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말과 글을 통해 리딩해야 한다. 말과 글이 그의 생각이자 메시지가 되고, 이를 주고 받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지 못하면 절대 제대로 된 리더가 될 수 없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었고, 2016년과 2017년을 관통하는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치명적 교훈이 되고 있다.

한참 책과 강의를 많이 찾아 다닐 무렵엔 일년에 스무 번이 넘게 강의를 들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강사들의 리더십 강의를 들었다. 당시 회사 HRD팀에서 매주 강사를 초빙했다. 그 좋은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참석률은 저조했다. 그러자 참석자에게 선물이나 상품권이라도 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고민이 있었다. 강의에 개근을 한 나는 ‘강의 내용 자체가 가장 큰 선물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며 단호히 거절했다. 적어도 내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리더십의 만능 도구다

어떤 때는 서로 다른 강의라 해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연결되는 내용에 마치 복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람이 느껴졌다. 강사들은 모두 느닷없이 청중을 기습하는 질문을 잘 던졌다. 움찔하며 집중하게 되는데 알 것 같은데 막상 표현은 쉽지 않은 것들이었다.

“리더가 무엇입니까?”

한번은 강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나름 생각들을 정리해서 대답했다. 하필 내가 앉은 줄 맨 앞부터 대답이 시작됐는데, 어느덧 내 차례가 됐다. ‘갈 방향을 제시하고, 해야 바를 사람들로 하여금 잘 해 낼 수 있도록 이끄는 자’라고 대답했다. 딴엔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강사의 답은 달랐다. 대부분의 대답이 사전적 의미와 일반적인 범주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면 강사의 답은 톡 튀는 표현이었다. 다소 파격적 이었는데 더 와 닿았다.

“리더는 가느다란 실 한 가닥으로 조직 전체를 이끄는 사람입니다.”

그 말 한 마디에 더 이상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 표현 하나로 리더십이 정리됐다. 강의는 다시 이어졌다. 리더와 조직원들을 연결하는 실이라는 것은 잘 늘어 나지도 않고 쉽게 끊어질 수 밖에 없는 약한 것이어서 항상 적당한 세기로 앞에서 당겨야 한다. 억지로 당기면 당연히 끊어진다. 실은 막대기처럼 단단하지도 않기에 뒤에서는 밀 수도 없다.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내용이 잊혀지지 않는다.

리더는 조직에서 멀리 떨어져서 이끌어도 안되고 조직 뒤나 조직 가운데 묻혀서 이끌 수도 없다. 조직원들이 잘 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앞에서 나아가야 한다. 빨리 이끌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가고자 해서도 안 되고 조직원들이 보조를 못 맞추거나 저항이 생겨도 실은 금세 끊어진다.

어떤 조직은 번번히 실을 끊어 먹기만 하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조차 없는데, 또 어떤 조직은 리더와 조직원들이 한 마음이 되어 신바람 나게 달려 가기도 한다. 어찌된 것일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조직에는 과연 리더와 조직원을 연결시켜주는 실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신바람 조직은 약한 실 인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지 놀랍다.

이 가느다란 실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미국의 정치인이자 대학교수인 존 W. 가드너는 “리더십을 위한 만능 도구를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이다”고 했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곧 그 조직의 성패와 직결된다. 리더가 한 두 발짝 앞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미리 알려주고 어떻게 갈지에 대해서도 논의된 상황이라면 조직원과 연결된 이 실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다. 또, 적절한 간격을 유지해 한 방향으로 가기만 한다면 실에 부하가 걸릴 일도 없다.

방향만이 아니라 지형에 대해서도 미리 공유해 뒤따르는 사람이 상하좌우 같이 움직이면 아무리 약한 실이라라도 앞과 뒤가 조화롭게 전진한다. 한 두 발자국 앞에서 뒤 따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항상 귀 기울여서 문제가 없는지 또 지친 기색은 없는 지도 살펴야 한다.

반면 전후 사정에 대해 전혀 언급도 없이 실정에 맞는지 조차 모르면서 갑자기 뚱딴지 같은 명령을 내리는 조직도 많다. 조직 구성원들이 이유를 묻거나 어찌해 나갈 지에 대해 가지는 의문에 타박만 주고 강요만 한다면 조직원과 리더 사이의 간극은 메워질 수가 없다.

 

커뮤니케이션은 보스와 리더를 구분 짓게 한다

이런 리더의 특징은 어쩌다 한번씩 나타나서 일방적인 명령조의 하달만 던지고 조직원들과는 상대도 잘 하지 않는다. 한참 뒤에 나타나서는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만 점검한다. 그러다 ‘본인 생각대로 진행 되지 않음’만 탓하며 나무란다. 때로는 조직원들의 사소한 일들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을 커뮤니케이션인양 오해한다.

보스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리더라고 할 수는 없다. 보스는 군림하지 이끌지 않는다. 느와르 영화에서 흔히 보듯 보스는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는 내가 차지해야 할 자리를 잠시 맡아 있는 사람일 뿐이다. 때문에 끊임없는 암투가 펼쳐진다.

2016년 국정을 문란케 한 대통령의 무능도 알고 보면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요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과 공무원을 믿지 못하고 국민은 대통령과 정치인을 믿지 못하고, 기업 오너는 임직원을 믿지 못하고, 신뢰가 무너진 땅에는 비선이라는 잡초만 무성할 뿐이라고 사람들이 개탄했다. 어느 기업이든 조직 안에는 잘나가는 라인이 있다. 메이저 라인이 무능하면 구성원은 비전을 잃는다. 이런 사람들이 기업의 미래를 갉아 먹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소통이 없는 조직에서는 당연히 리더와 조직원들 간의 신뢰도 바닥이다. 리더가 아무리 뭐라고 하더라도 조직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한 두 번 겪게 되면 리더는 조직원들을 감시하게 된다. 자신의 지시를 어떻게 이행만 점검하려 들기 마련인데, 심해지면 조직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려 한다. 제대로 된 조직을 키우기 보다 자신에게 사사로운 일들을 고자질하는 비선라인을 싸고 돌게 된다. 리더가 조직을 이끌고 나가야 될 실이 오히려 조직원들을 꽁꽁 묶어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모 교수가 미디어에서 삼성가에 대해서 몇 가지를 꼬집은 적이 있었다. 보도 당시 대부분의 매체가 오프더레코드를 어긴 것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두고 있었을 때 그는 ‘중세적 귀천의식, 조직적 거짓말 그리고 권위주의적 독재’를 그 기업조직의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특히 애플의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견주어 볼 때 회장의 말이 헌법으로 받아들여지는 조직문화를 우려했다.

삼성은 국내에서 가장 선진화된 기업문화를 가진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뛰어난 회사가 있기도 하겠지만 일반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삼성은 항상 롤모델이다.  그런데 그 교수의 지적은 이런 삼성 조차도 애플의 기업문화와 비교해 볼 때 미래는 ‘빨간 불’이라고 했다.  국내 수 많은 기업들이 아직 삼성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여러 기업과 조직들을 보면 힘들고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겨내고 돌파하여 예상치 못한 실적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힘든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실수와 오해로 점철되는 경우가 있다. 결국 하면 할수록 힘든 상황만 연출하게 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해 나가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의외로 그런 기업이 많다.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말 중 하나가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만들어보라”는 말이었다. 회의나 미팅 아니면 차라도 한잔 하는 커뮤니케이션도 없이 전혀 의중을 드러내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바쁜 일정상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사소한 일도 번번이 좌초되곤 했다. 반면에 그 전에 모셨던 한 CEO의 경우는 미팅 할 기회도 많았고 배석할 때도 많아 살아온 그의 인생을 훤히 꿰뚫게 되었다. 한번은 인터뷰 때에 오히려 자기 자신보다도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나를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조직의 일을 진행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8할이다. 조직의 아무리 큰 일도 커뮤니케이션이 바탕이 되면 달라진다. 뜬금없이 나타나서 ‘내 생각을 왜 모르냐?’고만 소리치는 리더는 그나마 이어져 있던 실마저 끊어 먹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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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뮤니케이션은 리더십의 만능 도구다.

2. 보스와 리더를 구분 짓게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3. 커뮤니케이션 없는 조직에서는 리더와 조직원 간의 신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