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귀가 먹먹한 증상이 생겼다. 오른쪽 귀에 통증은 없으면서 가끔씩 가렵고 마치 동굴 안에서 소리를 듣는 것처럼 귀가 울리고 답답했다. 물놀이도 가지 않았는데 귀 안에 염증이 생긴 건지, 혹은 큰 병은 아닐지 A씨는 걱정이 앞선다.

▲ 동굴에 들어간 듯이 소리가 울리고 먹먹하고 가끔 가렵다면 어떤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을까?사진=이미지투데이

샤워 후 습관적인 ‘귀 파기’, 외이도염 부른다

여름철은 물놀이를 다녀온 뒤 ‘급성 외이도염’에 걸린 환자가 많아지는 시기다. 급성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까지의 길인 외이도에 깨끗하지 않은 물이 들어가 세균이나 곰팡이에 감염돼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러나 급성 외이도염은 물놀이에 가지 않았더라도 걸릴 수 있다. 샤워한 뒤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를 자주, 심하게 후벼도 급성 외이도염이 발생한다. 가장 큰 증상은 가려움이지만 갈수록 극심한 통증이 생기고 심하면 청력까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귀에 통증을 느꼈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장마철 ‘높은 습도·낮은 기압’, 귀에 영향

만약 물놀이를 가지 않았고 목욕 후 귀를 파는 습관도 없다면 장마철 눅눅해진 ‘귀지’가 먹먹한 귀의 원인일 수 있다. 장마철은 공기 중 습도가 높고 꾸준하게 유지돼 귀지도 덩달아 습기를 머금어 끈적끈적해지기 쉬운데 이 때 귀지가 고막에 들러붙는 경우가 생긴다. 귀지가 고막에 붙으면 답답하거나 가려울 수 있으나 통증은 없고 A씨가 느꼈던 증상처럼 귀가 먹먹해진다.

또 장마철 낮아진 기압도 귀에 영향을 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다보면 압력이 갑자기 낮아지면서 귀가 먹먹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압이 변하면서 고막이 안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 때문에 일시적으로 귀에 먹먹한 증상이 생긴 것이라면 건강에 큰 해를 끼치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자.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장정훈 교수는 “장마철에 들어 귀에 통증은 없으나 가렵고 답답한 증상만 있다면 확률적으로 눅눅해진 귀지 때문일 확률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낮은 압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고막이라는 것이 워낙에 예민하기 때문인데 건강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눅눅한 귀지는 혼자서 제거하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이비인후과를 찾아 제거해야 한다.

▲ 공기 중 습도가 많아지는 장마철에는 귀지가 눅눅해져 고막에 달라붙는 탓에 귀가 답답할 수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귀 먹먹한 ‘중이염·돌발성 난청’, 빠르게 병원 찾아야

귀가 먹먹한 증상을 가진 기타 질환으로 가장 흔한 것은 중이염이다. 중이는 고막 안의 공간으로 이곳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 염증이 생긴 것을 중이염이라고 한다.

중이염에 걸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다. 특히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감기의 후유증으로 중이염을 앓는다. 증상으로는 먹먹함 외에 귀의 통증, 두통, 청력 저하 등이 있다. 드물게 염증이 뇌에 도달하기도 하므로 빠르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귀에 먹먹한 증상이 생기는 또 다른 질환으로 돌발성 난청이 있다. 돌발성 난청은 원인을 모르고 하루아침에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질환이다. 보통 한 쪽 귀에만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긴장돼 있는 상태에서 자주 발생한다.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미국에선 연간 10만명당 5~20명이 돌발성 난청에 걸리고 한국에선 10만명당 10명 이상이 걸리며 30~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돌발성 난청은 초기에 치료를 하는 것이 청력 회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필수적이다.

장정훈 교수는 “특히 돌발성 난청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치면 회복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3~7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면봉’도 쓰지 말아야…답답하다면 ‘이것’ 이용

물놀이나 목욕을 한 뒤 귀에 물이 들어가면 면봉으로 귓속 물기를 제거하는 사람들이 많다. 습관적으로 귀를 파는 것이 아니고 면봉은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의료진들은 면봉 또한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장정훈 교수는 “이비인후과를 찾은 환자들이 면봉을 써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자주 물어보시는데 기본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면봉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귀지가 더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귀지는 귓속의 습도나 산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귀지를 무리하게 제거하려다보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물놀이나 샤워 후에는 귀지가 불어 더욱 쉽게 제거되는데 이 경우 외이도염이 건조해지면서 외이도염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귀에 물이 들어갔더라도 되도록 면봉을 쓰지 말고 자연적으로 말리라고 조언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귀에 물이 들어가 답답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르기 전까지 기다릴 수 없고 가렵다면 다소 비위생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새끼손가락’이 답이다.

장정훈 교수는 “물놀이 후 귀에 물이 들어가면 가급적 닦아내기보다 말리는 것이 좋지만 참기 힘들다면 새끼손가락을 쓰는 것이 좋고, 면봉을 써야한다면 면봉에서 하얀 솜이 있는 부분(약 3㎜)만 넣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