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올해 휴가철 추천도서로 ‘명견만리’를 선정했다. 무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결정이다. 이 책이 경제경영분야 베스트 셀러 1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 대담한 질문을 던진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맞선다. 집단지성이 머리를 맞대고 발로 뛰면서 통찰한다. 해상도 높은 비전을 제시한다. 이 책은 먼저 펼쳐보는 미래지도이다.

유엔은 2009년에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를 선포했다.

조선의 왕 평균수명 47세, 19세기 유럽의 평균수명 49세, 불로초를 구하려고 60척의 선단과 3천명을 보냈던 진시황도 50세를 살고 갔을 뿐이다.

한국은 지난해 65세이상 치매노인이 68만 5739명으로 10명중 한명 꼴이다. 노년층 빈곤율은 48.8%, 노인 두명 중 한명은 가난하다. OECD평균은 12.1%이다. 부끄러운 수치(數値)이다.

100세시대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65세는 노인인가? 나의 건강수명은 얼마나 될까?

 

시간의 신대륙, 새로운 나침판 필요

호서대 설립자 강석규 명예총장은 95세에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은퇴후 30년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때부터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재작년 103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97)는 100세를 앞두고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65세에 정년퇴직한 후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이다. 퇴직후 30년 더 살줄 알았더라면 좀 더 멋진 꿈과 목표를 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분의 공통점은 후반생에 대한 후회이다. 반면,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나는 완벽을 향해 도전하기 위해 95세까지 평생 현역으로 살았다.”라고 말했다.

과학과 의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신적 인간)에서 밝힌 것처럼 ‘불사’(不死)라는 미래의 역사로 가는 출발선상에 있다. 이미 우리 앞에 40년이라는 시간의 신대륙이 펼쳐졌다. 우리는 가 본적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어떻게 무얼하며 살까? 건강은? 재산은? 자식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꿈과 목표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빠를수록 클 수록 좋다.

물론 실천가능한 평생현역의 꿈이어야한다. 목표는 꾸준히 공부하는 것과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다. 우스갯소리로 ‘동’네 ‘경’로당에만 출석하는 ‘동경대학’은 포기하고,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는 ‘하버드생’은 아닐지라도 ‘예’전과 같이 ‘일’하는 ‘예일대생’이 되어 새로운 후반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와 개혁으로 노령화시대 대비해야

한국은 저출산과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인연령의 기준이 계속 65세라면 15년 후 노인수는 1,000만명 이상이 될 것이다.

수명연장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자리, 의료, 복지등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개혁과 대비가 없다면 세대간 갈등, 연금고갈, 재정파탄 등 재앙이 될 수 있다. 겨울이 오기전에 난로와 땔감을 준비해야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래슬릿은 중년기 이후부터 80세까지를 ‘서드에이지(the third age)라고 표현한다. 중년도 노년도 아닌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이들이다.

이들의 시간은 ‘휴식’이 아닌 ‘인생 2막’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일로부터의 자유’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드에이지는 기술, 지식, 경험, 체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고령화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동력이다.

OECD 고령화 문제 전문가 안느 생 마땅은 “노인의 고용률은 청년층 일자리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보완관계에 있다. 노인과 청년은 다른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어서 같은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 노인의 고용이 증가한 나라에서 청년고용 역시 증가했다.”고 밝혔다.

양승동 PD는 고령화가 문제로 위장한 기회임을 강조한다. 그는 제 3섹터가 희망이라는 입장이다. 제 3섹터는 제 1섹터인 정부와 제2섹터인 기업을 보완하는 비영리 영역(NPO)의 사회적 경제이다. 시니어들이 경제,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의지하는 한편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 돕는 것이다. 서울시도 지난해 50플러스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협동조합의 적극적 지원과 활동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나는 공간활용이 가능한 대학, 학교, 교회, 경로당의 일부를 지역공동육아센터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일정 자격을 가진 어르신들이 전업엄마들과 협업하여 지역아동들을 돌보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일자리가 생기고 엄마들은 각자도생에 드는 양육비용이 절약될 것이다.

사회문제는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있다. 해결을 위한 융복합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형 복지국가는 가족, 공동체, 국가가 총체적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한다. 아직은 골든타임이다. 진정한 복지는 새로운 공동체가 해답이다. 구성원들이 교류하면서 서로의 강점으로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따뜻한 공동체의 구축. 이것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의 핵심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