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최진성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종합기술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21일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이날 "사의 표명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SK텔레콤은 그러나  "이후 어떻게 이야기가 됐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수주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개인 사유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후 독일 도이치텔레콤에 입사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이야기(이직)가 된 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조만간 업계에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 원장의 이직이 유력한 도이치텔레콤은 SK텔레콤의 유럽 파트너다. 지난해 2월 장동현 당시 SK텔레콤 사장은 MWC 2017 기자회견 현장에서 "혈혈단신 세계 시장에 나갔다간 낭패"라는 말과 함께 도이치텔레콤과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티모테우스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이 예고없이 나타나 두 회사의 우애를 다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지난 4월에는 회트게스 회장이 SK텔레콤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도이치텔레콤이 SK텔레콤과 협력관계를 다진 상황에서 SK텔레콤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최 원장을 영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합기술원은 지난 1월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전략그룹을 신설하는 등 사실상 SK텔레콤의 ICT 성장엔진으로 작동하고 있다.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 아닌, 중장기 기술동력을 확보하는 곳이다. 최 원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개발을 총괄한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최 원장의 사직과 이직 가능성을 두고 "국부 유출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하는 일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ICT 경쟁력을 염두에 둔 고언이다.

삼성전자의 북미영업을 총괄한 이종석 부사장이 지난 1일 핀란드의 노키아로 이직할 당시에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이 부사장은 2004년 삼성에 입사한 후 2014년부터 삼성전자 북미 사업법인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한 핵심인사며, 그가 노키아로 이직하자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우려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전 부회장이 지난 3월 돌연 중국 화웨이 고문으로 떠나자 마찬가지 우려가 나왔다.  2001년부터 2002년 KT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까지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중량있는 인사가 화웨이 고문으로 이직하자 국내 통신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최 원장이 실제로 도이치텔레콤에 입사한다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더욱 많아진다. 이종석 부사장은 단순한 경쟁사 이직이지만 최 원장과 이 전 부회장은 자기가 몸 담은 조직과 친밀하게 협력한 곳으로 넘어간 공통점이 있다.

퇴사와 이직은 개인의 자유다. 외국회사에서 국내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전자, ICT 업계 '주요 인사'들이 속속 외국회사로 옮기는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봐 넘길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