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이미지투데이

지속되는 불경기에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까지 더해지면서 비싼 술의 대명사 중 하나인 ‘위스키’ 시장에는 몇 년째 찬바람만 불고 있다. 국내 위스키는 2008년 284만 상자를 팔며 정점에 올라선 이후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주력 제품인 ‘임페리얼’의 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국내 위스키업체인 골든블루에게 2위 자리를 넘겨주면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올해도 실지회복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위스키 시장은 2015년 –2.2%, 지난해는 –4.6% 등 시장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골든블루에게 2위 자리를 넘겨준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예외는 아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2015년 매출은 1055억원으로 전년 1195억원 대비 약 12%줄었다. 영업이익은 2015년 283억원에서 2016년 44억원을 기록해 83%나 쪼그라들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여파로 전임 장 마누엘 스프리 사장이 해고된 이후 장 투불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주요 임원들을 무더기로 물갈이하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재무통인 신임 사장이 비용절감에만 몰두해서 생긴 부작용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또, 변해가는 트렌드에 시기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전통성과 브랜드만 내세운 전략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위스키 중에서 알코올 도수 40도 이하인 저도 위스키만이 지난해 5월 기준 29.4%에서 올해 5월 41.9%를 기록하는 등 유일하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주자인 골든블루는 2009년 12년에 출시한 ‘골든블루 사피루스’를 통해 36.5도짜리 저도 위스키로 시장을 선점, 타 위스키업체들도 발빠르게 저도 위스키를 내놓으면서 시장 규모를 확장했다.

페르노리카는 계속해서 브랜드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고집하다가, 지난해 말에는 저도 위스키 ‘35 바이 임페리얼(450ml 용량 출고가는 2만6334원)을 내놨다. 그러나 주류법상 무연산의 기타주류로 분리됐음에도  ‘임페리얼 12년’과 가격이 같다는 점에서 ‘꼼수’ 지적을 받았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임페리얼 네온’ 가격을 5.8% 인상하면서 매출 상승을 노렸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이 더욱 급감하는 굴욕을 맛봤다.

페르노리카 관계자는 ‘브랜드 전통과 가치를 고수하겠다는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장 트렌드가 바뀌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보인 것”이라면서 “스카치 위스키 고유의 맛을 유지한 저도 제품으로 브랜드 전통과 가치는 여전히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전략에 대해서는 주력인 ‘임페리얼’, ‘발렌타인’, ‘앱솔루트’에 집중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페르노리카에서는 비용 절감과 매출 극대화를 위해 인력 감축, 가격 인상 등 다양한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오히려 업계에서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양주시장 침체로 올해 초 바카디코리아가 한국 법인 설립 10년 만에 철수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3위로 추락한 페르노리카의 명확한 포트폴리오가 없다면 순위 재탈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스키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위스키의 출고량은 2014년 1799만 1000㎘로 2008년 3105만 9000㎘에 비해 42.1%나 줄었다. 리큐르 출고량도 2014년 684만 4000㎘로 2008년 724만 1000㎘에 비해 5.5%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제부진과 가계부채 증가, 김영란법 등으로 소주와 맥주 시장도 침체되어 있는 등 주류 업계 전반적으로 우울한 성적표가 전망된다”면서 “여기에 가성비를 따지는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주나 맥주와 비교해 가격이 비싼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35 바이 임페리얼. 출처: 페르노리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