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비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5천개가 넘는 브랜드는 20만개의 자영업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은 `프랜차이즈 공화국` 대한민국의 또다른 현실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약한 반면, 본사 브랜드 하나만 믿는 가맹점주는 가게 하나에 가족의 미래까지 걸어놓고 있다.  사업초기 가졌던 상생의식은 오간데 없고,  생존을 위한 전투만 남았다.    

# 가맹점주 협의회 구성에 본사는 ‘우월적 지위’로 ‘甲질’ 감시

“쉼이 없는 피폐한 삶이에요. 내가 왜 피자 프랜차이즈 점주를 했을까 반문할 정도로요.”

호남 지역에서 피자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신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신씨는 가맹점주협의회 소속으로 협의체에 가입한 이후부터 본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아왔다.

“내용 증명을 시도 때도 보내요. 툭하면 점포를 해지하겠다거나 폐점시키겠다고 합니다. 제가 가맹점협의회에 들어간 이후부터요.”

신씨는 피자프랜차이즈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감시를 일상화한다고 비판했다. 가맹본부에는 지역감독, 마켓감독, 식품감독, 회계감독, 위생감독 등 총 6개조의 감독제도가 있다. 본사에서 해당 감독규정 중 어느 것 하나 적용해서 압박을 가하면 남아 날 가맹점주가 없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느닷없이 들이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꼬투리로 잡아 직원들 앞에서 모멸감을 줬을 때는 돌아서서 많이 울기도 했죠.”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드민 피(admin fee)’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본사에서 청구서가 오면 특별한 의심 없이 로열티와 수수료를 납부했는데, 가맹점 협의회에서 ‘어드민 피’에 대한 의구심이 거론되면서 소송을 하게 된 것이다. 어드민 피는 일종의 수수료로, 가맹점주들이 관리해야 할 업무를 본사가 해주면서 받는 돈이라고 피자헛 본사는 소송과정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관리였는지는 그 누구도 명확하게 알 길이 없었다.

본사가 1+1 행사를 하면서 가맹점주들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본사가 1+1 행사를 하면서 가맹점주들에게 지원한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가맹점주들이 포장지를 새로 사야 했고, 재료비도 2중으로 들어갔는데도 말이죠. 또 가맹점주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피자 한 판을 더 준다고 광고를 해놓고선, 그 추가비용은 모조리 가맹점주들에게 100% 전가했어요.”

# 본사에서만 사야하는 ‘필수 구입 품목’ 부담

“먼지 빼고 다 본사로부터 사야 돼요.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진짜 현실이 그렇습니다.”

유명 제빵 프랜차이즈 매장을 10년 넘게 운영해온 점주 김 씨는 처음 매장을 운영할 때만 해도 하루 순이익이 500만원 이상 오르는 등 만족할 만한 사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인건비가 3배 가까이 오르고,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체 매출에서 물품 비용으로 본사가 가져가는 65%를 제외하고 35%가 점주 몫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서 부가세 등을 빼면 32%가 남고, 인건비와 임대료가 나가고 나면 실제 수익은 정말 낮다는 게 김 씨의 하소연이다.

“카드 수수료와 해피포인트, 통신사 할인 부담까지 있잖아요. 폭등하는 아르바이트 비용까지 더해 불과 5년 전만 해도 2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가 많았으나 현재는 100명 정도로 줄었죠.”

김 씨에 따르면 매장 1개당 연매출 평균이 6억6000만원인데, 여기서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통신사 할인 비용만 연간 860만원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필수 구입품목 모두를 본사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계약 조항이 매장 점주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부분이다.

“특히 포장 봉투의 경우 꼭 이 본사 로고가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포장재가 비싸도 본사로부터 무조건 사야해요. 또 옥수수 등 캔류도 점주가 직접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점주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고 싶은 건데, 본사의 노하우가 있는 물건이 아닌데도 구입이 강요되고 있는 겁니다.”

김씨는 본사에 이같은 점주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안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또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등 케이크가 잘 팔리는 대목 시즌에 일명 ‘밀어넣기’도 여전하다고 한다.

“아직도 시즌이 되면 본사에서 물건을 더 진열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사람에 따라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본사 직원도 있고, 좀 강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잖아요. 점주 역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갑질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 거죠. 나중에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을까봐 보통은 요구를 들어주는 편인데, 사실 눈치가 보이고 불편하긴 합니다.”

# 본사 일방적인 매장 폐업 통보 일쑤...광고비는 어디로 갔나?

“점주들이 협회를 조직해서 권리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가맹을 탈퇴시키고 매장까지 폐업시켜 버리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또 가맹점주들이 낸 광고비용은 대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네요.”

또다른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10년 동안 운영했던 강 씨는 본사에 의해 매장을 폐업 당했다. 점주로서 부당하다고 느낀 본사의 갑질 행위에 항의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앞서 일어났던 일을 살펴보면 이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계약에 의해 총 식자재비의 6%를 본사에 브랜드 광고비용으로 납부한다. 보통 본사가 TV·라디오 등 미디어를 활용하는 브랜드 광고를 계약할 때의 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점주들이 요청하지도 않은 광고 전단지들이 전달되거나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할인행사가 진행되는 등 이해가 어려운 일들이 있었다.

이에 의문을 본사에 제기했더니, 본사 측은 여러 점주들의 뜻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씨를 비롯해 본사의 이런 이야기를 아는 점주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준을 알 수 없는 식자재의 가격도 문제였다. 시중에서 1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파인애플 캔 하나를 본사는 2900원에, 10kg 한 상자에 7만2000원대면 살 수 있는 피자치즈를 본사의 물류 자회사에서는 8만9720원에 공급했다. 비싼 단가가 부담스러워 과일 같은 식자재들을 시중에서 구입한 몇몇 점포에는 본사에서 파견된 매장 담당자들이 방문해 식자재 현황을 파악해갔고 그 뒤에는 꼭 본사의 가맹평가 감사가 이어졌다.

본사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조치에 조직적인 모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가맹점주 협의체를 구성하자 본사의 갑질은 더 심해졌다.

“그동안 가맹점주들이 본사 물류업체를 통해 필수적으로 구매하는 품목이 늘어난 것, 점주들에게 시중보다 비싼 식자재의 구매를 강요하는 것 모두 본사 회장 일가의 지분 배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그리고 본사에 이에 대해 항의한 이후, 본사로부터 매장 패쇄 조치를 당한 것입니다.”

▲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가맹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출처: 이코노믹리뷰 DB
▲ 출처: 파리바게뜨
▲ 출처: 피자에땅

21만개 가맹점 문여는 프랜차이즈 공화국, 곪아터진 민낯

우리나라가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관련 산업이 만개했다고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동안 화려함에 가려진 채 숨겨졌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함께 돈을 벌자’는 공통된 목표로 계약관계를 맺은 본사와 가맹점주가 갈등을 빚으면서 본사의 갑질과 가맹점주의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국 함께 몰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실제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73개, 가맹점 수는 21만8997개에 달한다. 산업의 외형 성장이 수치적으로 눈에 띄지만, 잘 되는 사업에 너도나도 숟가락을 얹으면서 반짝 유행하다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해도 부지기수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사업기간은 평균 5년을 넘지 못하고, 하루 66개 점주가 장사를 접는다. 지난해 기준 5년 이내 사업을 접고 사라진 브랜드가 전체의 67.5%에 달했고, 약 90%의 브랜드가 10년 내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민낯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은 극에 달했고 수익성은 떨어지니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해서 내놓은뒤 점주를 모집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며 “직영점 하나 없이 가맹점 모집만으로 돈을 벌 수 있으니, 본사는 브랜드 살리기 보다는 가맹점에 납품하는 재료와 물류비용을 통해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 프랜차이즈의 경우 매출 총이익의 일정 비율을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로열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식자재 공급마진이나 물류비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브랜드가 5000개가 넘지만 1600개(31%) 브랜드는 가맹거래사업체로 등록만 했을 뿐 직영점조차 운영하고 있지 않다. 프랜차이즈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000여개로 우리나라 5분의1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가맹본부가 최소 1년 이상 직영점을 운영해야 2개 이상의 가맹점 모집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직영점 없이도 가맹점주를 모집할 수 있는 특이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 로열티 제도를 법제화 해야한다”면서 “본사의 수익구조를 로열티 중심으로 바꾸고 물류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개선이 절실한 과도기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서홍진 가맹거래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본사가 물류 마진을 통해 가맹점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구조인데, 이 과정에서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면서 “가맹 사업의 경우 가맹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투명성 확보와 신뢰가 중요하니, 물류 원가와 물류 공급을 통해 얼마나 본사가 가져가는지가 공개되어야 갑질과 소송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점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의 갑질이슈로 인한 당국의 조사와 제재 등 변화가 미국과 같이 선진국의 로열티 제도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보여진다.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대표변호사는 “외식의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만이 가진 핵심 노하우 재료 이외에 야채, 통조림 제품 등은 가맹점주가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사실 본사가 법률상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면 되지만, 우후죽순 생기는 프랜차이즈 중에서 영세한 곳도 많기 때문에 상생의식, 가이드라인 준수 등을 실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또 “가맹 사업자에 대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계약 기간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반대로 본사 입장에서 보면 검증을 통해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게 아니니 중간에 브랜드와 관련 문제를 일으키는 가맹점이 있다면 정리가 필요한 점도 있어 양측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 의식에 따른 ‘상생 윤리’ 확보 필요...법률가이드라인 있어야

최근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갑질 행위들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윤리적(혹은 도덕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모두 수익성 악화의 이유가 되는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하지 못한 가운데, 일부 오너들의 부도덕한 행위와 갑질 형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업계 전반에서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본사 입장에서 보면 각 점포들의 매출 발생을 통해 고정 수익이 확대되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본사들은 로열티를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는 대신 점포 운영 초기에 가맹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가맹점 모집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필수 구매 품목의 유통으로 인한 수수료, 인테리어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상식선을 벗어난 폭리를 추구했고, 오너의 가족이나 친인척과 연계한 사업으로 더 큰 마진을 얻으려는 꼼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중국이나 이탈리아처럼 일정 개수 이상의 직영점을 일정 기간 이상 운영한 브랜드에 대해서만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 제안은 몇 년 전부터 논의됐었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이것을 불필요한 규제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여겨 반대 여론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구조적 문제들로 인한 폐단이 나타나자 프랜차이즈 규제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휴 체인정보 대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과도한 시장 진출이 구조적 문제를 만들었으니, 규제정책이 포화상태인 프랜차이즈업계를 진정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어디까지나 단기적으로 업계의 과도한 확장을 억제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검증받은 경쟁력, 그리고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브랜드들이 윤리 의식을 가지고 가맹점들과 함께 상생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행히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역시 회원사들이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 쏟아지는 사회적 비판 여론을 적극 수용, 자정과 자기반성의 일환으로 윤리경영 도입을 선언하는 등 업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박 대표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더불어 기본적으로 사업을 함께 공유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신뢰와 윤리의식 개선이 동반될 때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