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명예를 건 리뷰배틀이 시작된다. 선풍기 데스매치!

발뮤다 그린팬S “어디서 바람이 부는데?” - 강기산

한여름 어느 날이었다. 거하게 회식을 마치고 2차로 선배의 집을 찾았다. 이사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집들이 겸 겸사겸사 찾은 것이다. 사실 얼리어답터라고 자부하던 선배의 집이 궁금해 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행히 싫은 눈치는 아닌 거 같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술상을 봐왔다. 맥주부터 위스키까지 싫은 내색하지 않고 모두 내줬다. 안주도 그럴싸했다. 술을 마시면서도 틈틈이 선배의 아이템을 눈여겨봤다.

혼자남인 선배의 집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소품도 눈에 띄었다. 아기자기한 피규어부터 레고까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고양이까지 키워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내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사진=노연주 기자

잠깐 시선을 판 사이 메인을 놓칠 뻔했다. 바로 이 선배의 가전제품. 로봇청소기부터 서큘레이터, 공기청정기까지 없는 게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선배 집 가전마트 하세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가전제품에 심취한 이때였다. 어딘가에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분명 바람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어디서 바람 부는 데? 창문 열어놨어요?”라고 묻자 집주인 선배는 “아~ 그거 선풍기 바람이야”라고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기본적으로 선풍기라고 하면 소음은 달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배 방 한편에 자리한 이 녀석은 소리 없이 묵묵히 바람을 내고 있었다. 외관은 애플 제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미니멀했고 기능도 오롯이 바람에 집중한 것 같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선풍기의 존재가 궁금해졌다. 선풍기는 다름 아닌 발뮤다의 그린팬S라는 제품이었다. 발뮤다가 뭐지. 너무 궁금한 나머지 포털 사이트에 바로 검색을 해봤다. 검색하자 여러 결과물들이 나왔다. 주로 선풍기와 공기청정기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 선배 발뮤다 덕후였다. 그린팬S는 물론 공기청정기와 서큘레이터까지 모두 발뮤다 것이었다. 그린팬S는 발뮤다 선풍기 중에서도 ‘뉴’ 프리미엄급에 속하는 제품이다. 발뮤다 홈페이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여름 오후 나무 그늘에서 불어오는 듯한 기분 좋은 바람’을 제공한다. 실제로 선풍기 특유의 부담스러운 바람이 아닌 살갗에 직접 닿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린팬S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 양해를 구하고 선풍기를 멈췄다. 그러자 평범함을 거부하게 생긴 날개가 나타났다. 이중구조를 띄고 있는 날개다. 덕분에 일반 선풍기 대비 4배 넓은 바람을 퍼트린다고 한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그린팬S를 계속 보고 있으니 선배가 한 마디 한다. “신기한 거 보여줄까?”라고 하더니 갑자기 선풍기의 헤드 부문을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니 그린팬S의 회전 폭이 달라졌다. 취향에 따라 회전폭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다. 자랑은 이어졌다. 선배는 “더 대박은 이거 한 달 내내 틀어도 전기료 1000원 나오려나?”라고 덧붙였다(1일 예상 약3.3원).

이밖에도 그린팬S는 중간 지지대를 탈착할 수 있는 덕분에 실내용은 물론 탁상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최대 풍량인 4를 사용하면 공기순환기로도 손색이 없어 다소 고가의 가격(54만9000원) 값을 톡톡히 한다. 그린팬S를 한 시간 가량 보고 있으니 '선풍기 중 적수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본 선풍기 중에 단연 최고였다.

 

신일산업 음성인식 알파팬 “말로 조종하는 선풍기, 이건 혁명이야!” - 조재성

우리집 선풍기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말귀를 알아듣는다. “써니야 응답해. 켜세요. 강하게! 회전! 2시간! 멈추세요.”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뭐 이런 선풍기가 다 있지 싶겠지만 실화다. 리모컨을 안 찾아도 침대에 누워 말로 선풍기를 조작할 수 있다. 귀찮은 건 질색인 내게 인생 선풍기가 따로 없다. 써니야, 우리 올 여름은 꼭 함께하자. 내년, 내후년에도.

이건 혁명이다. 국내 최초 음성인식 선풍기다. 선풍기 명가 신일산업 신제품(SIF-ALPHA14)이다. 존재 자체가 솔루션인 물건이다. 그동안 우린 선풍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극심한 귀찮음을 감당해오지 않았던가. 선풍기 버튼을 원래 발가락으로 눌러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리모컨은 왜 찾을 때는 꼭 없는지. 신일 알파팬 앞에선 다 옛날 얘기다.

▲ 사진=노연주 기자

알파팬 이름은 써니다. 왜 써니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러야만 대답한다. 선풍기 목소리가 진짜 사람 같다. 아이폰 시리처럼 기계가 말하는 느낌이 아니란 뜻이다. 친구처럼 부드럽게 대꾸한다. 다만 정해진 질문에만 응답한다. ‘멈추세요’라고 말하면 전원이 꺼지지만 ‘꺼지세요’라든지 ‘멈춰’라고 명령하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제대로 명령만 한다면 인식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혁명은 이제 시작이지 않을까. 선풍기란 존재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했으니 앞으론 일상어로 대충 말해도 알아먹고, 나중엔 서로 수다 떠는 날도 오지 않을까. “써니야 오늘은 뭐했어?” “말 걸지 마! 나 심각해.”

써니를 말로만 조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본체 버튼이나 리모컨 조작도 가능하다. 본체에 리모컨 거치대가 있어 분실을 방지해준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배려다. 정작 함께 지내면 리모컨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멀리서도 음성 조작을 할 수 있으니 굳이 구시대 방법을 고집할 이유가 있겠나.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디자인은 무난한 편이다. 선풍기 그 자체 같은 생김새다. 어디 놓아도 이질감이 없다. 바람도 시원해 선풍기 역할 톡톡히 해낸다. 5엽 날개가 시린 바람을 뿜어낸다. 자연풍과 수면풍을 포함해 풍속을 6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이 정도면 무더위에도 문제 없겠다 싶다.

정리하자면 알파팬은 선풍기 명가 신일산업, 더 나아가 국산 선풍기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는 물건이다. 참고로 신일산업은 한국품질만족지수 선풍기 부문 11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서비스센터가 전국에 55개에다가 무상 A/S 2년을 제공한다는 점 역시 믿음직하다.

발뮤다 그린팬S? 유별나게 아름다운 선풍기다. 예술작품인지 선풍기인지 헷갈린다. 가격(50만원대)을 보니 예술작품인 듯하다. 알파팬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 11만원대다. 일반 선풍기보단 조금 비싸지만 말귀 알아듣는 특별한 선풍기란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효도 선물로도 딱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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