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된 스타트업 농부릿지가 개발한 서비스 ‘디팜’은 온라인 공간에서 디자인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게 해 주는 플랫폼(www.defam.co.kr)이다. 패키징 디자인이나 명함 등에 큰 돈을 들일 여력이 없는 농민들이 자신의 농장에 가장 걸맞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끔 중개해 주는 플랫폼이다. 디팜을 개발한 농부릿지는 지난 2014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015년에는 연간 약 30여 건, 2016년에는 42건 까지 농업계와 디자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2016년 12월 기준 연 매출 3억 2천만원). 디팜의 경우 약 150명의 농업인들이 디자인을 구매했다. 농부릿지의 조현준(32) 대표가 갖고 있는 ‘농업과 적정 디자인’의 만남이라는 철학은 최근 들어 농업계에서 조금씩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비롯해 유수의 농업계 기관에서 인기 있는 디자인 컨설턴트이자 강연자다. 조 대표는 ‘농업계에서 디자인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과 농민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농민들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조현준 대표를 만나봤다.

▲ 농부릿지 조현준 대표(사진촬영=이코노믹리뷰)

 

‘디팜’이라는 서비스가 재미있다. 농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포장 디자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플랫폼이라는 의의를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서비스 개발 동기를 설명해 달라.

“기업들은 디자인 조직을 갖고 있거나, 외주 프로젝트를 발주해서 디자인을 사용하면 되지만, 소상공인이나 농민들은 그럴 만한 자금 여력이 없다. 연간 소득에서 농업 경영비를 빼고 나면 1천 만원 미만의 순소득으로 살아야 하는 농민들에게 패키징에 또 투자하라고 권하는 것은 정말 큰 사치다. 디자이너와 1:1로 만나면 큰 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러 디자이너들이 온라인 공간 안에 모여 있으면, 자연히 플랫폼 상에서 가격 경쟁도 일어나고, 좀 더 질 좋은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전국 20개 도시의 100여명의 농민들을 만나 가공품, 원물과 관련된 고민들을 들었다. 한국시각디자인협회나 신지식인농업인회 등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박스 제작 업체들로부터도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런저런 모델이 응축되어 디자인, 마케팅, 웹서비스 등에 전문성을 지닌 40여 명 가까운 인력들을 조직 안팎에서 농민과 연결해 주는 ‘디팜’이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게 됐다. 여러 가지로 많이 어려운 과정이었다.”

농업계에서 디자인이라는 요소가 생소하기 때문에, 수익을 거두기가 참 어려웠을 듯 하다.

“의미 있는 수익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디팜의 인지도가 생기고,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나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귀한 기회를 주셔서 농민들에게 디자인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됐다. 물론 농업 분야에서 디자인으로 돈을 번다는 게 아주 용이하지는 않다. 원래 고가에 디자인을 공급하던 전통 디자인업계로부터 눈총 어린 시선을 받았던 적도 있었고, 시범 사업 형태로 농민들에게 제품 디자인을 적용해 볼 것을 권유했다가 이용만 당한 적도 있었다. 수익을 내기까지 숱한 난관을 거쳤지만, 의미있는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보 담당자, 디자인 담당자, 마케팅 담당자(조현준 씨 본인)가 3각을 이루어 혼연일체로 협조하고 있다.”

지금 농업 관련 상품들이 브랜드화가 잘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일단 브랜딩이나 디자인 과정을 매우 쉽게 보는 분들이 많다. 원물이 좋기 때문에 자연히 브랜드나 디자인이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구매자가 바라보는 인식과 생산자가 바라보는 상품에 대한 인식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그 간극을 메워주는 게 디자인이나 브랜드 전문가가 할 일인데, 여기에 대해 명확한 대가 지급을 해야겠다는 의지와 마인드 개선이 일어나지 않으면 관련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본다.”

실험적인 도전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실험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서 공고한 기존 진입 장벽을 뚫으려고 하다 보니 힘든 일이 많았다. 사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근본부터 다시 물음을 제기하게 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찾아주는 깨어 있는 고객들이 있었다.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원인은 개별 건마다 디자인비를 지급하게 될 경우 고객들이 너무 큰 부담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일을 맡길 사람을 적은 비용으로 조달하게끔 도와주는 것이었다.”

농업계에서 다른 시선을 가질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농업계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다. 스타트업들이 매우 쉽게 보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전통이 쌓여 있고 고유의 관습이 있는 산업에서 쉽게 수익을 거둘 것이라 보고 기대하면 안 된다.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꽤 오랜 시간 투자를 거쳐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두면서 창업의 성과를 누리고 있다. 온전한 의미의 창농(創農)은 사실 돈 벌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이것을 잘 파악하고 시장에 뛰어들 때에는 매우 전략적으로 진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농민들도 조금 열린 자세를 갖고 디자이너들을 만나셨으면 좋겠다. 농농촌을 어려워 하는 귀농자들도 많고, 좀 더 경쟁이 치열한 환경으로 변해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젊은 영농인들도 많다."

앞으로의 포부나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농업인들과 구매자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계속 만들어 가고 싶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니즈가 현장에 있을 것으로 본다. 농협 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내 고민에 많이 공감하고 지원을 해 주고 있어 강연 프로그램이나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의 분들을 만날 일이 많았다. 농장 명함이나 원물의 패키지 디자인, 가공품 박스 디자인 같은 것들을 계속 해 왔지만, 앞으로는 농장과 농장, 농장과 레스토랑 등을 잇는 연결망을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더욱 친숙하게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인적 가치가 고민된다면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