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기에 원유에 20억달러를 투자한 사모펀드가 유가 하락으로 쪽박신세로 전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애나의 퇴직연금, 캐나다 2대 연금 ’케스드데포에‘(CDPQ), 미시간주립대학교 재단 등 이 사모펀드에 투자한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유가 거품이 터질 때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 사모펀드 운영사를 쪽박신세로 만든 국제유가 추이.출처=OPEC

 

16일 미국의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텍사주 사모펀드 운용사 에너베스트(EnerVest)가 지난 2013년 20억달러(약 2조2590억원) 규모로 조성한 에너지펀드의 자산가치가 유가 급락으로 사실상 '0'가 됐다.

사모펀드 투자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펀드의 자산가치가 몽땅 날아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산 규모 10억달러 이상인 펀드 중에서도 단 7개의 사모펀드만이 손실을 냈는데 손실규모가 25%를 넘긴 전례는 없다고 컨설턴트들과 투자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에너베스트는 2013년께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 수준일 때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시작했으며 이후 13억달러를 빌려 미국 텍사스와 유타 지역 유전에 투자했다.

이후 국제 유가가 이후 급락하면서 에너베스트 펀드는 손실을 내기 시작해 손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2월 배럴당 30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지만 현재 45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미국 석유산업이 큰 타격을 입자 투자자인 에너베스트 펀드 자산 가치도 폭락했다. 이에 따라 웰스파고은행을 중심으로 에너베스트와 투자금 회수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에너베스트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존 워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는 자랑스럽지 못한 결과"라고 인정했다. 그와 그의 파느너는 지난해 개인 자산 8500만 달러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손실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폭스비즈니스는 “투자자들이 에너베스트 펀드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원금의 1%도 안 될 것”이라면서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의 원금이 완전히 날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1992년 설립된 에너베스트는 여러 펀드의 운용을 통해 30% 이상의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준 덕택에 2010년 10번째 펀드에 15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고 8억달러를 차입했다. 이 듬해 13번째 펀드에는 20억달러의 자본을 유치하고 13억달러를 차입하기도 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인 호시절이었다. 그러나 유가 급락으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