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인구 60%가 3~4년 내 인터넷 사용자가 된다고 한다. 그 숫자가 8억 수천만명이 넘는다. 2013년 1억9000만명에서 10년도 안 돼 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급증한다는 것이다. 3억 수천 만명인 스마트폰 가입자도 곧 5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처럼 사용자 저변이 확대되면서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LTE 가격을 낮추고 있어 인도인의 데이터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요즘은 차 타고 달리면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디지털 인디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스마트한 인도 파노라마다.

이러한 ‘디지털 인도’에서 스타트업이 매우 활발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나스컴(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협회)의 2015년 인도 스타트업 보고서에 의하면 거의 매일 서너 개 스타트업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 결과 2015년 약 4400개 스타트업이 있다고 하니 이는 4만여개가 있는 독보적 1위인 미국을 제외하고는 영국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세계 3위 규모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도 잘 조성되어 있다. 스타트업으로서 가장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자금조달 면에서도, 창업 시기부터 이후 초기전개, 성장 그리고 확대 등 각 단계에 자금을 투자하는 엔젤과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 등이 포진되어 있는데 규모와 숫자에서 크게 늘고 있다. 2014년 115개 정도에 달하던 엔젤 투자자가 이듬해엔 292개로 늘었고 VC와 사모펀드 역시 2014년 100개 수준에서 2015년엔 배가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도 크게 늘었다. 2014년 22억달러가 다음 해엔 49억달러로 125% 증가했다.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엔 이처럼 인도 내부의 자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글로벌 펀딩이 이루어질 기회가 많다.

이뿐만 아니다.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이 찾는 시장의 규모에서 인도는 세계 상위이다. 아니 오히려 미국, 유럽 그리고 한국 등에서는 이미 구모델로 시장성장 한계에 이르렀지만 인도에서 이제 거대시장이 조성되는 관계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에 소프트뱅크와 같은 거대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또 스타트업의 인도 안착은 이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동 등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이익실현이 이루어지기 전, 버텨야 할 형편에 스타트업 운영비가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할 확률은 최근 경제 형편을 감안한다면 낙관적이지 않다. 더구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한층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출발을 ‘디지털 인도’를 염두에 두고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용하는 전략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인도 전역을 뒤덮다시피 한 중국 OPPO스마트폰 입간판. 출처=김응기

‘사비지 투 홈(채소와 과일류를 손질해 배달하는 모델)’이라는 인도판 ‘총각네 야채가게’는 델리에서 출범한 즉시 수십만달러의 펀딩을 유치하고 서비스 지역을 주요 도시로 확대 중이다. 이 외에도 오래 전부터 디지털 환경이었던 한국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에 유사한 인도식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인도는 영어로 비즈니스 소통이 이루어져 중국과 같은 언어장벽도 없다.

IoT, m-커머스, Food-tech, 수처리와 같은 환경-Tech, 교통융합 그리고 스마트 농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진행형인 ‘디지털 인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로서가 아니라 인도 생태계를 활용하는 ‘출발지’로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앞서 열거한 인도 생태계의 긍정적 요인 외에 여전히 상존하는 이질적 문화 환경, 생소한 법률 및 제도 그리고 기반시설의 부족함과 열악함 등과 같은 부정적 인도 여건으로 인해 개개인이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보다는 과거 사내벤처와 같은 ‘기업태생 스타트업’이 조성되어 기업후원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스타트업 해외진출 지원은 이러한 점에 초점을 두고 접근함으로써 월등한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