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피자 가맹점주의 자살과 가맹본부의 비리로 촉발된 프랜차이즈의 구조적 문제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홍진 가맹거래사(길 가맹거래 사무소 )는 3년전 프랜차이즈 사업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이 도입되면서부터 가맹점주들과 동고동락 해왔다. `가맹거래사`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세계에서 그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 투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가맹점주 편에 서서 가맹점주 연석회의를 구성하는 등 구조적인 불합리를 하나씩 고쳐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난 1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대책을 발표한 직후, 현장에서 뛰고 있는 그에게 대책의 실효성등을 물어보았다.

공정위 대책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은 무엇인가?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에 대한 기사와 이야기들이 매일 수 없이 흘러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수립되고 진보적인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가맹점주들의 애환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공정위가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려는 것으로 본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정위 대책이 첫 단계에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첫째, 필수품목에 대한 정의 규정 마련에 대한 내용이 빠진 점이고  ▲둘째, 힘의 균형을 이루는 수단이 부족한 점 ▲셋째, 지자체에 대한 권한 위임이 형식적인 점 ▲넷째, 가맹점주들의 10년차 가맹점 계약해지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

유통마진 공개하라는 것은 과하지 않나.

유통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위가 앞으로 가맹본부가 필수물품에 대한 마진을 어떻게 남기는지 투명하게 밝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과연 '필수물품이 무엇인지'를 먼저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 기존 가맹본부는 원재료를 다른 업체에서 사와 이것을 쪼개어 포장을 한다. 그대로 붙이면 바로 가맹점주들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주들은 이게 어디서 온 물품인지 알기 어렵다.

과연 이런 것을 필수 물품이라고 말할 수 있나. 화학적 결합이 있다면야 본사의 기술력이 들어간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순결합일 뿐인데 이건 기술력이 들어간 것이 아니다.

이런 유형들의 품목들은 필수품목이 아니라고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 이번 대책에는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없다. 누구나 손쉽게 응용해서 만들 수 있는 품목을 필수품목으로 둔갑시켜 가맹점주들에게 강매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가맹점주들이 가맹본사의 로열티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불투명한 유통마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필수품목을 정하고 그 품목에 유통마진을 더해 가맹점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밝힐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본사를 신뢰할 수 있다. 더 좋은 것은 자발적으로 물류마진을 없애거나 최소한 물품선택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을 참여시킨다면 로열티에 대해 거부반응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모델을 기대할 수 없으니 강제적으로 유통마진을 공개하게 해야 한다.

▲서홍진 가맹거래사는 유통마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문제는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힘의 균형을 만들어 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그런 상황이 되려면 단체구성권에 대한 장애가 없어야 하고 장애가 있다면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제재가 있어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이 내용이 없다.

단체 구성권이 있다 하더라도 본사가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여기에 정당한 사유 없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때 가할 수 있는 패널티에 대한 언급도 없다.

문제는 더 있다. 단체를 구성하고 협의했으나 사후적으로 그 이행을 준수하지 않았을 땐 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없다.

미스터 피자 가맹점주들이 218일 농성을 한 이유가 기껏 국회에서 상생협약을 해 놓고 가맹본부가 이행하지 않아서다. 상생협약을 통해 가맹본부가 "광고도 더 하고 식자재 공급가도 인하하겠다" 해놓고 나중엔 "본사의 여력이 없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합의한 것이다"이런 식으로 미스터 피자가 돌변했다. 이행을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개인 간 약속을 하고 저버리면 법적문제가 있는데 하물며 4백명이 넘는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약속을 하고 이행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들은 투자금액이 5~6억원씩이나 되고 저마다 생계가 걸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한 약속을 저버렸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결국 사람이 죽었다.

이번 대책에는 이렇게 단체와 합의를 해 놓고 이행하지 않은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하는 수준을 넘어 '형벌에 준하는 벌칙규정'이 있어야 했다. 입법적인 사안이라면 행정입법이라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 있어야 했다.

솜방망이 시정조치는 가맹본부가 따르지 않는다. 불공정행위를 통해 본사가 얻는 이익에 비해 패널티가 약하다면 불공정행위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렇듯 협상을 할 수 있고 협상의 결과를 이행할 수 있는 장을 만든 상태에서 비로써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가맹점주들 지배대상 아니고 서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아야

소위 말하는 '갑질'은 이 힘의 균형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애초에 가맹본부는 자본이 없는 대신 브랜드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이들이 자본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기업처럼 직영사업을 하지 않았겠나.

가맹점주들은 대자본이 없지만 소자본은 있는 대신 기술력이 없다. 가맹점주들의 소자본을 모아 대자본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 두 조건이 맞물려 서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프랜차이즈다. 이 이익은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더 극대화될 수 있다.

규제적 입법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힘의 균형을 맞춰줘서 서로 함부로 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책에는 이러한 것이 빠져 있다. 단체를 구성하면 신고는 할 수 있게 해주겠다. 하지만 그것까지다. 협상의 요구나 협상의 이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어쨌든 단체의 신고는 허락했으니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단체성은 부인하지 못하겠지만, 협상을 요청했을 때 응하지도 않고 협상하더라도 그 내용을 이행할지 의문 아니겠는가.

▲서 가맹거래사는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힘의 균형을 이룰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지방자치단체에 고발권 줘야

나 홀로 행정, 늦장 행정, 독점적 권한, 그렇다고 민원의 결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종래 공정위는 이런 식으로 처분을 해왔다.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론이 나올 때 즈음이면 가맹점주는 이미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다.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한다. 싸우면 손해만 보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공정위의 행정인력 8명이 5000개가 넘는 브랜드의 22만여 가맹점주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겠나. 전문성이 있어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

가맹사업의 불공정행위는 전문성보다는 적시성이 중요하다. 그 때 벌어진 일을 그 때 해결해야 분쟁해결의 실효성이 커진다.

프랜차이즈 불공정 행위는 현장 조사하고 자료를 취합해서 처리하면 되는 일이다. 이런 일을 인력이 모자라서 못했다는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대책에서 지자체에 일부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지자체에 넘겨 준 권한을 보면 매우 절차적인 부분만 넘겨준 것이다. 의미 있는 권한을 넘겨 준 것이 아니다.

실제로 아주 중요한 허위 과장 정보 제공이라든지, 영업지역 침해라든지 이런 것들은 지자체에 넘기지 않았다.

지자체에게 권한이 이양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그대로 남겨둬서 역시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중요한 분쟁에 대해서는 역시 공정위에 의탁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민원 해결에 시간이 지리멸렬하게 걸리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독점 행정의 연장이다.

전속 고발권 제도를 완화해서 지자체에 고발권을 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사권과 처분권을 줬는데, 고발권을 주지 않으면 권한 위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

물론 전속 고발권은 전문성 있는 공정위가 고발권을 가짐으로써 고발권의 남발로 경제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측면이 많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정위가 그동안 친기업적으로 전속고발권 행사에 인색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그렇다면 차라기 전속 고발권을 없애고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가맹사업 갱신기간

가맹사업법 13조 2항, 가맹기간 갱신 조건은 10년까지로 되어 있다. 원래 이 규정은 가맹점주들에 대해 최소한 10년까지는 보호를 해 주라는 선언이다. 그런데 가맹본부는 이 것을 "10년만 허용해 주면 끝이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 때문에 법 개정안은 이를 20년으로 하거나 아예 기간 규정을 폐지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논의되고 있다.

가맹점 사업은 직업적 성격을 갖는다. 삶의 터전이다. 이것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생각해 보자, 어떤 가맹점주가 10년 동안 가맹점을 운영했다면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최고의 고객인 것이다. 한국의 유통구조에서 어느 분야에서 10년 동안 계속 고정적이고 반복적인 수익이 나오는가. 지나가는 한 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10년 동안 물류마진과 가맹수수료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린 가맹본사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가맹점에게 계약한지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을 해지하여 삶의 터전을 잃게 만드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물론 입법개선이 필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행정입법안을 제시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프랜차이즈 협의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시간을 더 달라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랜차이즈협회가 1200개 정도 회원사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 내야 되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한 것 같다. 이미 시간은 충분했다고 본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 않는가.

프랜차이즈 협회가 시간을 달라고 했을 때는 어떤 개선안과 로드맵을 보여주면서 요구해야 한다.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적극 임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다음은 “또 어떻게 하겠다”라는 계획을 제시하면서 시간을 달라고 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사회적 주제와 이슈들은 매우 많다. 막연히 시간을 달라고 하면 다른 사회적 주제와 이슈에 묻혀버린다. 그렇게 되면 가맹점주들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프랜차이즈 협회가 타임테이블을 제시하지 않고 시간만 달라고 한다면 잠잠해 질때까지 버티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사진= 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힘의 균형에서 상생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미흡하지만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완된 정책이 있다면 분명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모델케이스가 나온다. 그러다 보면 프랜차이즈의 양상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