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으로 생각하라> 사이토 다카시 지음, 서라미 옮김, 북폴리오 펴냄

 

‘3’은 특별한 숫자다. 무엇보다 잘 짜여 완벽하며, 경기 방식으로도 승복할 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누구나 어릴 적 단판승부보다는 ‘삼 세 번’을 선호했을 것이다. 사법제도는 3심제다. 피라미드에서 보듯 거대 석조구조물이더라도 삼각 형태는 구조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다. 기독교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이 하나라는 삼위일체론이 핵심교리이다. 변증법도 3단계로 이뤄진다. 3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기도 한다. 왕과 귀족에게 반대하는 평민들이 “우리는 제3신분이다”라며 일어났다. 프랑스 혁명이다. 제1항과 제2항으로만 이루어져 있던 세상에 제3항이 나타나면 기존 체제가 무너진다.

‘3’에 대해선 책도 많다. 그만큼 연구가 많았다. 일본 메이지대학교 교수인 저자의 ‘3의 생각법’은 숫자 ‘3’이 갖고 있는 묘한 힘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막연하게 “좋아하는 영화들을 말해보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영화 몇 편을 말하고는 생각을 멈춘다. 그 대신에 몇 가지를 말해야 할지 숫자를 정해줘 보라. 그 순간 두뇌 엔진이 가동된다. ‘베스트 5’를 선택하라고 하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반면 ‘베스트 3’를 고르라고 하면 일단 해보자는 의지가 생기면서 적극적으로 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저자가 보기에 숫자 ‘3’은 “머뭇거리지 않고 생각을 시작하기에 안성맞춤”인 숫자다.

글 쓸 때도 숫자 ‘3’이 유용하다. 블로그에 서평이나 영화평을 쓸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대사 3개를 고른 후, 그것을 뼈대로 살을 붙여나가면 책의 매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아이들이 머리를 싸매고 어려워하는 독후감 과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료를 정리할 때, 책을 읽을 때, 방을 청소할 때도 셋으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일이 술술 풀린다. 분류항목이 너무 많다 싶어도, 일단 크게 셋으로 나눈 후 각 항목을 다시 셋으로 나누라. 이것이 ‘도시락 방식’인데 아주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중요, 덜 중요, 대안’으로 나눠도 좋고, ‘필요, 불필요, 미정’으로 나눠도 좋다. 처음부터 자세하게 나눌 필요는 없다.

저자가 강력 추천하는 3분할 도구는 바로 ‘3색 볼펜’이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빨간색, 덜 중요한 부분은 파란색, 개인적인 의견이나 흥미로운 부분은 초록색으로 밑줄을 그으면 맥락을 파악하고 정보를 정리하는 데 수월하다. 단순히 한 가지 색의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읽을 수도 있지만, 삼색 볼펜으로 밑줄을 긋는 순간 가치판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방법을 리포트와 기획안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저자는 포토에세이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세부기준 항목에 따라 항목별 점수를 매긴 뒤 평균을 내어 최고점을 받은 작품에 대상(그랑프리)을 주는 심사방식이었다. 그런데 최종 순위가 결정되자 심사위원들부터 당황했다. 별다른 개성도, 매력도 없던 작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알고 보니, 심사 항목을 너무 세밀하게 나눈 바람에 그저 무난한 작품들이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 상위권을 장악했던 것이다. 세밀한 분류와 평가가 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우선 주관적인 생각과 대략적인 인상을 토대로 A, B, C 3단계로 나눈 후, 한층 더 구체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평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평가 속도도 빨라지고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남들에게 제안하거나 설명할 때 3의 법칙이 유용하다. 이 경우 “그 이유는 첫째 무엇, 둘째 무엇, 셋째 무엇입니다”라고 나열하기보다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무엇, 두 번째는 무엇, 그리고 마지막은 무엇입니다”라고 세 번째 항목 앞에 잠깐 틈을 두어 듣는 이가 호기심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화법이 효과적이다. 저자는 이를 ‘A, B & C’ 방식이라고 부른다.

감독 입장에서 볼 때 야구를 9회 전부 싸울 생각을 하면 너무 길게 느껴진다. 처음 3회를 초반, 다음 3회를 중반, 마지막 3회를 후반으로 나누면 전략수립이 쉬워진다. 1주일을 3분할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일주일을 리듬감 있게 보내기 위해 주 초반 월화수 3일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몰아서 열심히 처리한다. 목금은 일상적 업무를 수행한다. 토일은 쉰다. 어차피 일주일을 보내긴 마찬가지이지만, 일주일에 5일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에서 월화수 3일만 견디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저자는 하루도 3등분하고, 머무는 장소도 가정, 직장 외에 퇴근 후 잠시 머리를 식힐 만한 카페나 작은 선술집, 독서클럽 등 제3의 장소를 하나 만들어두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