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포털사이트에 압력을 넣어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리한 기사를 내리게 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나왔으나 이는 내부 보고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이 언론사는 삼성전자가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던 당시 자사에 불리한 기사가 나오자 포털에 압력을 가해 관련 기사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2015년은 이건희 회장 와병 1년이 지난 시점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구도가 명확해지던 시기였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 2015년 5월 네이버 메인기사 배열. 출처=네이버

구체적인 정황도 거론됐다. 이 언론사는 2015년 5월 최 모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상무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네이버와 다음에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도하며 삼성전자의 포털 압력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즉각 부정했다. 양사는 19일 모 언론사의 보도를 반박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포털기사 노출이력을 공개하며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기사가 임의로 내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사가 공개한 메인뉴스 노출기록을 보면 2015년 5월15일 삼성문화재단 관련 기사 3건이 모두 합쳐 7시간 32분 동안 모바일 메인화면에 걸려있는 등, 임의 삭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의 설명을 종합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 언론에 그대로 인용되며 벌어진 일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기사에서 언급된 임원은 지난 5일 이 언론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포털에 그런 부탁을 한 적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기사에 인용된 메시지는 어떻게 된 것일까. 삼성전자는 "허위로 보고한 것"이라며 "회사 내부인끼리 주고받은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모 임원이 회사 관련 기사가 포털 메인화면에 장시간 노출됐다가 자연스럽게 화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을 마치 자신이 역할을 한 것처럼 과장해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20일 네이버와 카카오에 언론보도의 경위를 설명하는 공문을 보냈다.

포털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특정 단체의 포털 뉴스 압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네이버는 평정됐다"는 주장을 한 후 소송까지 당하자 "죄송하다"며 사과한 일이 있다. 그의 사과로 논란은 일단락 되었으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후로도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사배열의 공정성을 기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국내 ICT 사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