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2013년 기준 사이버사령부 인원을 기존 9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매년 약 4조5000억원을 투입해 모의 해킹 전투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닛8200팀을 중심으로 사이버 부대를 키우고 있으며 중국은 약 30만명 규모의 해킹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해킹팀이 국내 사이트를 공격했다는 미국 CNN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는 어떨까. 국정원과 경찰을 비롯해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중심으로 화이트해커가 포진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규모나 질적인 측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디도스 공격과 은행망 전산장애사건, 최근 랜섬웨어 공격 등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화이트해커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다. 최근 화이트해커 양성을 위한 차세대 보안리더(BoB) 제6기 발대식을 여는 등 사이버 전장의 ‘야전사령부’로 활동하고 있다. 박준국 미래부 정보보호산업과 과장은 “BoB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1기 교육생 60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 총 580여명의 화이트해커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BoB를 수료한 화이트해커팀이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개최된 세계해킹방어대회에서 매년 상위권에 입상한다”며 “조만간 미국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해킹방어대회인 데프콘(DEFCON) 본선에 진출한 15개 팀 중 4개 팀이 BoB 수료생 등으로 구성된 팀”이라고 부연했다.

BoB에 들어오려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미래부에 따르면 이번 제6기 BoB 교육에는 고등학교와 대학(원)생 등 총 1186명이 지원했으며 서류전형, 인성적성검사, 필기시험과 심층면접을 거쳐 140명만 최종 선발됐다.

미래부가 양성하는 화이트해커 현황과 목표는 무엇일까. 박 과장은 “미래부가 양성하는 화이트해커는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등의 보안 전문가로 주로 활동하고 있다”며 “국방이나 안보 영역에서 일하거나 스스로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과장은 “사물인터넷 시대가 등장하기 전에도 해킹은 있어왔지만,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탈취하는 수준의 해킹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치명적인 해킹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해킹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스템의 취약점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대응하는 한편 블랙해커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화이트해커의 필요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케이쉴드를 비롯해 고등학교와 대학교, 대학원과 함께 정보보안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에 속도를 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중장기 교육도 있지만 1주나 2주 정도의 단기교육도 실시하고 있으며 핀테크 등 융합 ICT 환경이 빠르게 등장하며 이와 관련된 화이트해커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가 고용시장에도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 박 과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부가 중심이 되어 사이버 세계의 세계대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나 사업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2017년까지 5000명의 화이트해커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관련 사업 예산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13년 지원예산은 50억원에 이르렀으나 2014년 35억5000만원, 2015년 35억4000만원으로 조금씩 내려가더니 2016년에는 33억9000만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사이버 전쟁의 총알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관련 산업의 동력이 상실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BoB의 양적인 팽창은 거듭되고 있으나 수료생 취업현황이 나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래부에 따르면 BoA 수료 후 기업과 금융권, 수사기관 등에 취업한 인원은 2013년 52명에서 2015년 33명으로 줄었다. 기업에 취업한 수는 2013년 29명에서 2015년 19명으로 줄었으며 연구소 및 공공기관의 경우도 2013년 9명에서 2015년 2명으로 줄었다.

이에 박 과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의 정보보안 전문가의 숫자는 크게 부족하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시장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화이트해커가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정부는 물론 민간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