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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똑딱이 라이프 #그남자의물건후지필름 파인픽스 XP120을 만나다
조재성 기자  |  jojae@econovill.com  |  승인 2017.07.17  17:30:15
   
▲ 사진=노연주 기자

그 남자의 일상 훔쳐보기 ▶그남자 시리즈 다시보기 링크 #북씨 #에이수스 비보 미니PC #켄우드 BLP900 #야마하뮤직 TSX-B235 #에코백스 윈봇950 #라이카Q #니콘 키미션80

동네 공원에 그 남자가 출몰했다. 주말이라고 아무거나 주워 입고 나온 모양이다. 왼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오른손엔 파란 물체를 들고 있다. 사진 찍는 자세를 취하는 걸 보니 카메라 같다. 희한하게 생긴 똑딱이(컴팩트 카메라)다.

의외다. 사진 끊었다더니 몰래 혼자서 출사 나온 건가? 저 카메라도 의외다. 그 남자라면 저런 장비를 사용할 리가 없다. 워낙 비싼 카메라를 좋아해서 플래그십 DSLR 카메라 아니면 눈길도 주지 않던 그다. 직업 사진가도 아니면서 콧대가 높았다.

 

사진보단 카메라를 사랑했다

주변에선 그 남자를 장비병 환자 취급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카메라에 환장했다는 것. 둘째, 사진보다 카메라를 중시한다는 것. 일종의 물신주의로 볼 수도 있겠다.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찍어낸다는 믿음이 깔려있으니.

이런 말이 있다. 오디오에 취미는 패가망신 지름길이라고. 장비가 비싼 탓이다. 카메라도 다르지 않다. 고급 보디에 렌즈는 물론 삼각대나 스트로보 같은 장비 하나하나 마련하다보면 돈이 술술 나간다. 본격 입문하면 대개 비싼 장비에 자꾸만 눈이 간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 남자도 시작은 보급기였다. 100만원도 안 되는 모델로 시작해 계속 위를 봤다. 겨우겨우 일해 알바비 받아서 카메라 바꾸는 데 돈을 썼다. 기존 장비를 중고로 팔고 새 카메라를 사는 방법을 몇 차례 써먹은 끝에 플래그십 바디까지 샀다. 그 다음은 렌즈를 하나하나 사모았다.

그 남잔 프로 사진가라도 된 것처럼 뿌듯했다. 새해 첫날 해돋이 출사까지 나갈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 가끔은 허탈했다. 정작 사진 찍는 재미를 크게 느끼진 못했다. 사진보단 카메라를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다.

카메라는 사진 찍는 도구 아닌가. 사진에 재미를 못 느끼니 카메라 사랑도 튼튼할 수 없던 걸까. 권태기가 왔다. 반년 넘게 카메라를 방구석에 모셔뒀다. 그 존재를 잊고 살았다. 어느 날은 결심을 해버렸다. ‘남대문에 팔아버리는 게 낫겠다.’

 

사진 찍고 싶어지는 전시회

카메라 없는 일상이 나쁘지 않았다. 가끔 꼭 필요할 땐 폰을 이용했다. 가볍고, 공유하기도 쉽고, 사진도 나쁘지 않고. 그 남잔 장비병 걸렸던 시절을 회상하게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사진 찍기는 딱 예전 정도로만 좋아한다.

하루는 지인과 약속 때문에 청담동을 갔다. 강북에 사는 그 남자에게 익숙한 장소는 아니다. 낯선데다가 더워 죽겠는데 지인이 늦는다더라. 짜증이 오른 그 남잔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 시간 떼울 데 없나. 마침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 후지필름!

후지필름 스튜디오다. 명색이 카메라 장비병 걸렸던 그 남자가 이 브랜드를 모를 리 없다. 카메라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매장에 들어갔다. 카메라에 눈길이 가닿기도 전에 시선을 끄는 풍경이 있었으니. 매장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길에 네온사인이 그를 잡아당겼다.

   
▲ 북씨 전시장 모습. 사진=조재성 기자
   
▲ 북씨 전시장 모습. 사진=조재성 기자
   
▲ 북씨 전시장 모습. 사진=조재성 기자

지하엔 후지필름이 운영하는 X갤러리가 있다. 거기에선 마침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북씨라는 사진집 전시회다. 벽에 사진이 안 걸린 대신 목재 테이블에 유명 현대 사진가 사진집이 잔뜩 있는 특이한 전시다. 사진집 200여권을 만나볼 수 있다.

그 남잔 마음 내키는 대로 하나하나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침 지인이 이날 따라 많이 늦었다. 1시간 남짓이었을까. 그 남잔 어떤 강렬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사진을 이렇게도 찍을 수 있구나. 내가 너무 뻔한 사진만 찍어왔구나. 사진 찍고 싶다. 미친 듯이.’

그 남잔 사실 사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더 좋은 장비를 갖추면 끝내주는 사진이 찍히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나름 잘 찍으려는 노력은 했다. 노출, 초점, 화이트밸런스, 수직수평 정확히 맞춘 정석 같은 사진에 집착했다.

어쩌면 어디서 사진 배워보지도 못한 그 남자가 할 수 있는 노력의 전부인지 모르겠다. 결국은 어디서 본 듯한 개성이라곤 없는 흔한 결과물이 나왔다. 이러길 반복하다보니 사진 찍기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긴 몰라도 지하에서 본 사진들은 달랐다. 그 남자가 믿던 규칙이라곤 전부 무시한,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은, 크리에이티브가 꿈틀거리는 사진이었다. “좋았어. 나도 이런 사진을 찍어보는 거야.” 그 남자가 혼잣말을 했다.

 

20만원대 다재다능 아웃도어 똑딱이

운명의 장난일까. 1층으로 올라오니 카메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뜬 상태인 그 남잔 1차원적으로 생각했다. ‘사진 찍으려면 카메라가 있어야지.’ 대신 비싼 카메라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는 믿음은 스스로 깨버리기로 했다.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에 자꾸 눈이 갔지만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집어든 카메라는 파인픽스 XP120이란 물건이다. 가격만 보면 장비병과 거리두기엔 제격이다. 20만원대에 불과하니까. 그 남잔 별다른 정보 없이 ‘다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카메라를 자기 물건으로 들였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지인과 술 한잔 걸치고 집으로 들어온 그 남잔 후지필름 쇼핑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잠들었다. 며칠을 그 자리에 방치했다. 주말이 돼서야 문득 깨닫고는 쇼핑백을 주섬주섬 풀러 XP120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장비병 유경험자 아니랄까봐 손놀림이 능숙했다.

XP120은 의외로(?) 다재다능했다. 미니멀하게 사진 찍기에 집중하려고 집어든 물건인데 이런저런 기능이 많았다. 핵심 정체성은 ‘아웃도어 카메라’다. 방진, 방수, 방한 기능에다가 충격 방지까지 지원한다. 거친 환경에도 진가를 발휘한다는 얘기다.

그 남잔 사실 사진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쨌든 똑딱이(컴팩트 카메라)니까. 플래그십 DSLR 쓰던 사람 아니랄까봐. 몇 번 찍어보고는 눈이 커졌다. ‘의외로 느낌 있네. 뭔가 필름사진처럼 감성적이야.’ 그때서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후지필름 카메라 색감 좋다는 얘기 말이다.

XP120은 여러 촬영 모드를 지원하는데 그 남잔 특히 시네마그래프(Cinemagraph)를 마음에 들어 했다. 사진에서 특정 부분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모드다. 일단 영상을 찍고서, 특정 부분을 지정하면 나머지만 정지 화면으로 멈춰버린다. 그 남자의 숨겨진 크리에이티브를 자극하는 기능이다.

   
▲ 파인픽스 XP1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파인픽스 XP1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파인픽스 XP1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파인픽스 XP1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파인픽스 XP120으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카메라 라이프 2막은 XP120과 함께

그 남잔 XP120이 100% 마음에 들진 않는다고 했다. “사진 지울 때 나오는 블루스크린풍 파란색 모자이크 효과가 조금 촌스러운 것 같네요. DSLR 카메라처럼 뷰파인더를 보고 셔터 소리를 느끼며 사진을 찍는 재미도 챙길 수 없죠. 후지필름만의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도 제한적으로만 지원을 하고요.”

그 남잔 요즘 어딜 가든 XP120으로 뭐든 찍어댄다. 옛 열정이 되살아난 듯하다. 여름 휴가 땐 XP120과 출사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남들 다 가는 관광지보단 낯선 동네를 찾아 프레임에 담아볼 계획이다. “어떤 사진을 건질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장비병 걸렸을 때랑은 다른 사진을 찍겠죠.” 그 남자의 카메라 라이프 2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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