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자치단체의 맨션 관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매우 폭넓다. 맨션은 전체 주택 재고의 10%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집합건물 형태의 주거’라는 측면에서 공용부분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행정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계기는 2000년 ‘맨션 관리의 적정화 추진에 관한 법률(이하 맨션 관리 적정화법)’ 제정에 따른 것인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맨션 관리의 적정화에 기여하기 위해 관리조합, 구분소유자의 요구가 있으면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내용에 대한 벌칙조항은 없지만 이후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상담체제를 정비했고 실태조사를 실시해 필요한 행정시책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맨션 관리 적정화법의 주요 골자는 맨션 관리사 자격, 맨션 관리업자 등록제도 등 맨션의 관리를 지원하는 전문가나 단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규정과 더불어 국가의 역할을 보조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맨션 관리센터를 맨션 관리 적정화 추진센터로 지정하고 맨션 관리 적정화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에 관해 맨션 관리 적정화 지침에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명시되어 있다. 맨션표준관리규약을 비롯해 정보, 자료의 제공과 기술적 지원을 위해서 필요에 따라 맨션의 실태를 조사하고 파악하는 업무, 지방자치단체, 맨션 관리 적정화 추진센터, 맨션 관리사 등 관계자의 상호 연계를 통해 관리조합의 관리자가 요청하는 상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것, 특히 지방공공단체는 맨션 관리사를 비롯해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하여금 맨션과 관련한 상담체제를 충실하게 정비하는 것 등이다. 맨션 관리 적정화 추진센터에서 관계기관 및 관련 단체와의 연계를 밀접하게 해 관리조합의 관리자에 대해 적극적인 정보와 자료의 제공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렇듯 2000년을 기준으로 맨션 관리와 관련한 제도는 큰 전환점을 가지고 왔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선도적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맨션 관리와 관련한 다양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응도 마찬가지이다. 맨션표준관리규약이나 실태조사 등 새로운 법에 제시된 맨션 관리 적정화 업무의 대부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이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존재했던 사례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통일된 지침과 제도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맨션 관리와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맨션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에서 출발했다. 재미있는 것은 법령 제정 후 2005년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담당부서에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맨션 관리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기 위해서 담당부서가 설치된 경우가 116개 지방자치단체 중 84곳으로 70%가 넘었다. 담당부문의 명칭을 분류해보니 광역자치단체, 인구 50만 이상의 지정도시, 도쿄 도심 특별구에서는 대부분이 주택관련 부서 내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중소도시로 갈수록 건축 관련 부서 내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명칭에서는 행정시책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데 대도시에서는 중소도시에서는 지자체의 규모가 작아 부서를 세분화하기 힘들기도 하고 맨션의 수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맨션 관리지원업무를 실시하고 있었다.

 

중앙정부인 국토교통성에서는 맨션 관리대책실이라는 명칭으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2008년에 맨션정책실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원초적인 차원에서의 중앙정부의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주어 담당과의 명칭에 ‘맨션’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행정시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도쿄의 경우에는 맨션과 관련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맨션 관리를 중심으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맨션 내진화, 노후 맨션의 재생을 위한 재건축, 대규모 수선, 의사결정이 어려운 단지를 위한 부지매각 등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맨션 관리 부분에서는 도쿄 도내의 기초자치단체 담당부서의 상담창구뿐만 아니라 관계단체, 지자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비용 지원이나 인증사업에 대한 소개도 있다.

오사카의 경우에는 오사카시 등 공공단체와 오사카 관내의 변호사, 사법서사, 건축사회 등 13개 단체가 협력해 ‘오사카시 맨션 관리지원기구’를 설립했다. 이 기구를 통해 조사연구를 비롯해 상담지원, 세미나, 심포지엄 개최, 정보신문 발행, 지원사업 관련 정보 제공을 하고 있다. 콘텐츠는 비슷하지만 지역별로 다른 지원과 사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지역의 관리조합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두 지자체 이외에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는 상담창구 운영, 어드바이저 제도, 전문가 무료상담, 세미나 및 강좌 개최, 실태조사 실시 등이다.

여기서 명확히 해둘 것은, ‘무료’라는 단어가 붙지 않은 상담이나 세미나는 모두 실비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실시한다고 모두 무료로 혜택을 얻지는 못한다. 자치단체에 할당되는 예산은 모두가 참고하고 활용 가능한 조사연구, 가이드북 발간 등에 주로 사용되고 개별적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실비를 징수하거나 지원 조성사업 등 경쟁을 통해 정말 필요한 맨션단지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무분별한 행정력과 국가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밖에도 특별한 사례가 보이는 경우도 있다. 도쿄의 도시마(豊島)구에서는 법이 제정된 시기에 맞추어 ‘맨션 관리추진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서는 맨션 관리현황 신고를 의무사항으로 정하고 있고 맨션의 적정관리를 위해서 관리규약, 관리조합의 회의, 의사결정을 위한 명부작성,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설계도서와 수선이력 정보를 보관할 것 등을 정하고 있다.

맨션 관리현황 신고 사항은 건물의 기본정보, 권리관계를 비롯해 관리자(관리조합 이사장)의 존재유무, 관리규약 유무와 최종 갱신년도, 총회, 이사회 의사록 유무, 구분소유자 명부, 거주자 등 명부, 설계도서 유무, 수선이력, 관리조합용 우편함 유무, 긴급연락망 게시, 법정 점검 및 정기점검의 유무, 장기수선계획 유무, 지역 반상회 가입 유무 등 12개 항목이다.

관리현황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행정지도, 권고, 맨션 단지명을 공개하는 등의 벌칙이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 행정처분이나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리조합으로 하여금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항목에 대해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부실 단지를 미연에 방지하고 행정적으로 적절한 대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자료 제공의 측면이 크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맨션 관리센터 모델을 참고로 학자들이 공동주택관리지원기구의 설치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시범사업을 거쳐 작년에는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발족해 종합적인 공적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파트는 사유재산이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특별한 공적 지원방안을 고민하기보다 입주자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려주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선도적인 시책을 실시하는 지차체가 적지 않다. 제도의 큰 틀을 만들어내어 지방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리는 것이 중앙정부의 주된 역할이라고 보지만 선진적인 행정의 노력과 시책의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역으로 중앙에서 전파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당 지역의 실태, 주민의 요구 등을 잘 파악해 그 지역에 맞는 열매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씨앗을 뿌리고 그저 기다리기만 해서는 열매를 맺을 수 없지 않은가.