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왕보 베티카 대표.

베티카(VETICA)는 2012년 농업 정책 홍보 및 컨설팅 전문 회사로 설립한 이래 농업계에서 이름 있는 민간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했다(연매출 23억 원 가량). 베티카가 기획한 농업 분야 공론장인 ‘팜테크포럼’에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등 농업 기관에서 주요 연사가 다녀간다. 2013년에는 ‘AFL(Agriculture, Food, Lifestyle) 연구소를 만들어 애그리테크와 푸드테크 분야 정책 연구, 시장 조사 및 콘텐츠 기획을 시작했다.

AFL 연구소는 “의미 있는 농업 기사들을 사용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채널을 만들자”는 의미로 ‘농업을 위한 더 스마트한 생각’(https://www.facebook.com/afltrends/) 이라는 전문 큐레이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베티카의 류왕보 대표는 농림수산식품정보교육원과 함께 ‘해피 버스 데이’(Happy Bus Day)라는 프로그램(https://www.facebook.com/happybusdays)을 기획해 매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농촌을 방문하는 체험형 관광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다. ‘농업콘텐츠 기획자’를 지향하는 류왕보 대표를 만나 봤다.

다른 회사들이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 농업 분야에 뛰어드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케팅 컨설팅 및 홍보 컨설팅 분야에서 농업의 가능성을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회사 창립 이후 농식품부의 농산물 물가 안정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는데, 좋은 성과 덕분에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게 됐다. 그 이후 농식품부의 주요 정책을 알리게 되었고, 2012년 6차 산업화 정책이 처음 시작할 때 홍보 담당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농업 분야 전문 컨설팅 및 마케팅 기획, 브랜딩 등과 관련된 포괄적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의 공동대표인 임영진 대표가 농업계에서 20년 동안 활동해 온 전문가다(임 대표는 농업계 미디어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행정학을 전공하면서 산업 발전 정책과 포용 정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농촌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았다. 친환경, 식품, 농업 등은 언제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이고, 미래 잠재력이 매우 큰 분야라고 믿고 있다.”

광고, 마케팅 전문가의 입장에서 농업 분야 가장 큰 숙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실 지금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주제가 변화 또는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고 부르는 극적인 전환이다. ICT 분야에서 대두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도 그런 변화의 욕구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본다. 일단 농업 소비 관련 트렌드가 과거에는 10년, 5년 주기로 바뀌던 것이 지금은 한 달 또는 몇 일 사이에도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다.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원물을 생산하는 매커니즘에 대해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있다. 가정용 채소 재배 툴킷들이 판매되고 있는 것도 같은 취지다. 요즘은 ‘컬리너리 투어’(Culinary Tour)라고 해서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과 제휴하여 농장을 방문, 경관을 체험하고 맛있는 요리도 맛보는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에 농업 생산 분야에서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따라잡기보다는 오래된 산업 구조와 이해관계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소화하고 싶지만 고민스러운 일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농업을 단순 생산의 문제로 보지 말고 수많은 정책당국자와 지원기관, 연구자 등의 주체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베티카는 그 일을 하려고 하고, 농업 분야의 미래 대응을 위한 공론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 베티카의 '해피 버스데이'(제공=베티카)

농업계가 여전히 전통적인 이슈에 골몰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을 듯 하다.

“농업계는 분명히 진입장벽이 있다. 귀농인과 기존 농민들 간의 갈등이 있듯이 농업계 전문가들과 다른 배경을 지니고 농업계 진출을 도모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히 갭(gap)이 있다. 지금 내가 전문 연구자는 아니지만, 정책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농업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제대로 고민하고 문제들을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농업 분야 정책 당국자나 연구자들 중에도 정말 변화를 원하는 분들이 있었다. 오랫동안 ICT 분야와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던 사람(류왕보 대표는 온라인 교육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가로 활동했다)이 농업에 들어온다고 하니까 신선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과 뜻이 맞아 6차산업화 초기에 열심히 활동을 했고, 마케팅이나 애그리테크, 농업분야의 신수종사업 등에 대해 집중하며 글도 쓰고 활동을 하자 많은 분들이 진정성을 이해해 주셨다. 그리고 호응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체험형 농촌 투어인 ‘해피 버스 데이’에 대해 소개해 줬으면 한다.

“해피 버스 데이는 6차 산업 정책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참여공감형 프로그램이다. 우수한 6차산업화 현장을 국민들에게 직접 체험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알리도록 유도하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2013년에 처음 시작해서 2년 만에 홍보업계에서 한국 PR대상 정부 홍보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그 결과 전국 각지의 유수 농업경영체를 방문하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매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농촌을 방문했지만, 지금은 베티카의 직원들이 현장을 익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귀농, 귀촌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줄 점이 많을 것으로 본다. 또 농업과 관련된 신사업 모델에 대해서도 지적할 부분이 있을 듯 하다.

“귀농, 귀촌, 창농에 대해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도시 이상으로 농촌이 가능성이 큰 곳은 맞지만 해외 이민 못지 않은 도전이고 창업 못지 않게 창농도 쉽지 않다. 젊은이들이 창농을 고민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시골로 가기 전에 다방면으로 재무계획, 유통계획 등을 고민해야 하고 자신이 생산하는 작물이 얼마나 경제성과 효용이 있는지 따져보는 사전 기획 작업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농업 전문 엑셀러레이터’가 해 줄 일이 정말 많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나는 예전부터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때마다 어떤 관심을 갖고 어떤 분야에서 활동을 하든지 그것과 농업을 연관 지으면 새로운 블루오션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ICT 분야와 O2O, 빅데이타, AI,  VR&AR 분야가 다 그렇다. 이런 첨단분야의 기술이 농업과 연결되면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런 첨단 기술 외에도 저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강조하고 싶다.” 

‘농업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의 구상을 언뜻 밝혔는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그 동안 농업 정책을 알리는 일과 많은 지자체들의 자문 활동을 하면서 창농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번에 케이팜(K-FARM)박람회와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주관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 농업 분야예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끄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이상네트웍스와 베티카가 중심이 되고 제가 알고 있는 금융과 기업들의 역량을 모아서 새로운 미래 농업을 체계적으로 창업보육하는 금융 플랫폼을 운영해 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