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잔 주말에 뭐하고 놀까? ▶그남자 시리즈 다시보기 링크 #에이수스 비보 미니PC #켄우드 BLP900 #야마하뮤직 TSX-B235 #에코백스 윈봇950 #라이카Q #니콘 키미션80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를 나온 그 남자가 두리번거린다. 웬만하면 청담동 올 일이 없는데 누굴 만나러 온 걸까. 날씨가 싫어 서두르더니 한 매장으로 들어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함인지 물건 구경하러 간 건지 알 길이 없다.

후지필름 스튜디오라는 카메라 매장이다. 역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법. 카메라 꽤나 좋아하는 그 남자답다. 그런데 웬 일일까. 신상 카메라가 잔뜩 전시된 매장 1층을 지나 곧장 지하로 내려갔다. 참고로 거기엔 X갤러리가 있다.

▲ 사진=조재성 기자

‘YOU ARE WHAT YOU SEE.’ 이런 문구 네온사인이 그 남자를 맞이한다. 그곳에선 사진 전시회 ‘북씨(BOOK SEE)’가 열리고 있다. 알고 보니 그 남잔 주말에 홀로 전시회도 오는 문화남이다. 자기도 괜히 그런 이미지를 의식하는 듯해서 꼴불견이지만.

이 전시 뭔가 이상하다. 그 남자도 당황한 기색이다. 사진전인데 사진이 보이질 않는다. 갤러리 흰 벽이 비어있다. 벽엔 대신 수수깨끼 같은 말이 적혀있다. 알고 보니 사진 전시가 아니라 사진집 전시회였다는. 특이하다.

▲ 사진=조재성 기자
▲ 사진=조재성 기자
▲ 사진=조재성 기자

100여평 전시장 공간 활용이 재미있다. 특수 제작된 목재 테이블에 사진집이 놓여있다. 중간중간에 큼직한 화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없이 안락해보이는 의자 5개가 보인다. 둥근 스피커에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에어컨도 빵빵하다.

 

책장을 넘기며 사진을 느끼다

사진집이 꽤나 많다. 2000년대 이후 주목받는 현대 사진가들 사진집이다. 후지필름이 200여권을 선별했다. 한쪽 서재엔 파리 포토 페어, 드위 루이스, 카셀 사진집 어워드 수상작을 따로 모아놨다.

사진집이 놓인 테이블별로 느낌이 다르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분류했는지 친절하게 적혀있진 않다. 주석이 없어 오히려 자유롭다. 얽매이지 않고 주도적으로 사진을 눈에 담아갈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책은 테이블에서 보든, 안락한 그 의자로 가져가서 보든 상관없다.

▲ 사진=조재성 기자
▲ 사진=조재성 기자

그 남자는 이 전시가 일반 사진전하곤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훨씬 풍부하니까. 사진집 하나에 적어도 100장 넘는 사진이 수록되는 걸 감안하면 200권을 곱해 2만장 이상 사진을 볼 수 있지 않나. 하루종일 봐도 전부 눈에 담기 어려운 양이다.

“책장을 넘지며 아날로그 질감을 느꼈어요. 사진이 인쇄된 종이 질감도 여러 가지더라고요. 손끝으로 사진을 만지고 느끼면서 보니까 폰으로 볼 때랑은 다르더군요. 새로운 경험이었죠. 좋은 사진과 함께 머물다보니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더군요.” 그 남자가 그랬다.

 

주말엔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로

이 전시는 9월3일까지 열린다. 후지필름 스튜디오는 청담동에 위치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에서 가깝다. 관람 시간은 평일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주말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그 남잔 혼자 들렀지만 연인과 데이트하러 와도 괜찮겠다.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흥미를 느낄 전시다. 현대 사진 최전선에 있는 사진가들 사진집을 몽땅 모아놓은 자리가 흔하진 않으니 전업 사진가들도 만족할 거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인증샷 이벤트도 알고 가자. 이벤트에 참여해 당첨되면 전시된 사진집 중 하나를 선물받을 수 있다. 의외의 득템! 자세한 참여 방법은 후지필름 페이스북 페이지를 확인하거나 현장에서 문의하도록.

전시장을 배회하던 후지필름 관계자가 말을 덧붙였다. “사진을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예술로서의 사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길잡이가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흔치 않은 자리가 될 거예요.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사진 흐름까지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참고로 1층엔 후지필름 카메라가 가득하다. 같이 구경할 수 있어 좋긴 한데 지갑 간수 잘해야 할 듯하다. 지하에서 한껏 사진 찍고 싶단 생각 키우고서 바로 카메라 구경이라니. 가혹하다. 그 남자가 혼잣말을 했다. “X70이나 지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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