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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폐지 줍는 노인처럼, 편의점 아저씨에게도 기적을
   
 

“그거 봤어요? 빗속에서 폐지 줍는 노인 사진이요. 나는 나이가 있으니까 그걸 보면서 노인의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고. 치매로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거야.”

가끔 들르는 편의점에 마침 점주 아저씨가 있길래 ‘내년부터 아르바이트 비용이 오르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더니, 기대와는 달리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아저씨가 말하는 폐지 줍는 노인 사진에 대한 내용은 이렇다.

비가 폭우처럼 쏟아지던 날 폐지를 모아 길을 건너던 한 노인이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다가, 무거워진 폐지 옮기는 것을 체념한 듯 주저앉아 고개를 떨군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진 속 노인은 치매 초기 증상으로 길을 잃었고,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한 상태였다. 이 사진 한장으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기적을 얻었다.

“사실 내가 저녁에는 대리운전을 해서 편의점 운영은 아르바이트 학생한테 맡겼는데, 내년부터는 마누라를 동원하든지 아니면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해요. 편의점에서 나오는 돈이 아르바이트 비용보다도 적을 것 같거든. 먹고 살기 힘드네.”

아저씨는 한숨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현장에 있는 취재원을 만났으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야 할 나는 ‘수고하세요’라는 말밖에 못 할 만큼, 마음이 무거워졌다.

편의점 아저씨의 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편의점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해 매장당 영업이익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가맹점당 연간 매출액은 2억7840만원으로 전년보다 8.0% 늘었다. 가맹점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전년보다 25.7%나 증가했다. 그러나 편의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 줄어들며 유일하게 뒷걸음질쳤다. 편의점 영업이익을 월 소득으로 환산하면 155만원 수준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157만377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이 많다거나 혹은 적다고 명시할 수 없을 만큼, 노동은 신성하다. 그런데 시간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은 보호하면서, 가맹점주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닌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편의점 가맹본사는 점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안을 마련하고 더불어 정부의 세부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폐지 줍는 노인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고민하는 편의점 아저씨에게도 기적과 같은 대안이 절실하다.

이효정 기자  |  hyo@econovill.com  |  승인 2017.07.22  15: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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