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수많은 결정을 내리는 순간의 연속이다.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점심 메뉴는 무엇으로 먹을 것인지 등 사소한 것부터 아파트를 지금 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세로 이용할 것인지와 같은 경제적 의사결정 문제가 있고 최근 떠오른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해야 할 것인지 영업비밀로 유지할 것인지와 같은 경영적 의사결정 문제도 있다.

또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으로 무장한 경쟁기업의 공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당 제품시장에 진입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거나 침해소송을 당하는 입장에서 유리한 대응방법을 판단해 결정하는 등의 어려운 문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손자병법>을 새겨 읽는다면 각종 의사결정에 필요한 깊은 통찰력을 구할 수 있다.

 

<손자병법> 제8편 구변편(九變篇)은 전쟁터의 다양한 지형과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다. 구체적인 지형에 대한 대응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늪지와 같은 곳에서는 머무르지 말고(圮地無舍), 사방이 뚫린 곳에서는 그 이웃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며(衢地交合), 막다른 길에서는 머무르지 말고 바로 빠져나와라(絶地無留), 사방이 막힌 곳에서는 계책을 써서 속히 빠져 나와야 하며(圍地則謀), 도저히 피할 곳이 없는 사지(死地)에서는 곧 싸워야 한다(死地則戰).

또한 상황에 따라 통과해서는 안 되는 길이 있고(塗有所不由), 공격해서는 안 되는 부대도 있으며(軍有所不擊), 공격해서는 안 되는 성이 있고(城有所不攻), 차지하려고 다투지 말아야 할 땅도 있으며(地有所不爭), 군주의 명령이라도 받들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君命有所不受).

한편 지혜로운 자는 이득과 손해를 함께 생각한다(是故智者之慮 必雜於利害)고 하면서 불리한 상황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찾고(雜於利而務可信也) 반대로 유리한 상황에서는 위험 요소를 고려해야 뜻밖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雜於害而患可解也)고 했다.

그리고 병법의 원칙은 상대방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無恃其不來) 내가 대비하고 있음을 믿어야 하고(恃吾有以待也) 상대방의 공격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고(無恃其不攻) 나를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恃吾有所不可攻也)고 했다.

제품시장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능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해야겠지만, 특허분쟁이 개시되었다면 방어자 입장이라도 상황에 따른 이해득실을 잘 따져서 대응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얻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애플이 삼성 측에 스마트폰 관련 디자인권 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분쟁은 잘 알려져 있다. 특허분쟁이 시작되면 피소당한 기업의 기업가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될 수 있다. 2011년 특허분쟁 초기에 삼성 측은 소송비용으로 2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며 이는 기업가치 평가에 악영향을 주어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 4월의 주가와 분쟁이 한창이던 2011년 12월의 삼성전자 주식 가격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크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가변동이 종합주가지수와 연동이라고 얼핏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주가 변동 그래프를 살펴보면 종합주가지수와는 무관하게 움직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많은 소송비용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이 분쟁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했고 매우 효과적인 광고 효과를 얻었고 볼 수 있다.

한편 특허분쟁이 일어나면 공격자와 방어자 양측이 다투게 되는 핵심적인 사항으로 과연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해당 특허권이 과연 유효한 것인지 여부를 들 수 있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분쟁 개시 전에 상대방이 공격해도 되는 상대인지, 분쟁으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유리한 것인지, 분쟁에서 비침해로 판단되거나 보유 특허권이 무효화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미리 살피지 않고 침해소송을 시작했다가 비침해 판정을 받거나 특허가 무효로 되는 낭패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어자라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우선 비침해 주장이나 자유실시기술의 항변을 주장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고 해당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한 선행기술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당 특허의 심판이나 소송 이력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이미 여러 번의 분쟁을 겪은 특허권이라면 심판이력 등을 참고해 과거에 시도했던 대응방안을 제외해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특허분쟁을 걸어오지 않으리라 기대하지 말고(無恃其不攻) 자신을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恃吾有所不可攻也). 만약 특허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싸워야 하는데(死地則戰) 이때도 상황을 잘 살피고 이득과 손해를 함께 생각해(必雜於利害) 대처한다면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