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K마트보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매일 싼 가격에 팝니다(Everyday Low Price)”와 “고객의 만족을 보증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한때 미국 유통 시장을 점령했던 월마트가 지금은 1994년 문을 연 후발주자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총매출은 월마트가 3.5배 더 많지만, 시가 총액에서는 올해 초 이미 아마존이 월마트의 2배를 넘어섰다.

아마존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 식료품 체인점인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을 15조가 넘는 금액에 인수했다. 홀푸즈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 46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아마존의 식품 카테고리와 오프라인 사업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아마존 프레쉬(Amazon Fresh)’와 시험 중인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고(Amazon Go)’의 구색과 품질, 그리고 실물에 대한 접근성에서 온라인 식료품에서 고객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날릴 것으로 예상된다. 홀푸즈에 쌓여 있던 브랜드 신뢰도에 플랫폼과 배송 인프라를 더함으로써 온라인 고객만이 아닌 오프라인을 애정하던 고객들도 아마존의 온라인 장보기로 이동해갈 것이다.

또한 의류, 신발, 액세서리를 3개 이상 최대 15개까지 고르면 미결제 상태로 무료로 배송해주고, 상품 중 마음에 드는 것만 보유 및 결제하고 나머지는 반품할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워드로브(Amazon Prime Wardrobe) 서비스도 출시했다.

온라인에서 가장 어려운 카테고리를 꼽으라고 하면 신선과 패션이다. 신선은 선도 문제로 인해 신선한 상품의 선택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중요하며, 보관과 배송 과정에 있어서도 콜드 체인(Cold Chain)을 통한 선도 관리가 어렵게 때문에 온라인에 있어서는 고비용 구조의 난이도가 있는 카테고리다. 또한 패션은 어떠한가. 사이트의 상세 정보를 보고 잘 주문한다고 하더라도 상세 페이지의 설명·색상과 실물이 다르거나, 실제로 입어 보았을 때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중요한 옷은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무료 배송에 반품 박스까지 동봉해주고 무상 픽업을 요청하거나 근처의 UPS 사무소에 접수하면 쉽게 반품되고, 그것을 제외한 물품만 결제하면 되니 말이다. 반품이 자유로운 이 워드로브 서비스는 주문에 대한 부담과 장벽을 일시에 날려버려 실패의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리는 고객 관점에서는 마음 편히 패션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해주는 환상적인 서비스다.

그리고 월 $10.99인 Amazon Prime 회비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40% 할인한 $5.99에 제공한다고 한다. 이는 Prime 회원의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있지만 Walmart의 주요 고객이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감안해 신선, 패션, 회원 정책에 있어서 온라인에 부족했던 카테고리를 합병으로, 상품에 서비스를 결합한 Servitization으로, 고객층을 확대해 더 많은 고객이 Amazon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 관점의 최상의,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Amazon의 반대편에 서 있는 Walmart도 ‘온라인 코스트코’라 불리는 제트닷컴(Jet.com)을 비롯해 구두, 아웃도어, 의류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문 쇼핑몰을 인수하고 있다. 그 덕분에 상품의 구색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1분기 온라인 실적 발표에서 신장률은 아마존을 능가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 테스트를 통해 유통망 전체에 대한 식품 안전 및 추적성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게 되었다.

그러나 당황스러운 횡보(橫步)도 있었는데 100만 월마트 직원의 퇴근길 온라인 배송 서비스다. 전 직원이 퇴근 경로와 일치하는 지역의 배송품을 할당받아, 퇴근길에 온라인주문 상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퇴근 배송제’를 아칸소 및 뉴저지의 3개 매장에서 시험 실시하는 것이다. 전국에 4700개의 매장이 있기에 매장을 배송 허브로 활용해 배송 시간 및 비용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의 마트에서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직원들은 하루 종일 앉을 틈도 없이 물건을 진열하고 고객 응대를 하는데, 퇴근하면서까지 할당을 받아 고객에게 직접 배송한다는 것은 너무나 아날로그적이고, 희생적인 인적 서비스에 의존하던 과거 유통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 같다. 또한 한 직원이 한 건을 가지고 간다면 많은 수의 할당이 동시에 발생해 운영에 있어서도 배송 인계 과정 등이 복잡하고 생산적이지 않을 것 같다.

Amazon은 온라인의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오프라인을 포용하고 기존의 서비스를 더 넓고 깊게 가져가는 것 같은데, Walmart는 오프라인의 강점과 온라인의 합병에서의 시너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 싸움의 끝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