업계 인사들은 “골프장이 2%, 농경지가 1%밖에 되지 않는데 토지 부족 때문에 농경지를 축소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의 법학 교수인 유진 탄(Eugene Tan) 박사는 “당장 하이테크 농정을 추진한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혁신 농업 기술에 투자하다 보면 싱가포르가 농업 수출 국가까지 도약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농업은 수입 농산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은 편이지만, 파나소닉을 비롯해 주요 일본 기업들이 수직 농장(vertical farm) 운영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나소닉의 싱가포르 수직 농장은 아직까지 손익 분기점을 넘지는 못했지만, 재배된 고급 채소를 일본 오토야(Ootoya)에 대량 도매하는 등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 싱가포르 스카이 그린스 농장의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출처=스카이그린스 농장)

싱가포르 정부 당국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국가 경제 개발부 장관(Minister of National development)인 로렌스 웡(Lawrence Wong)은 “한정된 토지에서 최대한의 농업 생산물을 이끌어 내려면 수직 농장이나 각종 ICT 기술이 불가피하다”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급격한 ‘애그리테크 올인’ 조치는 단순히 농업의 현대화가 아니라 주변국가의 간섭을 줄이고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리셴룽 현(現) 총리의 욕구와도 맞아 떨어진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크란지 일대의 농경지는 기존의 토경(土耕) 농장 비중은 줄이는 한편 도시 외곽의 ‘뉴타운’(new town) 조성과 함께 애그리테크 사업 단지 등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3년까지 수직농업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6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관련 투자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싱가포르에는 파나소닉이 투아스 지역에 설치한 식물공장 이외에 ‘스카이 그린스 농장’이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수경재배 기반의 대량 실내 농업은 물론이고 신선 배송을 위한 콜드체인(Cold Chain) 구축,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프로그램 등을 가동해 ‘생태 농업’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