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회생법원 개인파산절차에서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이 나와 판사와 대리인간 갈등 원인을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 개인파산절차에서 기피신청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17일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채무자 H씨의 신청대리인 K변호사는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 소속 단독 판사가 주재하는 의견청취기일 재판중 재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현행 민사소송법은 판사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에는 재판의 당사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산절차를 규정하는 채무자회생법은 일부규정에서 민사소송법을 규정을 적용한다.

기피신청의 원인이 된 것은 재판부가 발신기지국이 표시된 통신내역 제출 명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피신청을 낸 사건은 채무자 H씨가 파산선고와 함께 채무를 면책해 달라고 신청을 낸 사건이다. 이코노믹리뷰 회생파산부는 지난 일 이 사건을 취재, 보도했었다.

재판부와 대리인 간 쟁점이 된 사안은 채무자 H씨의 배우자가 살고 있는 거주지 전세보증금이 누구 돈인지에 대한 것이다.

▲ 서울회생법원, 사진=이코노믹 리뷰 양인정 기자

H씨는 파산신청 절차과정에서 파산관재인으로부터 재산조사를 받았다. 파산관재인은 채무자가 숨긴 재산이 있는지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우자와 자녀가 처남이 임대차계약자로 있는 거주지에 살게 됐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사자 H씨는 배우자와 별거중이었다.

그는 “장모가 몸이 아파서 장모 소유 주택을 팔고 처남이 돈을 보태 아내와 장모가 같이 살게 된 것”이라며 “처남이 맞벌이 부부라 어머니를 부양할 수 없는 사정이었기에 처남이 전세보증금을 보탰다”라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이어 법원 파산관재인은 H씨 처남이 보증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내역을 요구해 제출받았다. 다만 처남이 어떻게 보증금을 조성했는지 경위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나 이는 채무자 당사자의 설명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파산관재인은 채무자 H씨를 면책해도 좋겠다는 의견을 판사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H씨의 거주관계가 의심된다며 ‘발신기지국이 표시된’ 통신내역을 요구했다.

H씨의 통신내역을 조사한 결과 통화 송수신 신호가 아내의 거주지 근처에서 다수 포착됐다. 재판부는 H씨가 아내와 거주했으면서도 별거했다는 식으로 거짓 진술했다고 의심했다. 법원의 지시를 받는 파산관재인은 재판부의 주장에 따라 입장을 번복, 채무자에게 면책을 허락해서는 안된다며 의견을 수정했다.

결국 설명을 하지 못했던 ‘거주지 전세보증금 형성경위` 때문에 처남이 지원한 전세보증금이 채무자의 은닉 재산으로 인정됐던 것.

H씨와 협의해 신청대리인인 K변호사가 제줄한 기피신청은 바로 이 재판부 판사가 검토할 예정이다. 일반민사소송에서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은 수리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기피신청에 대해 기각결정이 내려지면, 채무자는 항고할 수 있고 개인파산절차는 항고의 결론이 날 때까지 중지된다. H씨는 가각되면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