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러시아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김(출처=irecommend.ru)

한국 김이 아시아 표준으로 채택됐다고 해양수산부가 밝혔다.

해조류 가운데서 국제 규격으로 공인된 것은 세계 최초다. 원래 ‘김’보다는 일본어 표현인 ‘노리’가 좀 더 빠르게 퍼지면서 일본 식품의 전유물처럼 다뤄졌던 게 사실이다. 그간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완도군에서 오랫동안 해외로 수출되는 김 상품의 영문 표기를 한국어 기준으로 고쳐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원래 일본의 ‘노리’를 Nori로 표기하며 수출해 왔다). 그 와중에 이번에 해수부가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제안한 ‘김 제품 규격안’을 통과시켜 187개 회원국 사이에 당당한 공식 기준으로 인정받게 된 셈. 세계 무역기구(WTO)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만들어 낸 식품 규격을 '식품위생에 대한 국제기준'으로 명시하게 하고 있고, 이는 각국의 식품교역 관련 법령 제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직까지 해조류 관련 식품은 코덱스에서 기준된 규격이 없다. 이번에 해수부는 ‘조미김, 마른김, 구운김’ 등에 대해 규격을 인증받고 핵심 성분, 품질 요소, 식품첨가물, 제조 방법 등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김 규격의 국제표준 제안은 해양수산부가 한국식품연구원과 함께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계획으로 추진하던 것이었으나 이번 코덱스 채택으로 2년 정도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1995년에는 김치, 2009년에는 고추장, 된장, 인삼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인증이 완료됐다.

김은 사실 효자 수출 상품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억 3천 691만 달러의 김이 해외로 수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수출액이 엄청나다. 지난해 6천 643만 달러(한화 776억 원)가 수출되며 3년 전(3천 71만 달러)보다 두 배 이상이 늘었다. 전체 중국 수산물 수출량 중에 1위를 차지하는 종목이 바로 김이다. 또 국산 조미김은 중국 수입 김 시장에서 65.1%를 점유하는 등 엄청난 수출량을 자랑했다. 북경의 유통점에 가면 한국산 김 외에 ‘짝퉁 상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산 김이라고 하면 한국산보다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얼핏 한국 김처럼 보이게끔 패키지를 디자인한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는 한국산 김을 간식처럼 먹는다. 짭쪼름한 맛과 다양한 음식과의 어울림이 좋고, 칼로리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김의 성공요인을 밝혔다. 또 김은 자녀들에게 건강한 간식을 먹이고자 하는 중국 부모들의 니즈와 잘 맞아 떨어져 해외 수출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 이토록 경쟁력이 있는 김이 그 동안 ‘노리’로 유통되어 마치 일본 음식의 전유물인 것처럼 방치된 셈이었다.

김유경 식문화 평론가는 “신라시대 때부터 우리 식문화의 핵심 상품 중 하나였던 김이 국제적인 정통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라고 언급하면서 “지역별로 도시락, 초밥 등에 김을 넣어 특화한 일본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원물 생산과 가공품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 식품업계 전문가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 이외에도  각 국가별로 식품 규격이 있는데, 이를 잘 지키면 수출 현장에서 큰 무리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은 때때로 식품 수출 관련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김치의 경우 일본, 중국에서 절임류(쯔케모노, 파오차이 등과 같은)로 등록돼 대장균군 규격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받았는데, 세계 기준 덕분에 기준 완화가 가능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