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씨의 아버지는 2005년도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사업을 크게 하셨고 빚도 크게 졌다. B씨를 포함한 다른 형제들 어느 하나 아버지가 갚아야 빚이 누구에게 얼마가 있는지 몰랐다. 

아버지는 시골에 30평 남짓한 땅만 남겼다. B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3개월이 지나기 전에 가정법원에 ‘상속 한정승인’ 신청, 법원으로부터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난데없이 소송서류를 받았다. '아버지의 상속채무금 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모 유동화전문회사가 제기한 소송이었다.

B씨는 한정승인을 신청할 당시, 가정법원으로부터 '한정승인 결정이 나면 자녀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소유한 시골 땅만큼만 책임을 지면 된다' 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제기된 소송에도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 몇 달 후 B씨의 통장이 유동화전문회사로부터 압류를 당했다.  이자, 공과금, 집세가 모두 연체되자 B씨는 `심리적 혼란`에 빠졌다.

한정승인이란..재산한도내에 빚 상속받는 제도

이 사례처럼, 빚도 대물림 된다. 사망한 사람이 빚이 있으면 남겨진 가족들이 갚아야 한다. 갚아야 하는 순서도 법에 정해져 있다.

배우자와 자녀가 먼저 갚을 의무가 있다. 이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다음 채무 상속인은 부모다. 부모가 이미 사망했거나 역시 상속을 포기하면, 형제와 자매가 채무를 상속 받는다. 이들조차 상속을 포기하면 사촌들이 채무를 상속 받는다.

이같은 순서가 있듯, 사망자의 채권자는 채무를 상속받는 순서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상속인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채권자는 법원을 통해 채무자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받아 상속인을 지정하고 그들에게 다시 소송서류를 보내는데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리는 상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민법 친족상속편에는 이런 점을 고려해 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상속을 받되, 사망자의 재산에 한정해서 책임을 지는 제도다. 채무 10억원과 재산 1억원을 가지고 있는 채무자가 사망을 하면, 상속인인 자녀는 1억원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고 그 재산을 나눠준다. 나머지 채무 9억원은 상속인이 책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포기와 달리 상속순위가 퍼지지 않는다.

채무자의 빚과 재산을 한정승인을 받은 상속인은 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줘야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채권자가 누구인지 하나하나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남겨진 재산이 부동산일 때는 돈으로 바꿔서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매매도 해야 한다. 망자의 상속인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이같은 일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상속인이 사망자의 채권자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자신이 가정법원에서 한정승인 결정을 받았다고 소송과정에서 대응해야 한다.

이같이 사망자의 채권자가 상속채무금을 달라고 상속인에게 소송을 제기했는데도 한정승인을 했다는 이유로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상속인이 가지고 있는 재산(예금)이 압류당하기도 한다.

▲ 서울회생법원 사진=이코노믹 리뷰 양인정 기자

가정법원, '상속재산' 파산절차 적극 안내 할 것

오는 17일부터 서울회생법원이 상속채무를 파산하는 절차에 대해 가정법원과 연계해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파산제도에는 채무자의 상속재산을 파산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파산절차에서 사망자의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나눠주면 한정승인 절차와 같이 상속인이 채권자를 일일이 찾아 재산을 나눠 줄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채권자를 수색, 재산을 배분하는 일은 파산관재인이 맡아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제도가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 민원인들의 신청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이번 가정법원과의 연계는 회생법원이 국민에 대한 후견적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가정법원은 한정승인을 신청하러 온 민원인을 대상으로 파산절차를 통해 상속재산과 채무를 정리하고 있음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산절차를 통해 상속재산과 채무를 정리하는 것은 상속인의 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일반적인 파산제도는 채무자의 재산을 조사하고 이렇다 할 재산이 없으면 채무를 면제해 준다. 채무를 탕감해 주는 대신 신용상 불이익이 있다. 상속재산의 파산절차는 상속인의 재산을 조회하거나 신용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이 제도는 '상속재산'을 파산하는 것이지 '상속인'을 파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