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을 맞아 가족과 좀 특이한 복달임 음식을 먹었습니다. 판교에 있는 한 태국 음식 전문점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에 맛이 괜찮은 음식은 다음에 오면 다시 주문할 요량으로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 이렇게 두었죠. 똠양꿍, 무사태, 얌운센, 푸팟퐁커리, 팟씨유꿍, 카오팟푸, 바나나튀김…. 태국어로 된 메뉴 이름이 입에 착 붙지 않기 때문에 기록한 셈이죠. 그래도 이 중 ‘바나나튀김’은 쉽게 기억될 것 같군요.

단언컨대 제품 브랜드 네임과 마찬가지로 메뉴 이름도 쉽게 기억할 수 있고, 부르기 쉬운 게 최상입니다. 물론 외국 음식이나 와인 이름처럼 어쩔 수 없이 현지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국내 먹을거리 브랜드 네임이나 음식 메뉴는 ‘기억하기 쉽게, 부르기 쉽게’야말로 고객의 입장을 배려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고객에게 ‘그때 먹었던 게 뭐지? 음…’하고 힘든 고민을 준다면 그건 고문일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 먹을거리 제품이나 메뉴에 약간의 스토리를 담은 스토리텔링 형태의 메뉴는 아주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쉽습니다. 우리의 인식 속에 개별적인 새로운 단어를 밀어 넣거나 생각을 주입하는 형식이 아니라, 익숙한 말과 생각을 스토리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전달해주기 때문이죠. 즉, 우리 머리에 하나의 그림을 그려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 쉽게 그림이 잘 그려진 스토리텔링형 음식 메뉴 몇 가지 유형과 그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 한 편의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배스킨라빈스 ‘스파이더맨 홈커밍’

배스킨라빈스는 이 달의 베스트 아이스크림(Monthly Best Icecream)을 선정해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습니다. 7월은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1위를 차지했네요. 지난 7월 5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 2017)>을 따온 메뉴입니다.

배스킨라빈스는 영화 개봉에 맞춰 ‘스파이더맨 홈커밍’이라는 메뉴를 개발한 거죠. 스트로베리와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에 화이트 프레첼볼이 쏙쏙 들어 있죠. 굳이 이 메뉴가 왜 ‘스파이더맨’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명료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의 달콤한 블루베리와 붉은색의 상큼한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이 어우러졌고, 여기에 스파이더맨의 눈을 연상시키는 화이트 초콜릿 프레첼볼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외에도 ‘엄마는 외계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등 한 편의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스토리텔링형 메뉴가 더 있습니다.

▲ 배스킨라빈스 신제품, ‘스파이더맨 홈커밍’. 출처 :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

 

# 제품 특징을 담은 도미노피자 ‘꽃게 온더 피자’

도미노피자는 올여름 신메뉴로 꽃게피자를 선뵀습니다. 그래서 두 꽃미남 배우 송중기와 박보검이 출연한 광고 첫 마디는 ‘이번 피자 맛의 비밀은 뭐게요?’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두 배우가 꽃게를 중심으로 장난도 치고 꽃게춤도 추며, 결국 광고 마무리는 “내 마음에 꽃게”라고 하며 끝맺음을 합니다.

피자 이름은 정말 비슷비슷합니다. 대부분의 피자 메뉴 이름은 슈퍼, 디럭스, 슈프림, 더블, 크런치 같은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죠. 여기에 비하면 ‘꽃게 온더 피자’는 명료합니다. ‘피자에 꽃게를 올렸다’라는 의미만 쏙 담았죠. ‘무슨무슨 크랩피자’라 하는 것보다 몇 백배 명료합니다. 그런 이유로 광고 역시 ‘꽃게’만을 말하고 있죠.     

 

# 잘나가는 아재를 위한 롯데리아 ‘AZ버거’

“인도는 지금 몇 시게?” “4시” “왜요?” “인도네시야”. 이런 썰렁한 아재개그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삼복더위도 썰렁하게 만든다는 아재개그, 하지만 그 썰렁함에 야유를 보내는 동시에 ‘빵’하고 터진답니다.

이 아재개그의 아재를 타깃으로 한 아재버거, ‘AZ버거’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건강을 챙기는 아재를 위해 호주청정우로 만들어진 육즙 가득한 빅 사이즈 순 쇠고기 패티와 통밀발효종 효모가 사용되어 부드러운 브리오쉬 번 ‘AZ버거 오리지날’과 여기에 노릇노릇한 베이컨을 추가한 ‘AZ버거 베이컨’입니다. 이 메뉴 명칭은 ’AZ’를 통해 유행어 ‘아재’와 정확한 타깃 ‘아재’를 스토리로 담아냈죠.

 

#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뚜레쥬르 ‘엄마랑장볼때먹던 그때그도나쓰’

뚜레쥬르의 도넛 ‘엄마랑장볼때먹던 그때그도나쓰’는 추억을 소환하는 힘이 있습니다. 40~50대 중년들은 어린 시절에 엄마가 시장갈 때, 졸졸 따라다니곤 했죠. 시장에 따라가면 맛있는 군것질거리가 많았거든요. 그 추억을 건드린 ‘엄마랑장볼때먹던 그때그도나쓰’는 제품 이름만 봐도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죠. 그 시절 시장에서 사 먹던 설탕을 듬뿍 묻힌 구수한 옥수수도나쓰의 추억에 흠뻑 빠지고 말죠. ‘엄마가 장에서 사온 7080 소시지 도나쓰’도 마찬가지죠.

또, 뚜레쥬르는 브랜드 네임 자체에 브랜드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답니다. ‘뚜레쥬르, Tous Les Jours’가 프랑스어로 ‘매일매일’이라는 뜻으로 매일매일 매장에서 직접 굽는 신선함을 가장 큰 가치로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