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 역발상 주식투자> 켄 피셔·엘리자베스 델린저 지음, 이건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펴냄

이 책은 일종의 두뇌훈련 지침서다. 주먹구구식 계산, 대중매체의 과장보도, 금융업계의 통념에서 벗어나 군중보다 한 수 앞서가는 투자 원칙을 가르친다. 저자가 지난 40년 동안 자산을 운영하면서 실수를 줄이고 승률을 높여온 실전 비법도 담고 있다.

저자는 투자자를 주류 군중, 그와는 반대로 행동하는 비주류 군중,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진정한 역발상 투자자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진정한 역발상 투자자는 주류-비주류 양쪽 군중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역발상 투자의 핵심은 독자적 사고에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시장은 군중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전제로 하여 그 위에 온갖 소음을 무시하고 세상을 일반 군중과는 다른 각도로 보라고 조언한다. ‘다른’ 방향이지 ‘반대’ 방향이 아니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고 믿으면 역발상 투자자는 그와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발생할 일을 알 수는 없지만 “거의 발생하지 않을” 일을 알면 유력한 대안을 숙고해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류 군중과 비주류 군중이 무시하는 대안도 조사하고, 똑같은 대안이라면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라는 얘기다.

30개월 이후를 다루는 경제 뉴스를 한번 보자. 뉴스들은 천천히 진행되는 초장기 추세들을 계속 주목하면서 결국 우리가 파멸을 맞이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과도한 부채, 중국의 세계패권국 부상, 지구온난화 등이 그런 사례다. 대중매체들은 학자들이 세운 가정을 사실로 받아들여 끝없이 과장 보도한다. 더 나아가 이 불길한 장기 추세가 가까운 장래에 주식시장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많다.

이처럼 대중매체가 장기 전망에 집착하는 행태를 저자 켄 피셔는 ‘코앞의 흡혈귀’라고 부른다. 당장에라도 흡혈귀가 달려들 것처럼 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과장보도에 귀 기울 필요가 없다. 시장은 초장기 과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시장의 먼 미래는 지금 알 수 없고, 추측해야 할 변화가 너무나 많다. 30개월을 넘어가면 순전히 어림짐작이어서 확률이 아니라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가능성은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책에서는 10장이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다. 10장의 주제는 ‘부정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중매체’다. 백 번 공감하는 내용이다.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신문은 믿음이 아니라 냉소를 담아야 팔린다. 특히 “기술이 한계에 도달했으므로 몇 세대가 지나면 자원이 고갈된다”는 식의 경고는 대중매체의 단골메뉴다. 물론 대부분 허구다. 이런 비관론의 창시자는 18세기 철학자 맬서스다. 그는 인구증가율이 식량 증가율보다 높으니 사망률을 높이고 출생률을 낮추지 않으면 인류가 생존할 수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인구 증가보다 식량 생산의 증가폭이 훨씬 컸다. 맬서스는 기술 자본주의 창의성 등 핵심요소를 간과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1894년 ‘말똥 대위기’(Great Horse Manure Crisis)가 벌어졌다. 당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자 사람의 이동과 재화 수송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말이 각광을 받았다. 뉴욕, 런던 등 대도시에는 마차를 끄는 말이 수만 마리씩 있었다. 말들이 배설하는 똥이 하루 수백톤에 달했다. 매일 치우지 않으면 파리가 들끓고 전염병이 퍼질 상황이었다. 당시 영국 의<타임스>지는 50년 내에 런던 전역에 말똥이 약 3m나 쌓일 것이란 분석 보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도시계획전문가들이 몰려와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했다. 파멸을 피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 자동차가 등장했다. 말이 자동차로 대체됐다. 기술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1956년 지구물리학자 킹 허버트는 ‘피크오일(Peak Oil)’ 이론을 제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가까운 장래에 세계 석유생산량이 피크(정점)에 도달해 이후 감소하다가 결국 바닥이 날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는 피크 시점을 1970년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유정이 발견될 때마다 피크시점은 조금씩 뒤로 미뤄졌지만, 조만간 기름이 바닥나 세계 문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그의 위기론은 수십년간 맹위를 떨쳤다.

피크오일의 경고는 1990년대 말 셰일가스 관련 기술혁신, 고유가로 인한 대기업들의 집중투자와 대량생산 등에 의해 마침내 수명을 다했다. 물론 지구물리학자들도 예전부터 셰일가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당시에는 추출기술이 없었기에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지금도 근시안적인 대중매체들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위기를 말하며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발전은 갈수록 더 빨라지고 놀라워진다. 그러므로, 구조적 장기침체를 논하면서 주식을 팔라고 주장하는 대중매체는 무시해야 한다. 자유시장이 존재하는 한 기술과 창의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