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얼마 전 통화를 하다가 인터넷 뱅킹에 대해서 물어오셨다.

“은행 업무를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그거, 우리도 하나 해야 될 것 같은데 사용하기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그간 여러 차례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시라 말씀드렸지만 사용법도 어려울 것 같고 괜히 멋모르고 해킹 프로그램이라도 다운받는 날에는 큰 문제가 생길 듯해서 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셨다.

더운 날씨나 추운 날씨에도 굳이 옷을 챙겨 입고 은행까지 가서 ATM 기기를 이용하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쪽이 더 편안하다니 그러시도록 했는데 왜 갑자기 인터넷 뱅킹을 하려고 마음을 바꿨는지 여쭤봤다.

은행들이 앞으로는 종이통장을 발급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통장이 없으니 이제는 창구나 ATM을 이용할 수도 없고 돈이 어디 있는지 확인이 되지도 않으니 인터넷 뱅킹을 써야 할 듯하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의 은행들이 종이통장을 발급하는 데 원가와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1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을 절감하기 위해서 9월부터 종이통장을 발행하지 않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인터넷 뱅킹으로 온라인전용 적금이나 예금을 개설하고 해지해왔기 때문에 종이 통장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미국에서는 아예 종이 통장이 없다 보니 종이통장 폐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별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부모님께는 상당히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종이통장에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의 액수가 찍혀 있어야 하는데 통장이 없으니 예금을 어떻게 증명할 것이며 만일 전산마비나 해킹을 당하면 돈이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었다.

부모님과 같은 사람이 적지 않았던지 금융감독원에서 아예 이와 관련한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종이통장의 소유 여부는 예금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와 무관하며 예금증서 등의 발행으로 본인의 예금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해킹이나 전산마비 등으로 인해 본인의 예금 계좌에 접속할 수 없더라도 예금증서나 다른 보완수단을 통해서 개인의 예금 보유 여부가 확인되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종이통장이 사용되고 있지 않다. 1990년대부터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종이통장을 신규로 발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받는 것은 직불카드뿐이며 대신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을 함께 개설할 수 있어서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의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무통장 계좌들이 100% 온라인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매달 은행 잔고를 증명하는 ‘잔고증명서’를 우편으로 배달해준다. 은행 계좌 개설 시에 통장이 제공되지 않는 대신 잔고증명서를 통해서 자신의 계좌에 남아있는 돈이 얼마인지,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 통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잔고증명서는 은행거래내역에 따라 대개 1~2장의 용지로 인쇄되어 우편으로 배달되는데 최근에는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으로 잔고증명서를 받도록 유도하는 은행이 많다. 미국에서도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나 집에 인터넷이 없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온라인 잔고증명서보다는 종이 잔고증명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잔고증명서를 우편으로 받는 경우에는 1~3달러까지 소액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일부 은행의 경우에는 잔고증명서를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경우에는 다양한 혜택을 제시하면서 고객들이 온라인 잔고증명서를 선택하도록 한다.

이 외에도 미국은 이익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계좌의 경우 수수료를 부과해서 이를 보전하는데 계좌 개설 이후 잔고가 일정 금액 이하로 낮게 유지되는 경우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계좌 유지 비용으로 매달 4달러에서 20달러의 수수료를 추가로 부과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정 금액 이상 잔고를 유지하고 매달 일정 금액의 자동이체가 이뤄져야 아까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용을 아끼려는 은행들의 시도가 멈추지 않는 한 고객들은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