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대 ICT 기업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가 선장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설이 나돌고 있다. 카카오가 다음의 점령군이라는 주장과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엉망으로 망가졌다는 소문,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수익성 이슈까지 불거지 이후에  새롭게 등장한 이슈다. 그러나 임 대표가 카카오의 수장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은   현실과 동 떨어진 '근거없는 흔들기' 라는 게 이코노믹리뷰 취재 결과다. 

▲ 임지훈 대표. 출처=카카오

"임지훈 대표가 흔들리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매출 4438억원에  영업이익 383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가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데다 게임과 음원 등 콘텐츠를 비롯해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캐릭터 등 기타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모바일 광고와 게임 등이 약진하면 하반기에는 O2O 플랫폼 사업의 시너지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평가도 좋다. 서형석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다양한 광고 모델이 출시되면 하반기 모바일 광고 부문 실적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카카오가 보여주는 발 빠른 행보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지난달 14일 제주도 스페이스닷원 1층 멀티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코스닥 조건부 상장폐지와  코스피 이전 상장 승인의 건과  5월 이사회에서 결의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승인의 건을 처리했다.

카카오는 올들어 세 차례 스톡옵션을 임직원에게 부여했다. 3월2일 77명의 핵심 임직원에게 89만5500주를 부여했고  3월17일 이사회 의결로 임기가 연장된 임지훈 대표에게 10만주를 8만4650원에 부여했다. 5월2일 직원 316명에게 34만8500주를 부였다.

핵심임원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에는 행사조건이 붙어 있다. 전자공시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부여대상자 가운데 일부 직원에 한해서는 행사가능기간 동안 행사가능일 또는 그 이후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어느 평균주가가 행사가격의 150% 이상을 기록한 경우만 행사가 가능하며, 만일 평균주가가 200% 이상을 기록한 경우에는 2년 후 전량 행사 가능(평균주가 산정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7 제3항 규정 준용)]이라고 되어 있다.

주가가 150%는 되어야 행사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 임직원 책임경영의 권리와 의무를 강조한 대목으로 읽힌다.

▲ 송지호 대표. 출처=카카오

조직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포도트리의 투자유치는 물론 스마트 모빌리티가 분사해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원년 멤버인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가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카카오는 공동체성장센터를 신설하고 송 대표를 센터장으로 임명하고 자회사와 본사의 시너지를 끌어내는 역할을 맡겼다.

 카카오가 핵심 사업부를 분사시키며 각자도생을 선택한 상황에서 임 대표의 존재감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송 대표가 임지훈 대표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최근 카카오가 스마트 모빌리티를 분사하는 등 주요 사업부를 나누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포도트리는 물론 게임, 카카오프렌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조직에 큰 변화가 온 것은 맞다. 사업별 핵심역량을 강화해 동시다발적인 고지전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2016년 자체 퍼블리싱에 주력하며 게임 라인업 강화로 '탈카카오' 위기에 정면대응했다.  투자전문회사 케이큐브벤처스와 함께 조성한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와 자회사 '카카오게임즈'는 22개 개발사에 총 700억원을 투자했다 .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본사 게임부문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가 '아직은 불안한 요소가 많지만' 나름 위기를 넘기면서 오늘날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로   남궁훈 부사장의 역할론이 거론된다  남궁훈 부사장은 NHN 시절부터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막역한 사이로 2012년 위메이드 대표와 2015년 엔진 대표이사를 역임한 업계의 거물이다. 그의 능력이 현재의 카카오게임즈 비상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남궁훈 부사장을 카카오로 영입한 인물이 임 대표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남궁훈 부사장이 김범수 의장과 막역하며, 그의 영향을 받아 카카오에 합류한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의 영입에 가장 공을 들인 사람은 임 대표"라면서  "임 대표가 삼고초려해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그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도  "외부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김범수 의장과 남궁훈 대표의 인연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핵심은 임 대표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남궁훈 부사장도 카카오 영입됐을 때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임지훈 대표의 제안으로 함께 일하게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핵심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린 인물이 임 대표라는 것은 카카오 내외부의 공통된 평가다.

성장 가속화를 위한 최근의 사업 분사 결정과 굵직굵직한 인수합병도 임 대표의 손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2015년 12월 포도트리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2016년 9월 다음웹툰을 포도트리 내부의 사내독립기업으로 분사시키는 한편 지난해 12월 대규모 투자유치 성과의 핵심에는 임 대표가 있다"면서 "지난해 1월 로엔 인수는 물론 3월 카카오메이커스 신설, 올해 초 카카오페이 분사 결정에도 당연히 임 대표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 포도트리. 출처=카카오

각 사업을 맡은 핵심 인력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임  대표가 중심을 잡고 모든 사업을 조율했으며, 결정을 내린다는 뜻이다.

 카카오페이가 올해 1월 류영준 체제로 돌입해 분사한 후 2월 알리페이와 전격적으로 만난 것은 좋은 예이다.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Ant Financial Services Group)이 카카오페이에 2억달러(약 2300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15년 5월 한국을 방문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코리안페이의 가능성을 제시한 후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의욕적으로 나선 쪽은 알리페이였다. 

업계 관계자는 "마윈 회장이 코리안페이 가능성을 던진 후 알리페이가 한국 내 파트너를 물색한 것으로 안다"면서 "처음에는 네이버페이와 접촉했으나 초기 협상단계에서 틀어졌고, 이후 알리페이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카카오페이와 만났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류영준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 실무자들이 세세한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임 대표는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양사의 회의에 임 대표가 나타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임 대표는 실무가 아닌, 장기적 관점으로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으로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시기라 국내 업체들이 먼저 알리페이에 손을 내밀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협상이 시작된 후 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을 보여준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핵심 관계자는 "최근 송지호 대표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이들이 있으나, 공동체성장센터 자체가 자회사의 연결고리를 원만하게 풀어가는 일에 국한되어 있다"면서 "자회사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 지원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체성장센터가 임지훈 대표 직속기구라는 전제가 중요한 이유다.

▲ 카카오드라이버. 출처=카카오

흔들리는 것일까, 흔드는 것일까

카카오 비즈니스 모델이 불안하다는 것과  서비스 종료에 따른 부작용,  조직 내부의 불협화음에 대한 루머가 있기는 하지만 카카오 내부와 업계 전반을 취재한 결과 임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스톡옵션 부여 과정에서 임 대표 체제에 대한 신뢰가 더 강화된 것으로 판단됐다.   사업부 분사와 카카오의 결단에는 임 대표가 꼼꼼하게 참여한 정황은 많았다.

그렇다면 '임지훈 위기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카카오 내부 임원 중 한 명이 유독 임 대표 흔들기에 나선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임 대표의 업무 스타일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임 대표는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자기 주도로 업무를 결정하고 실행해도 전면에는 각 책임자를 내세우는 스타일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기가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후 보도자료에는 함께 고생한 책임자를 명기하도록 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면서 "성격 자체가 앞으로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카카오가 사업 비전을 아직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고, 임 대표의 적은 연령을 '만만하게 본다'는 증언도 있다. 그러나 김범수 의장은 여전히 임 대표를 신임하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 핵심 관계자는 "임 대표 흔들기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범수 의장의 의중을 묻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김 의장의 대답은 간결했다. '난 임지훈 대표에게 전권을 줬다'는 말이다.  김 의장은 큰 그림을 그리며 인공지능 등에 매진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전적으로 임 대표의 책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사업 분사가 임 대표 체제의 약화가 아니라  임 대표의 강점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는 말도 있다. 임 대표는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맡아 많은 스타트업의 방향성을 조율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분사된 카카오 군단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외부의 임 대표 흔들기는  '소위 대가'를 바란 악의적인 흔들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 모바일 음악 서비스 사용자 수. 출처=와이즈앱

카카오는 불안할 수 있다. 그러나 임 대표는 아니다

임 대표를 보좌하는 CXO팀이 지난해 3월 사실상 해체됐다. 이는 임 대표 체제가 자신감이 붙었으며,  조직 장악이 이뤄졌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후 사업부 분사와 인력 재배치 등이 전격 이뤄졌으며 주요 수익원 재편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카카오의 미래가 장밋빛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를 비롯해 다양한 핵심 사업은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O2O를 매개로 삼은 전략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카카오는  미래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고난의 언덕에 서 있다.

그러나 이를 확대해석해 임 대표를 고의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업부 분사에 따른 중앙권력의 분산으로 내년 3월 임 대표의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은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카카오가 올해 하반기 의미있는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 임 대표가 물러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그럼에도  의도적인 흔들기가 이어지는 것은 카카오는 물론, 국내 ICT 업계 전반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