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 않다. EU 전체 대학생11%가 폴란드 사람이다.


폴란드인에겐 한국인과 비슷한 DNA가 있다. 수많은 외침을 받았지만 자국 언어를 아직까지 쓴다. 위기가 닥칠 때면 똘똘 뭉치는 애국심은 뜨겁다. 손재주는 뛰어나고 교육열도 국내 못지않다. 거기에 잘난 체를 하지 않는 민족성을 갖췄다. 한일 감정과 같은 폴러 감정이 있다. 문화의 벽에 부딪혀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면 귀를 쫑긋 세울 만한 소식이다. 여기에 하나 더. 폴란드는 지리적 특성상 동서 유럽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유럽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과 비슷한 DNA를 갖고 있는 국가 폴란드의 저력을 현장 취재했다.

유럽의 관문 폴란드. 그럴듯한 별칭이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왜일까. 전쟁의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소련과 독일이 전 세계 통치를 위해 거점으로 삼고자 했던 곳. 동유럽과 서유럽을 잇는 지리적 위치의 특성은 축복이자 고통의 연속이 됐다. 적어도 사회주의 체제 시절엔 말이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통치를 받으며 뿌리내린 공산주의 이미지는 체제 전환 후에도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폴란드가 체제 전환에 나선 것은 불과 22년 전인 1989년. 자본주의 시장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폴란드는 과거 치욕을 보상받겠다는 듯 적극적인 친서방정책을 펼쳤다. “아픔·한(恨), 1950년대 한국.” 폴란드의 첫 인상은 이랬다. 폴란드에 떠나기 전 한국에 있는 폴란드투자청 이현민 상무관에게 폴란드에 대해 물었다. 그는 “뛰어난 인재가 많고 발전 가능성이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국민 대부분이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강해 남보다 뒤처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비슷한 정서… 우리 기업 현지 진출 최고 메리트
폴란드인 실제 남보다 뒤처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사례는 많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다. 30년 이상 자본주의를 먼저 받아들인 한국과 비슷한 시기다. 다른 국가의 지배를 받았지만 자국어인 폴란드어를 쓴다. 러시아어와 억양이 비슷하지만 글자 모양이 다른 분명 폴란드만의 언어다.

일제 통치를 받으며 언어 말살정책을 버텨내며 한국어를 지켜낸 것과 똑같은 구조다. 2004년 5월 EU의 정회원국이 됐지만 유로가 아닌 즈워티(złoty)를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다. 1즈워티는 한화 361원이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박철웅(경북대학교)씨는 “폴란드인의 교육열, 정서, 애국심, 축구에 대한 관심 등은 한국인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수만리 떨어져 있고, 생김새와 각기 다른 체제에 익숙했던 폴란드인과 한국인의 공통점이 많다니.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화의 벽에 부딪혀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면 귀를 쫑긋 세울 만한 소식이다.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는 국가에 진출했을 때 빠르게 기업문화를 안착시킬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 해외진출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이 분야다. 게다가 폴란드는 지리적 특성상 동서 유럽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 유럽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과연 폴란드에서 한국인 특유의 DNA를 찾을 수 있을까.

9월19일 오후 12시 50분. 궁금증을 안고 폴란드 바르샤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직 직항노선이 없어 모스크바를 경유했다.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11시간이 걸렸다. 모스크바까지 9시간, 바르샤바까지 2시간. 세 번의 기내식을 먹어야만 비로소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다.

바르샤바 쇼팽 공항은 김포공항보다 약간 큰 규모다. 인천공항에 비해 시설 면에선 떨어지지만 이용하는데 불편은 없다. 다만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게 어렵다. 벨트를 풀고 신발을 벗고 보안검색을 마치면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몸수색과 가방을 살핀다. 사회주의 국가의 잔재가 남아있겠거니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웬걸. 공항 입구를 빠져나올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LG전자 LCD TV. 뒤를 이어 KFC와 샌드위치 전문점 서브웨이 간판, 그리고 벤츠와 도요타 등의 자동차가 보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온갖 제품이 뒤섞여 있다.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체불명의 어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폴란드에서 한국인의 DNA는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스와보미르 마이만 폴란드 투자청장은 “폴란드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 2010년 1.7%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한국이 2010년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성장 원동력으로 손재주를 갖은 엔지니어와 지식으로 무장한 인재가 많은 것을 꼽았다.

그는 또 “(폴란드 국민은) 잘난 체를 하지 않는 민족성을 갖고 있고, 위기가 닥치면 똘똘 뭉치는 애국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기업문화에서 잘난 체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일을 잘하면 그만큼 표현을 해야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아시아의 기업문화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잘해도 겸손해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이런 의미에서 폴란드는 아시아기업이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 받는 문화적 차이가 적은 편에 속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똘똘 뭉치는 애국심이다. 한국은 1997년 IMF를 맞아 대대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쳐 위기를 탈출했다. 애국심은 국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국가 경제가 안정되면 기업 경제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도 그랬다. 2010년 글로벌 위기를 겪었지만 국민이 똘똘 뭉쳐 내수 진작에 나서며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렸다.

外侵 아픈 역사·경제성장 과정도 판박이 행보
통역을 맡은 안나는 “한국에서 5년 살면서 폴란드와 비슷한 민족성이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수도의 재건, 빠른 경제성장을 예로 들었다. 한국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한 만큼 폴란드는 EU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의 한·일 감정과 같은 폴·러 감정이 있어 스포츠 경기에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이 일본과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했고, 폴란드는 2012년 우크라이나와 유로 챔피언십을 공동 개최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두고 한강의 기적이란 말을 쓴다. 1950년 독립 이후 60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13위 국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는 비로쉬 강이 흐르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DNA를 바탕으로 빠르게 경제 성장을 거두고 있는 폴란드. EU의 국가 중 국가 면적과 인구 수가 상위권을 차지하며 EU자금의 든든한 지원은 꾸준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로쉬 강의 기적이 이뤄지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한국기업의 폴란드 투자의 문제는 명확하다. 투자에 따른 효과다. 얼마 만큼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유럽시장 진출에 얼마나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 폴란드 경제 관련 정부 관계자들이 밝히는 폴란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폴란드
개요: 유럽 중부에 위치한 내륙 국가
수도: 바르샤바
언어: 폴란드어(영어·독일어)
기후: 해양성 대륙기후
면적: 31만2685㎢
인구: 약 4000만명(2010)
1인당 GDP: 1만 2300달러 (2010년)

바르샤바
위치: 마조비에츠키에주
면적: 517㎢
인구: 약 170만명
주요 대학교: 바르샤바대학교
건물형태: 신식 건물 대부분
특징: 지하철 공사 등 도시 인프라 구축 활발
화폐단위 : 즐로티(유로)

크라코프
위치: 바르샤바 서쪽 300Km(마오폴스카)
면적: 327㎢
인구: 약 80만명
주요 대학교: 야겔로니카대학
건물형태: 전형적인 유럽식
특징: 국제공항과 A4고속도로 완비
화폐단위 : 즐로티(유로)

브로츠와프
위치: 바르샤바 서남쪽 300Km
면적: 517㎢
인구: 약 90만명
주요 대학교: 브로츠와프대학교
건물형태: 전형적인 유럽식
특징: 관광과 산업도시로 성장
화폐단위 : 즐로티(유로)

김세형 기자 fax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